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삶의 작은 조각조각의 단편들을 덤덤하게 모아낸 한수산의 산문집이다. 오수환 화백의 다양한 그림이 삽화로 더해져서 전체적으로 예쁜 소품의 분위기를 내는 이 책은 틈틈히 꺼내어 생각해볼 수 있는, 때론 마음으로 느껴볼 수 있는 단상들을 전한다.

글쓴이의 이야기는 어린시절의 추억부터 글쓰기와 인생에 대한 생각, 예술가들,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이 책 <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한수산 지음·해냄출판사 펴냄)은 그의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여운, 열정, 풍경, 생명의 네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여운'은 삽화에서 들어가 있는 색깔대로 푸른빛을 띄고 있다. 추억, 그리고 흔적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당신에게 있어 행복은 무엇인가요? 어떨 때 행복을 느끼시나요?'

그는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딸아이 곁에서 밤새 간호를 하던 날에 그 뜨거운 손을 쥐고 '아. 행복하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의미와 영향력, 그 두 가지가 있다고 느낄 때, 바로 그것이다.

'글을 쓰고 싶으세요'에서는 작가로 살아온 자신에 대한, 글쓰기에 대한 짧지만 진한 성찰을 느껴볼 수 있다.
'나 자신도 때때로 묻습니다. 내가 쓰는 글이 정말로 아침마다 내가 이를 닦는 칫솔만한 사회성이나 유용함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 우리의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한평생이 소나 칫솔만한 의미와 영향, 그리고 남에게 대한 바침이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겁니다.'
2장 붉은 빛깔의 '열정'은 그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짧은 감상들이다.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어느 날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며 아내에게 퇴직금을 건네고 방에 틀어박혀 글만 썼다고 한다. 원고가 다 완성되고는 원고를 보낼 우편료가 부족하자 원고를 반으로 동강내서 반을 먼저 보내고, 나머지 반은 집에 있는 헤어드라이기를 팔아서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백년동안의 고독」이라던가. '이래서 삶은 살아볼 만하다'는 글쓴이의 감탄사.

3장 '풍경'에서는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갈색빛으로 좀 더 깊게 보여지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4장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보랏빛, 딸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첫 아이인 딸에 대한 각별한 사랑, 딸을 통해 보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의 조언들을 담고 있다.

자조섞인 쓴 웃음, 허무한 웃음과 놀이만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감동이 있는 나날을 살라는 충고, 남녀평등이라지만 여전히 광고속에서도 왜곡된 이미지로 드러나고 있는 여성상을 넘어 한국의 여성상을 만들어 냈으면 하는 바램 등을 전한다.
한수산 특유의 감성적이면서도 잔잔한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