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그마치 서른 일곱 명의 애인을 둔 사람이 있다. 각각의 애인들은 성격도 취향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어떤 애인은 문제아로 불리기도 하고 어떤 애인은 범생이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람 앞에서는 누구도 그런 식의 편견 때문에 상처받거나 괴로워하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다정다감한 연인이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교실, 똑같은 책상에서 똑같은 선생님에게 똑같은 내용을 배우고, 똑같은 내용의 시험을 본 뒤 똑같은 어른들의 기대 속에서 엇비슷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라는 사회.
이런 사회 속에서 조금이라도 일반적인 기대와 조건에서 어긋나면 이내 '문제아' 또는 '이단아'라는 낙인이 찍히고 만다. 일탈되거나 다른 방식의 삶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 이 사회의 공기가 우리 아이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본드를 마시고 환각 상태에 빠진 뒤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가 다행히 목숨을 건진 재학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재학이는 강요된 학교 생활이 싫었다. 그래서 학교 가라고 다그치는 부모와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자퇴를 하고 본드를 흡입하다 적발되어 보호감호 처분을 받기에 이른다.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아요."
"왜 학교에 다니기 싫지?"
"하기 싫은 것을 자꾸만 강제로 시키니까요. 그리고 안 하면 야단 맞아야 하니까요."
공부해야 할 의무, 말 잘 들어야 할 의무만이 주어진 아이들. 왜 아이들에게는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도 되는 권리 따위는 없는 것일까.
이 책 <서른 일곱 명의 애인> 안에는 재학이처럼 비틀린 기성세대의 의식과 공교육 환경 속에서 상처받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과 그들을 보듬고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재학이처럼 본드와 자퇴로 얼룩지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폭력과 가출, 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억압받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를 증오하고 세상을 증오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의미조차 잃어버리고 좌절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좌절과 고통은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 세대를 길러낸다는 교육의 숭고한 이념을 좇아 교단에 섰지만 현실의 벽은 이상을 무너뜨릴 만큼 높고 견고했기 때문이었다.
교사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학습활동을 가로막는 구태의연한 학교 조직의 폐쇄성과 보수성,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심한 회의를 몰고 오는 각종 교육 현장의 문제들. 이런 문제는 부모라고 해서 비켜갈 수는 없다.
자신들의 어긋난 과거를 자식들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부모의 욕심과 어긋난 기대감, 이해와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와 억압으로 일관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제 꿈의 날개를 꺾이고 원치 않는 미래를 향해 힘겨운 달리기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구조.
지은이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이해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이 모순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1981년에 교사 생활을 시작해 1989년 전교조 활동을 이유로 5년간 해직되었다가 다시 교단에 돌아와 1999년 현재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만큼 교육 현실과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는 지은이의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부적응아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지원활동 기금'으로 적립해 전문 교사의 양성과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