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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작(Razak) 씨는 두 아내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올해 42세의 가장이다. 고개숙인 남정네들이 들으면 귀가 번쩍 뜨이는 뉴스임에 틀림이 없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은근히 복받은 사람이라고 호기심이 당기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이 아닌 무슬림 국가 말레이지아의 이야기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무슬림 국가에서는 일부다처제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교리상 4명의 처를 인정하지만 두번째 결혼을 하려면 정부인(첫째부인)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요즘은 4명의 아내를 거느린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2명의 아내와 사는 사람들은 가끔씩 찾을 수 있으니, 라작 씨는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 그런 경우는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명의 아내와 살더라도 그 아내들이 모두 한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살게 되어 있는 데 반해 라작 씨는 한 집에 두 아내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두 아내에게서 14명의 자녀를 얻었다. 이 또한 말레이지아가 다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많은 편이다.
그는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쿠알라 필라'란 시골에 살고 있다. 성장한 자녀 몇은 독립해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10명의 자녀가 그와 함께 살고 있다.
독립한 자녀들이 근처의 공단에 취직하여 자기 벌이를 하고 조금씩 보태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살기는 어렵다. 라작 씨가 근처 농장에서 일하는 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하려니 여유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 집 마련을 못하고 부엌과 방이 함께 붙은 움막 같은 단칸방에서 두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라작 씨의 내집 마련
그런 그가 요즘 싱글벙글 무척 기분이 좋아졌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내집 마련을 했기 때문이다. 집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웃을 작은 집이지만, 예전에 살던 집과 비교하면 정말 훌륭하다 할 방2개와 제법 큰 거실이 딸린 집을 말이다.
그리고, 집들이때 오랜만에 동네 사람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면서 그 동안 신세진 것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이 집을 마련한 것도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농장에서 일하는 수입으로는 하루하루 생활하기도 힘들어 내집 마련은 정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생활해 왔는데 우연한 기회에 사회복지단체에서 이 사실을 알고 이웃공단에 진출한 모 한국기업 현지법인에 지원 여부를 부탁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직원들이 성금을 모은 것은 물론, 근무교대에 맞춰 조를 편성하여 2달간 일요일도 없이 직접 벽돌을 쌓는 품을 팔아 집을 지을 수 있었다.
근처의 공사장에서는 자재를 지원해주었다. 집 내부에는 회사에서 쓰다 남는 카펫을 깔고 소파, 찬장 등도 하나씩 배치를 하다 보니 집안이 제법 번듯해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방신문에서도 보도를 하고 회사의 방송센터에서도 찾아와 취재를 함으로써 평소 마을과 한참 떨어져 적막함이 감돌았던 그의 집에 갑자기 활기가 감돌았다.
준공식하는 날의 결심
준공식을 하던 날에는 이 업체에서 음식비용뿐만 아니라 차량, 천막, 의자, 마이크 등 세세한 항목까지 체크하여 빈틈없는 지원을 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주민들을 초대한 제법 거창한 집들이 자리를 마련했고, 취직한 그의 자녀들도 모두 불러들여 정말 오랜만에, 새로 지은 집 앞에서 좌우에 두 아내를 앉히고 전 가족이 모인 가족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그의 결심을 밝혔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정말 전 가족이 편안히 모일 수 있는 더 큰 집을 마련하겠고, 이름만 들었던 먼 한국의 기업이 나를 도와주었으니 나도 남을 도우며 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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