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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YMCA 김경민(38) 전 시민사업국장의 단식 투쟁이 7일째(9일 현재)를 맞고 있다. '부당한' 징계의결에 맞서 사직서를 던지고 나왔지만 그의 싸움은 단식 투쟁으로 이어졌다. '견딜 만하다'는 김씨의 말과는 달리 몹시 피곤한 기색이 느껴졌다. 하지만 '분'은 쉽게 삭히지 못하고 있었다.

관련기사:이번 징계는 대구시와 경찰의 합작품?

시민운동 12년째, 김 전국장이 던진 질문 "반국가적인 행위라고요?"

"반사회적, 반국가적인 행위라니요? 삼성그룹에게 배신당한 대구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반삼성 운동이 어떻게 반사회적이고 반국가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마음 같아서는 고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죠.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입니다"

연세대 82학번 출신으로 대구YMCA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으로 12년째 시민운동에 몸담았던 김 전국장. 그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대구YMCA에 사표를 내고 항의 단식을 벌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9시 '삼성제품 불매와 삼성그룹 응징을 위한 대구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을 주도하고 있던 김 전 국장은 시민모임 관계자 등 30여명과 함께 대구YMCA 2층 교남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문희갑 대구시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시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날 10시로 방문이 예정돼 있었던 삼성그룹 구조조정 관계자들과의 마찰을 이유로 경찰이 시청 출입을 막았다. 경찰의 출입 봉쇄에 불응해 시민모임 관계자들은 시청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은 물리력을 사용, 강제 진압에 나섰다.

결국 이날 충돌로 시민모임 회원 3명과 경찰 1명이 부상을 당하고 김 전 국장을 포함 4명이 관할 중부경찰서에 연행되었다. 경찰의 조사 결과, 김 전 국장과 대구YMCA 이아무개 상담부장을 포함 3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당하고 오는 14일 1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김 전 국장이 사표를 던지고 단식투쟁에 들어간 것은 사태 이후 대구YMCA의 직원들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서 비롯됐다.

대구YMCA, 일간지 사과문 게재와 '징계위원회'

사건 발생 한 달 후인 12월말 대구YMCA는 모 일간지에 "시청 앞에서 발생한 불법시위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의 말씀>이라는 광고를 게재하고 같은 달 28일에는 자체 '징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꾸려 김 전 국장 등 대구YMCA 직원 10명을 위원회에 회부했다.

대구YMCA 이사 3명과 국장급 이상 간부 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결국 지난달 23일까지 총 7차례의 회의를 거쳐 김 전 국장은 감급 처분을, 그 외 관련 직원에게는 정직 1개월 2명, 1년간 감호 2명, 견책 4명 등(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1명 제외) 대량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지난달 27일 대구YMCA 이사회에 보고된 징계조사위원회 보고내용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징계 근거로 ▲반삼성 운동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 ▲무단으로 근무지 이탈해 집회 참가 ▲무리한 시청 진입 시도로 불법시위가 된 점 ▲과격한 의사표현 방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당시 시민모임 관계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 유독 대구YMCA 직원들만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한 점 등 모두 10여 가지를 들었다.

위원회는 특히 시청 건물에 계란 세례를 퍼붓는 등 '폭력적인' 시위를 행사한 데 대해 대구YMCA 자체 취업규칙 60조 1항 16호 '반국가적, 반사회적 행위를 하였거나 이와 같은 단체의 일원인 자'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3, 4가지의 징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금 대구YMCA는 고민(?)중'.
'부당 징계'를 주장하는 여론을 마주하고 있는 대구YMCA ⓒ이승욱
"내부자 보호는 못해 줄 망정... 징계라니?"

