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형태 그것을 그토록 갈망한다. 무겁고 조용하며 힘차고 건강한 우주의 정면에 선, 역사의 정면에 선, 자신의 정면에 선, 죽을 일이 있을지언정 피하지 않고 정면에 선 그런 형태를 갈망한다. 정직, 솔직, 자연스러움 -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관심은 없다. 나 여기 있음과 같이 그냥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는 정직 솔직함으로 건강한 그런 것을 만들고 싶은데... 작고 조잡한 나여.
- 작가노트 중에서
유형택은 돌과 노동과 자연과 삶으로 채워진 시간과 공간의 사각형 안에서 자신만의 '자연'을 채워오고 있는 조각가다. '철의 도시'인 울산의 울산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작가는 지역적, 환경적 특성과 자신을 일체화시키기 위해 이번에는 돌이 아닌 '쇠'와 따뜻한 대화를 시도한다.
그의 조각은 결코 쉬운 조각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회화적 철판 작품들과 최소의 덩어리들을 배치하는 미니멀적인 작업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차갑고 강한 재질의 쇠를 자르고 땜질하는 작업을 통해 마치 부드러운 천을 다루듯 작품을 만들어냈다. 너무나도 주관적인 자신의 가슴속 이야기들, 그는 차가운 쇠에 뜨거운 관념들의 표현. 공간과 물질의 이화와 동화를 보여주는 작품들. 그래서 '가장 비미술적 조형언어가 미술적으로 승화된 작품'이라는 평도 있다.
작품을 해석하는 일은 미술가들에게 던져준다 하고. 우리는 그의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혹은 그의 예술세계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 작가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무쇠를 통해 아주 내성적이고 비밀스럽게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 고뇌 혹은 즐김. 기다림 혹은 재촉.
작가의 말을 빌리면 그의 작업은 일종의 허구다. 그에게 작업은 그 안에 있는 조형성의 일부, 세계관의 일부, 반성의 일부, 즐김의 일부일 뿐 그의 삶을 피스톨질하는 붉은 핵(核)이 아니다. 그를 통과하는 하나의 물줄기이며 매개체일 뿐. 원래 작가의 의도를 짚어야 작품이 보이고 작품을 봐야 작가의 삶이 비춰지는 법.
아름다움보다는 자연스러움과 솔직함을 추구하는 유형택의 '쇠'가 만드는 세계는 4월 11일부터 23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제 2 전시장에서 삶의 본질을 드러낸다.
덧붙이는 글 | 장소 : 인사아트센터 2층
기간 : 4월 11일 ~ 4월 23(월)
출품작 : 입체작품 강철(쇠)작품
'강은 시린 푸르름으로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었다-무상(無常)'외 25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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