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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조선일보>를 보면 소름이 끼친다. 저 유신 시대와 5공 시절의 참혹한 기억 때문이다. 그때 나는 조선일보가 보여준 정론을 가장한 무참한 언론의 사도(邪道)를 목도하고 확인하면서 진실 호도와 왜곡의 놀라운 현실적 효과에 수없이 절망하며 비탄에 젖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조선일보에 대한 탐구 의지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아주 일찌감치 조선일보의 정체나 본질을 알아버린 셈이다.
우리 인간은 현실적으로 수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오해와 편견의 숲은 우리네 삶의 주변에 참으로 무성하다. 그 중의 하나가 조선일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다.
우리 국민들은 오랫동안 조선일보는 '민족지'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제에 대한 극진한 아부와 봉사에도 불구하고 물자 절약 방침에 의해 단행된 폐간 이력을 뻥튀겨서 진실을 호도한 것이 그대로 국민들의 뇌리에 손쉽게 주입되어버린 탓이다.
조선일보의 놀라운 친일 이력으로 보면 그야말로 허구일 수밖에 없는 '민족지'라는 가면은 또 손쉽게 '정론지'라는 이상한 등식을 국민들의 뇌리에 주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아마도 조선일보가 전두환 정권에 빌붙어서 발행부수 확장에 성공, 4위에서 1위로 뛰어오르는 등 최고 거대 언론으로의 성장을 구가하게 된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중들은 우선 사물의 덩치를 보고 그를 판단하며 그 동물적인 '힘'을 신뢰하는 단순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최근 <한겨레> 신문은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우리나라 보수 언론의 대표격인 족벌 신문들의 정체와 본질을 명확히 해부하는 대기획기사를 연재한 데 이어 마지막으로 언론 개혁 해법을 제시하는 기사들을 실어 큰 호응을 얻었다.
그 기사들 가운데서 조선일보가 가장 많이 도마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거대 권력을 형성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오늘의 권력 횡포 실상들이 적나라하게 폭로된 데 이어 일제 시대 일제에 비굴하게 아부하고 봉사한 참혹할 정도로 추악했던 과거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게 되었다.
나는 이미 월간 <말>지를 통해서도 훤히 알고 있는 사항이었지만, 그런 부끄러운 민족 배반의 과거를 지니고도 조선일보가 '민족지'임을 강변하는 그 뻔뻔스러운 후안무치에 다만 망연자실할 뿐이다.
한겨레신문의 과감한 대기획기사를 보면서 나는 조선일보 독자들도 한겨레신문의 이런 기사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일보식 보수 관념이 똬리처럼 응고되어 있는 독자들이야 크게 반감을 갖겠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 독자들은 인식 세계의 너르고 바른 확대를 얻게 될 수도 있을 터이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나는 일찍이 조선일보 독자들이 한겨레신문을 소화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민주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균형 잡힌 종합적이고 탄력적인 가치관을 형성해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왔는데 다시금 그것을 뼈아프게 반추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조선일보를 극복해야 한다. 이것은 조선일보를 타도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족벌신문 조선일보로 하여금 거대 언론의 오만함에서 벗어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 언론의 정도를 걷도록 유도하자는 얘기다.
나는 조선일보를 보면 혐오감과 어처구니없음에 너무 괴롭다. 거짓, 가식, 모순, 당착, 편협, 왜곡, 굴절, 오만, 딴죽, 몰이성 등등의 단어들이 다 모여들어 내 뇌리를 어지럽힌다.
조선일보 주요 필진들의 글을 읽을 때는 거대 언론사의 고위직에 있는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싶고, 그 천박함과 유치함에 혀를 차게 되는 경우도 많다.
반성할 줄 모르는 취약한 우리 국민성을 계속적으로 유도, 고착화시키는 일에도 큰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지는 조선일보는 일본이나 미국을 북한과 함께 지칭할 때도 꼭꼭 '일북', '미북'이라고 쓴다.
그것은 극단적인 반공주의의 한 표현이기도 하면서 치졸한 사대주의의 반영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오늘날 조선일보가 견지하고 있는 가장 큰 맹점은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른다는 것이고, 지나친 사대주의와 극우적인 수구 논리로 남북 대화를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먼 역사의 눈으로 보면 또 한번 민족에게 죄악을 저지르는 짓이다.
최근에 내 개인 홈피 <글나라>에 '안티조선'이라는 이름의 '주막'을 신설했다. 조선일보에 대한 작가로서의 나의 태도를 좀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여러 지면에 썼던 조선일보 관련글들을 모두 모아 게시해 놓았다. 도합 48개의 주막 중에서도 눈에 잘 들어오는 간판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그 주막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께 방문 일독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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