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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부산지부(지부장 황세봉)가 주미철 부산본부 등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부산진경찰서에 1년을 기한으로 한 집회신고를 하고도 집회를 열지 않아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노조는 지난달 31일 '주한미군이 생활터전인 한국인들의 생계'를 이유로 '미군철수를 반대한다'며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대구, 의정부 등 전국 11개 도시 14개 미군부대에서 일제히 집회 신고를 냈다.

특히 부산의 경우, 한국인노조 부산지부가 이번 달(8월)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하야리아 부대 앞 집회신고를 미리 내 시민단체들로부터 집회를 막기 위해 주한미군의 사주를 받은 '위장시위'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가운데 집회 첫날인 오늘(1일) 하야리아 부대 앞에서는 아무런 집회도 열리지 않아 시민단체들의 의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주미철 부산본부 리인수 공동의장은 "집회신고를 한 노조 총무라는 사람에게 연락해 봤더니 집회 내용, 규모도 잘 모른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는 이번 집회신고가 분명히 시민단체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조작된 '유령시위'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늘 집회 장소로 예정된 부대 정문에는 "전쟁을 원하십니까, 평화를 원하십니까", "앞으로 33조원이 더 필요합니다" 등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어 이번 집회가 단순한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리 의장은 "집회의 목적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것이라면 왜 그런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고 있었겠느냐"며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 신고를 받은 부산진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첫날 집회가 열리지 않아 신고자에게 확인해 본 결과 이번 주까지 미군부대 한국인들의 휴가라 집회 개최에 어려움이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3일)부터 집회가 가능하겠지만 그 전에는 힘들다는 말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행법상 집회가 신고제이기 때문에 1년 기간의 집회신고를 내도 경찰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기간이 너무 길어 행정지도를 하겠지만 막무가내로 집회 신고를 낼 경우는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집회 신고를 한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되어 있다.

부산진경찰서는 "한국인노조가 41년 전통을 가지고 전국적으로 1만8천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큰 노조로 알고 있다"며 "부산지역에도 400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것으로 돼 있으며, 노조측에서는 앞으로 50여명씩 매일 돌아가며 집회를 열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주미철 부산본부에서는 이번 집회가 명백한 '유령집회'임을 주장하며 이미 집회신고가 끝나 불법집회가 되더라도 지난 4월부터 추진해 온 수요시위를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주미철 부산본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지난 달 31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주한미군은 유령집회 신고를 거두고 즉각 철수하라! 

부산 지역 1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월 4일부터 미 하야리아 부대 폐쇄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주미철 1인 시위와 수요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번호판 없는 미군 차량을 적발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에도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집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집회를 주한미군 측이 합법을 가장하여 조직적으로 막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부대 내 한국인 노동조합 명의로 오는 8월 1일부터 2002년 7월31일 까지 '대책 없는 미군철수 반대와 주한미군 업무 하청반대'를 위한 집회를 자기들 부대 정문 입구에서 매일 아침 해뜨는 시간부터 해지는 시간까지 1년 내내 개최한다고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집회가 허위 유령집회라는 강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 우선 주한미군 하야리아 부대 노동조합 총무라는 사람이 8월 1일 집회에 누가 얼마나 나가고, 어떻게 진행이 될 건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부장이 와야 집회의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한미군 노조 간부의 말에서도 짐작이 되듯이, 이번 건은 하야리아 부대 측이 뒤에서 조종한 의혹이 있는 것이다. 집회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노동조합 총무가 아무 것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더 규탄 받아 마땅한 것은 이러한 일이 부산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울, 부산, 대구, 경기도 등 전국에 걸쳐 있는 주한미군 부대 정문 앞에는 집회신고가, 미군부대 내 한국인 노동조합 명의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신고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로 미루어 짐작컨데 이는 특정 단위 부대의 결정이 아니라 <주한미군사령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합법적 집회 마저 깔아뭉개려는, 그렇게 하여 다시는 미군부대 앞에서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막아 보겠다는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주한미군사령부> 측의 이러한 주권 침해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를 분쇄하는 길은 주한미군을 철거하는 길 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다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주한미군의 환경범죄가 또 다시 크게 늘고 있다. 엊그제는 용산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인해 주변 땅과 지하수가 회복 불가능 할 정도로 오염된 충격적인 사실이 환경단체에 의해 밝혀졌다. 

이 뿐만 아니라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는 기름 유출로 인한 식수원 오염사건이 발생했었고, 한강에 독극물을 버리는 작태마저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 주한미군이다. 
이러한 일은 앞으로도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강산이 주한미군으로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은 이 나라를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는 미국의 물리력으로 작용하면서 이 땅의 많은 국민들을 대북·반공물신주의로 물들여 민족끼리 싸움을 하도록 부추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지난 50여 년 동안 숱한 범죄를 저질러왔고, 그것도 모자라 핵무기를 통해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협박을 일삼으면서, 이 땅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불리게 하는 데 일조한 집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한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주미철 부산본부를 비롯한 부산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투쟁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전쟁을 막고 주권을 찾기 위한 의로운 싸움인 동시에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는 애국·애족 행위인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이러한 투쟁을 얄팍한 허위 유령집회로 막아보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을 보니 주한미군의 명줄도 다 된 모양이다. 

주한미군에게 경고한다. 이 땅에서 전쟁할 마음이 없다면 당장 보따리 싸들고 미국으로 돌아가라. 

그대들이 있을 곳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수많은 약소 민족의 피로 얼룩진 '저주의 땅' 아메리카이지, 아름답게 빛나는 금수강산 한국이 아니다. 
주한미군은 유령집회 신고를 거두고 당장 미국으로 돌아가라! 

U.S. TROOPS OUT OF KOREA!! 

주한미군 철거하는 해 200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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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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