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 아암" 해목이의 하품에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순하디 순한 우리 딸이라 배고플 때 외엔 보채지도 않고, 혼자 옹알이도 잘한다. 하지만 2주만에 그것도 새벽녘에 찾아온 아빠가 낯설었는지 잠을 깬 해목이는 한참이나 잠도 자지 않고 보챘다.

손가락 발가락을 뺨에다 대어보고, 롱다리 되라고 '쭉쭉이'도 시켜주고, 젖병도 물려보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해목이와 함께 있는 이틀동안 그 동안 못 다했던 아빠의 역할을 다하려는 나의 마음은 온통 미안함뿐이다.

아내의 수고를 들어준답시고 서툰 손놀림으로 아기의 주변을 얼쩡대는 큰아들이 어머니는 영 불안하신 모양이다. 결국 "애기는 이렇게 안고, 머리는 이렇게 받쳐야지" 어머니께서 한 수 가르쳐주신다.

아기와 함께 있던 황금같은 주말도 금방 지나가 버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할 일요일 오후가 되자 아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젠 헤어지는 것도 익숙해질 때가 되었지만 나를 떠나 보내는 아내는 항상 눈물을 머금고, 아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이젠 아내뿐만 아니라 예쁜 해목이의 얼굴까지 눈앞에 아른거리니 마을 입구까지 나오는 동안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떠나오면서 다음에 내려올 날이 언제인지 손으로 꼽아보는 것도 이제 버릇이 되었다.

길을 가다가 또래 아기들을 보면 괜히 가슴이 미어지고, 해목이가 생각나는 것도 아빠가 되고 나서 생긴 증세다. 생각 같아선 직장이고 뭐고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지만 우유값을 벌어야 하는 것도 아빠가 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역시 예정대로 척척 맞아들어가는 일은 잘 없는 법이다. 내려가기 며칠 전에 해목이를 업고 마을 앞 들판을 거니는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

결국 일이 생겨 한 주를 건너뛰고 3주만에 집에 가게 되었다. 얼마나 컸을지, 아빠 얼굴을 알아볼지, 이제 눈을 맞추는지 온통 궁금한 것뿐이다. 이번에 내려가면 꿈에서처럼 아내와 해목이와 함께 이제 이삭을 내밀고 여물어지고 있을 초가을 들녘을 걸어볼 생각이다.

"해목아. 아빠 이번 주에 갈께."
오늘 밤에도 예전에 꾸었던 꿈을 꿀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애를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알지." 항상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이젠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애가 애아빠가 되었다며 놀리지만, 친구들의 농담도 피식 웃고 넘기며 "너도 얼라가 생겨봐, 어른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라며 되받아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를 겁니다. 해목이 아빠가 된 제 마음을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