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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드디어 스포츠신문들의 선정성에 제동을 걸었다. 어제 방송분에서, 스포츠 신문들의 연예인 인권침해 실상과 불법 음란 광고물의 문제를 도마 위에 올린 것. 요즘 한창 물이 오른 문화방송의 신문 개혁 의지가 김중배 사장의 취임에 힘을 얻어, 제대로 진가를 발휘했다는 느낌이 역력하다.
사실 98년 이전까지만 해도, 방송이 신문을 씹는다는 사실은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일. 신문의 경우 틈틈이 단편적인 방송비평을 내고 있지만 신문들 상호간에는 비판을 금기시해 왔다. 물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간에 '민족지 논쟁'을 했다든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간에 보급문제를 둘러싸고 '신문전쟁'을 벌인 적은 있었지만 이는 건전한 상호비판이라기보다는 본사 이기주의에서 나온 감정적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상호 비판을 금기시하는 무언의 카르텔을 처음 깬 것은 바로 PD수첩. 98년 4월'위기의 한국신문, 개혁은 오는가'이라는 주제로 포문을 연 것이다.
이것은 막강한 신문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방송뿐이다라는 절실한 사회적 요구에 부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문 견제의 유일한 대안으로서, 그 역할을 방송이 자임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PD수첩이 그간 신문들의 족벌경영실태나, 왜곡보도실태, 문란한 시장상황 등을 문제삼아왔던 것과 어제와 같이 스포츠 신문의 선정성을 문제 삼은 것은 맥락이 약간 다르다. 과거 선정보도의 대명사가 바로 PD수첩이었기 때문이다. PD수첩은 앞으로 선정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자기 성찰을 이런 식으로 감행한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 자기 반성이 부족했다.
하긴, PD수첩은 이미 98년 2월 프로그램 선정성에 대한 자기 반성을 내보낸 적이 있다. 그 이후에 선정적인 방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는 셈. 그러나 자기 반성이 무색할 정도로, 그 이후에도, PD수첩의 선정적인 방송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PD수첩 선정적 보도의 역사' 참조).
2000년 들어, 선정적인 소재 방송이 크게 줄기는 했으나, PD수첩이 다른 언론사의 선정성을 문제삼을 정도로 떳떳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특히 자기 반성이 부족하기는 PD수첩 방송 중 신문의 선정성을 질타하기 위해 나온 모대학 신방과 교수 K모씨도 마찬가지다. 그 자신이 문제 신문사에서 근무한 바 있는 전직 기자로, 그 자신도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심심찮게 선정적인 제목의 과장 보도를 일삼은 사실로 필자에게 모니터되어 온 바 있다.
일례로, '스승 집 턴 제자의 눈물'이라는 기사 - K일보 94년 6월 8일자 - 를 통해, 단순 절도 사건을 패륜 범죄로 만들어, 대서 특필한 사실은 인터뷰 교수가 현직 기자 시절, 취재원의 인권을 침해했던 대표적인 과장 보도 사례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직접적인 가르침을 주고 받았다고 보기 힘든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사제라는 관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여, 같은 학교에 적을 둔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의자를 패륜범으로 묘사한 것은 - 한약상 부부 살인 사건까지 들먹이며 - 누가 봐도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과장 보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렇게 스스로가 선정보도의 주역이었던 프로그램과, 전직 기자가 자기 반성이라는 최소한의 통과의례도 거치지 않은 채, 다른 이들의 선정 보도를 말하는 현실은 한편으론 재미있고, 한편으론 씁쓸하다. 자기 눈의 들보보다, 남의 눈에 티가 잘 보인다는 말이 실감날 뿐이다.
PD수첩의 역할과 기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PD수첩의 역할과 기능이 좀더 사회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려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 반성없는 신문 비평은 "너나 잘해!"라는 핀잔만 불러올 뿐, 진정한 신문 개혁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자칫, 한풀이식 보도로 비추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PD수첩 선정적 보도의 역사
- 94년 3월 「티켓다방, 물장사인가 사람장사인가」
- 94년 5월 「어린이 성 폭행」
- 94년 9월 KBS가 폭력 불륜시비를이유로'사건25시' 등을 폐지하자 10월 5일 MBC 'PD수첩'의 폐지방침을 세움. 일선 PD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
- 95년 2월 [경찰의 비리] 경찰이 업소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내용을 다루며, 필요 이상의 선정적 보도.
- 96년 7월'특집 성폭력과의 전쟁'
- 97년 6월 [천호동 텍사스에 불은 꺼졌는가]
- 97년 7월 [세계의 아동 성착취, 그 현장을 가다] 1,2부
- 97년 8월 [추악한 범죄, 그날 이후의 기록]
- 97년 9월 [전화방에서 폰팅으로 퇴폐의 숨은 방 2] 전화방에서 불륜관계를 맺는 구체적 노하우 안내, [보호인가 격리인가, 청소년보호법 시행 일주일] 돈암동 카페골목에서 만난 여고생들의 철 없는 발언들을 무차별로 소개
- 97년 10월 [야생동물 보신, 독약인가 정력제인가] 어느 시장에 가면 어떤 정력제를 얼마에 구할 수 있는지 가이드성 보도
- 98년 2월 [방송문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를 통해, 프로그램 선정성에 대한 자기 반성.
- 98년 5월 [집 나온 아내, 어디로 가는가]
- 99년 5월 [교수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 98년 6월 [비아그라,성 혁명의 묘약인가] [공주다방 4자매의 인생유전] [원조교제10대 신종 아르바이트] [이단파문, 이재록 목사] 등 4주간 잇따라 선정적 소재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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