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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감상'하면 뭔가 고급스러운 전시관이나 미술관을 찾아야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거리감은 '미술작품감상'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고상한 문화라는 생각을 더욱 강화시켜 결국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로 미술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가게 만든다.
이렇게 미술이 전시관의 액자 속에 갇힌 채 관람되는 문화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작가들이 있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 그림과 작품을 들고나선 새내기 미술작가들, 충남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서양회화를 전공한 20여명의 젊은 작가들로 구성된 'culture in action'이 그들이다.
올해로 3번째 그룹전시를 하고 있는 이들이 지난 2년간의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며, 철저히 그림을 감상하도록 강요하는 공간인 갤러리에서의 전시'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찾아가는 전시'를 위해 갤러리대신 카페를 선택한 것이다.
"전시장은 그림이 걸려 있고, 그림들이 감상자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일방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시관에 걸려져 있는 기다리는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관람자의 수는 매우 제한되어 있고 적다.
게다가 잘못된 우리의 미술교육으로 인해 그림이란 풍경화, 인물화, 정물화, 정도만 알아볼 수 있는 또는 위대한 미술이고, 추상미술, 나아가 여러 매체와 형식을 빌어 표현되는 현대미술은 어렵고 난해한 미술이라는 생각 때문에 전시장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그렇다면 그림이 관람자를 찾아가는 전시는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 끝에 우리는 이번 전시 장소를 '까페'로 결정했다. 까페란 따뜻한 차 한잔과 잔잔한 음악, 사랑스러운 친구만 있다면, 누구든지, 마음을 열고,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화제를 풀어나가는 곳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그림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고, 같이 즐길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장소인 것이다."
민중미술에서는 그것이 그 존재이유이기도 하기에 굳이 안락한 전시공간을 찾거나 기다리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순수미술(이런 분류가 타당하지는 않겠지만, 뜻을 전달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이 단순한 전시공간의 개념을 넘어 생활공간으로 나온다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다.
물론 미술사에서 비 전시적 공간에서 전시의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19세기말, 20세기초의 많은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그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다다(Dada)'이다. 1차 세계대전 전후에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문학, 미술, 음악, 연극, 무용)이 까페 '볼테르'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그들 시대의 혼란과 당혹감, 환멸감을 종합예술의 성격으로 각 분야의 전위적인 실험을 했던 것.
그 실험들로 인해 현대 예술은 장르간의 장점을 교류하여 현대미술의 범주를 확장했으며, 그러한 전위를 향한 움직임은 가속화되어 오늘날 우리 시대 문화의 모든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탈장르' '포스트모더니즘'을 낳게 되었다고 한다.
이 전시그룹의 대표인 박혜정 씨 이야기를 들어보자.
-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나?
"문화카페를 지향하는 이 곳 '부드러운직선'의 기획과 갤러리 전시에 대한 우리들의 문제의식이 서로 일치해서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5-6개월밖에 준비하지 못해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
- 카페에서 전시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나?
"그림이나 작품을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인 갤러리에 비해서,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카페, 문화공간으로서 자체의 공간적 특성이나 조건들이 제한이 많았다. 예를 들면 조명이라든지...
그러나 첨부터 어떤 완결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일상공간에 들어와서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자연스럽게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좀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해서 관람객들에게 충격적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 카페에서 그림이나 작품을 전시한다고 해도 관람객들이 여전히 작품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어려워하고 즐기지 못하지 않겠나?
"그건 장소문제로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작품을 다 알려고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와 만나고 작가와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건 많은 기회와 관심, 참여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고, 바로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보통의 갤러리 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해설집(작가들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동기나 의도, 작품구상과정의 스케치 등이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는 책자가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다)을 만들어 좀더 작가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일반인들이 느끼는 그림이나 미술에 대한 거리감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분야와 비슷하겠지만, 서양미술이 한국적인 정서와 토양에 맞게 정착할 틈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적 특수성, 유교적 관념 이런 것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미술교육 등에도 원인이 있겠고..."
- 이번 전시주제가 '삼키다'인데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20여명의 젊은 새내기 작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주는 것을 제일의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일정한 장르의 제한을 두어 작가의 개성에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두기보다는 각 작가의 다양한 예술세계를 자신의 조형언어에 가장 적합한 장르의 표현형식을 빌어 표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는 1, 2회 전시때와는 다르게 평면, 설치, 사진, 판화, 설치, 컴퓨터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시회의 부제인 '삼키다'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결정된 것인데, 일종의 잡식성,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괴물 같은 이미지를 표방한 것이다."
- 일반인들이 그림이나 작품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자세나 방법이 있다면?
"한마디로 '느껴라'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내 그림과 작품을 통해 내가 거기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가와 대화한다고 생각해 보라. 말이 아니라 그림이나 작품이라는 의사소통 방법으로..."
- 카페 전시에 대해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서 반응은 각각이겠지만 어떤 이는 여자화장실에만 전시해놓은 작품에서 남성으로서의 서운함을 표현한 사람도 있고, 어떤 이들은 그저 이 까페의 이벤트의 일부라고 여기기도 한다. 또한 전시를 미리 알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차 한잔의 여유와 새로운 분위기의 전시공간에 도취되기도 한다.
전시를 모르고 오는 손님인데도 화장실에 있는 작품조차도 신경을 쓰며 반응을 표현하는 관객과 이벤트적으로라도 전시를 느끼고 기억해주는 관객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라고 보며, 나아가서 우리의 전시가 중후하고 묵직한 감동보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눈에서 뇌로 전해지는 산뜻한 전율로 남는 듯해서 좋다."
- 카페손님이나 관람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전시 기획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가까이 느끼기를 바라며, 동시에 다양한 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여러분은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을 듣는 동시에 혹시 머릿속에는 빨간 비단이 깔린 탁자 위에 먹음직스런 과일이나 여인의 아름다운 나신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지 한번쯤 자신의 머리를 의심해 보라.
그러나 미의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 아름다움, 추함, 비장함, 두려움, 거침, 잔인함... 이 모든 것이 이미 미의 사전에 등록되어 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개개의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또한, 그들이 추구하는 미감은 어떤 것인지 하나하나 생각해 본다면, 따듯한 차 한잔과 같이하는 그림 감상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8월.25일부터 시작되어 9월 10일까지 충남대 근처의 문화카페 '부드러운직선'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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