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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란츠. 영광과 회한의 브랜드

중2때 오디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제게 마란츠는 꿈의 오디오였습니다. 언젠가 내 손으로 돈을 번다면 꼭 마란츠를 사리라 다짐하곤 했죠. 막상 직장을 잡아 돈을 벌게 된 지금엔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마란츠를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지금의 마란츠는 제가 학창 시절 알고 있던 그 마란츠가 아니라 평범한 중저가 오디오를 만드는 그렇고 그런 브랜드로 전락해 있었던 것이죠.

마란츠는 Saul B. Marantz라는 사람이 설립한 미국 회사입니다. 그 자신 골수 오디오 매니어였던 마란츠는 당시 시중에 나오는 오디오의 음질에 만족할 수 없어 직접 앰프를 자작했고 주위 사람들의 호평에 힘입어 결국은 자신의 이름을 딴 오디오 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마란츠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Push-Pull 회로를 도입한 Class B 방식 앰프는 힘 있고 비단결 같은 음질로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당시 개발된 콘솔 앰프 Model-1과 파워앰프 Model-5는 맥킨토시를 능가하는 진공관 앰프의 전설적 명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잘 나가던 마란츠는 곧 신기술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무장한 후발 회사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경영난에 허덕이다 일본 자본에 팔려나가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일본 회사가 된 마란츠는 이후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로서 왕년의 정체성을 잃고 평범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다 지금은 중저가 오디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형편이죠.

지금도 오디오 매니어들은 60-70년대의 중고 마란츠만을 찾을 뿐 요새 나오는 신제품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들의 중고 수요가 너무 커서 마란츠는 왕년의 명기 7C /8B 진공관 앰프를 다시 한정 생산해 매니어를 대상으로 팔기도 했죠.

제가 새삼스럽게 마란츠 이야기를 꺼낸 것은 Class B 앰프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오디오 전문점에 가면 A급이니 B급 앰프니 하는 말을 가끔 듣게 됩니다. 이 말을 앰프의 품질이 A급 혹은 B급이라 일컫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크게 오해를 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A급/B급이란 음성신호를 출력하는 앰프회로의 차이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앰프는 회로의 구성 방식에 따라 각각 Class A, B, C 그리고 Class D로 나뉘어 집니다. Class A는 초고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Class B는 중가 오디오, 디지털 방식인 Class D는 휴대용 오디오나 카 오디오등 소형 제품에 주로 채용되죠.

음성 파형을 보면 기준선을 중심으로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나누어 지는데 Class B는 두 개의 앰프가 각각 플러스 파형과 마이너스 파형을 맡아 번갈아가며 증폭을 하는 방식입니다. Push-Pull 즉, '밀고 당기기' 방식으로 불리는 데 마치 박을 타는 흥부 부부를 연상하면 되겠습니다. 하나의 앰프가 음성신호 전체를 증폭하는 Class A 대신 두 명이 힘을 합해 밀고 당기며 톱질을 하는 셈이죠.

따라서 적은 전력으로 높은 증폭 효율을 얻을 수 있어 마란츠 이후 곧 모든 하이파이 앰프가 이 방식을 채택하기에 이릅니다. 진공관 시대를 지나 솔리드 스테이트에 이르러서도 Push-Pull 방식의 위세는 계속 되고 있죠. 요즘 각광받는 A/V 리시버도 대부분 Class B아니면 Class D 방식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Class A 앰프

Push-Pull 방식 Class B 앰프가 비록 적은 전력으로 높은 효율을 얻을 수는 있었으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두 개의 앰프가 번갈아 증폭을 하는 만큼 플러스 신호와 마이너스 신호가 만나는 접점에서 파형이 약간씩 찌그러져 증폭된 음성 신호에 흠이 생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흥부 부부가 박을 탈 때 서로 리듬을 맞추지 못 해 박이 고르게 갈라지지 않는 형국이라 할 수 있죠. 물론 미세한 차이지만 大출력에 정교한 재생능력을 요구하는 오디오 매니어들 눈에는 갈수록 거슬리는 결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예전처럼 다시 Class A, 즉 싱글 앰프 방식의 섬세하면서도 끊김 없는 음질의 장점이 돗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Class A 방식 앰프가 큰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또 이미 大출력 앰프에 익숙해진 매니어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출력을 높이면서도 깨끗한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매우 순도가 높은 정교한 부품만을 사용해야 헸습니다. 따라서 거의 우주공학이나 군사용으로만 사용되던 고가의 부품에 눈을 돌리게 되었죠. 게다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만큼 발열량도 커서 부품을 태우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냉각 장치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때로는 앰프 회로보다 오히려 냉각 장치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Class A 앰프는 환상적인 음질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이 사기에는 너무 고가의 제품이 돼버렸습니다. 대표적인 Class A 앰프인 마크 레빈슨은 대부분 1천만원이 넘습니다.


예산과 음질의 타협

그렇다면 돈 없는 서민들은 양에 차지 않아도 할 수 없이 Class B 방식 앰프만 듣고 살아야 하는가 한숨을 내쉴 분이 많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Class A 앰프를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극한의 재료공학과 설계기술을 동원한 미국 중심의 원칙충실형 앰프 대신 설계 면에서 약간 타협을 하고 최대한 재료비를 절감하여 만든 훌륭한 A급 앰프들이 유럽을 중심으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영국의 Musical Fidelity, Audiolink 그리고 미국의 Classe audio 등이 있습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100~300만원 남짓이면 살 수 있고 중고로 눈을 돌리면 더 저렴한 앰프들도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예산에 상관없이 최상의 음질을 추구하시는 분은 A급 앰프, 음질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강력한 출력을 원하시는 분은 B급 앰프, 비교적 싸면서도 깨끗한 음질을 원하시는 분은 Class A 방식의 유럽산 조합형 앰프를 구입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2편에 계속 >>

덧붙이는 글 | *2편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스피커 선택법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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