이러한 징계 의결에 대해 징계 대상 직원인 이아무개 씨는 "정당한 시청 출입과 항의 서한 전달을 가로막고 폭력적인 진압을 행했던 경찰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대구YMCA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구YMCA가 사태의 정황을 살피기보다는 '폭력성'만을 문제삼고 각종 언론에 이슈가 되자 '직원들만 죽이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징계 의결이 각 언론사에 보도되고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대구지역 시민단체들과 대구YMCA 일반 회원들마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반삼성 운동이 문시장에 대한 사퇴요구로 이어지자 시 쪽에서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구YMCA쪽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대구YMCA 일부 보수성향의 이사들이 시민운동단체 역할을 강조한 김 전 국장 등에게 쐐기를 박기 위한 의도가 대량 징계의 배후에 있다고 지적한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이번 징계 의결은 직업적인 시민운동가와 스폰서 역할을 하는 이사회의 보수성이 갈등을 빚은 한 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대구YMCA가 기독교선교 단체임을 강조하는 일부 이사진들이 자기들의 잣대만으로 재단해 직업운동가의 인권을 유린한 감마저 든다"고 징계의결에 대해 비난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일부 대구YMCA 회원들은 지난 5일 '부당 징계 및 징계위원 퇴진을 위한 회원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작정이다. 결국 일부에선 '이번 징계 처분으로 대구YMCA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던 보수성과 개혁성의 대립이 표면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YMCA내에 붙은 '단식에 들어가며'...이번 징계로 내부의 진통이 예산된다.ⓒ이승욱
예상외 반발... 흔들리는(?) 대구YMCA

반발이 예상 외로 확산되자 대구YMCA에는 사태의 진화에 나서고 있다.
대구YMCA 박정우 사무총장은 "당시 시청 앞 시위로 인해 회원들이 폭력성을 이유로 많은 비판을 해 왔기 때문에 징계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번 징계의결은 징계위원회에서 단순히 진상조사와 이를 근거로 징계 처분의 수준을 의결한 사항일 뿐 내부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주장해 징계 수위에 대한 조절이 가능함을 내비쳤다.

또 징계위원회에 참가한 홍아무개 이사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불법적인 시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젊은이들의 정의감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면서, "과도한 질책이라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것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경민 전 시민사업국장과의 인터뷰 요지.

- 결국 사직서를 쓰고 나왔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3월 14일 1차 공판을 준비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대구YMCA쪽에서 징계가 의결이 됐기 때문에 피의 사실을 인정해 버린 셈이 돼 안타깝다. 하지만 앞으로 개인의 자격으로라도 대구시민모임(삼성제품불매와 삼성그룹 응징을 위한 대구시민모임)일은 계속할 생각이다"

- 징계위원회는 '반삼성 운동'과 관련해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사안별로 이사회에 보고만 할 뿐이지 특별히 이사회의 결정을 보는 것이 전례가 아니다. 사무총장에게 보고를 하고 내부적인 토론을 거친 것으로 충분했다고 본다"

- 징계위원회 쪽은 취업 규칙 16호를 문제삼고 있는데...

"개인적인 자격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마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성상용차 퇴출 이후 지역여론은 삼성의 배신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반삼성 운동'을 한 것이 '반사회적, 반국가적이라고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 징계위원회의 징계 의결 이후 사직서를 냈는데...

"지난달 28일 아침에 사직서를 냈다. 징계 의결이 기만적이고 모욕적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대구YMCA 내에서 활동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었던 반삼성 운동을 위해서라도 빨리 털어내고 편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징계가 대구시의 압력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구YMCA이 위탁관리하고 있는 올림픽기념체육관은 아킬레스건이다. 다른 지역에는 유례가 없는 흑자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용보장에 대한 명백한 이야기 없이 계약기간 1년에서 6개월 기한으로 재계약한 것은 분명 압력으로 작용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시 관계자들이 이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

- 징계를 통해 대구시나 삼성 쪽이 얻을 것이 있는가?

"반삼성 운동에 발목을 잡는 것이다. 징계기간이 유래 없이 길었다. 직무정지를 당하고 있었다. 결국 고조된 반삼성 운동을 가라앉히는 데 충분한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 대구YMCA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 심정은...

"대구YMCA는 많은 비판을 안팎에서 받고 있었다. 외부에선 '그게 무슨 시민단체냐'의 비판을, 내부에선 '너무 과격하다' 등 대조된 비판을 받아왔는데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의약분업 사태 당시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당시 이사장이 의사였으니 실무자로서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대구YMCA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에서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12년째 일하던 곳에 애정이 왜 없겠는가. 앞으로 실무자를 그만두는 것이지만 단식투쟁으로 직원징계의 부당성을 알려내고 내부 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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