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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최근 노점상 단속과정에서 운명을 달리한 노점상 아버지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물건 파는 것이 어떤 죄이길래 사람까지 죽여야 하는지 그 아들은 더욱 알지 못한다.

하루아침에 아버지의 주검을 맞이했던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의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고 있지만, 정작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국가를 상대로 한 개인의 힘은 미약하다는 것을 한 없이 느끼고 있다.

노점상 단속 과정에서 상인 사망 - 윤성효

"우리의 문제이지만 내 문제는 아니다" - 노점상인들 개인생계대책마련 극급

고 박철이(54) 씨는 지난달 7일 밀양시 내외동 5일장에서 자신의 노점을 강제철거하는 밀양시 공무원과 각 읍.면 공무원 250여명과 좌판을 뺏고 당기는 과정에서 쓰러져 병원입원치료 중 사건 5일만에 결국 사망했다.

이에 대해 진주노점상연합 서지은 사무처장은 "노점상인 사망과 관련, 연합회측의 진상규명과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몇 차례의 집회가 있었다"고 전하고 "이에 대해, 밀양시는 오는 27일까지 시한을 두고 '지켜보겠다'고 전해와 현재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 사무처장은 또 "다음 5일장이 열리는 11월 2일 밀양시가 다시 노점상을 상대로 강제 철거를 집행할 경우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유가족들의 참여가 없어 적극적인 행동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유가족은 나름대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고 박철이 씨의 아들 박진욱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아버지와 같이 장사를 했던 사람들도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모두 자리를 피하더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아버지의 죽음이후 노점상연합과 많은 노점상인들이 집회도 하고 그랬지만, 밀양시의 '(남 죽은 일에 관여하지 말고) 당신 자신들 살 궁리나 하라'는 말에 무일푼인 노점상들은 자신들의 생계유지에 급급한 것같다"고 말하고 "정작 도움을 요청하면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는 말하면서도 이 일(고 발철이씨 사망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일처럼 나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섭섭함을 표했다.

노점상인들의 문제라는 것은 인식을 하면서도 직접적인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과 자신들의 생계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맞물려 적극적인 해결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다. 현행법상 노점상은 불법이므로 자신들이 아무리 나서봐야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팽배한 실정이다.

'좋은 게 좋은 것' 회유 받기도

이같은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교육청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 씨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유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압력이 들어오지는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씨는 머뭇거리며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노점상을 강제철거했던 사람들도 공무원이고 너도 공무원인데 그냥 넘어가라'는 식의 말은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검찰과 경찰 "시체도 국가 것"

박 씨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 박 씨는 "현재 경찰은 아버지의 죽음이 고혈압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가족들도 몰랐던 사실이며 아버지도 건강했다"며 경찰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살아 생전에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약국이나 병원을 찾은 일도 없었는데 무슨 고혈압이 사망의 원인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박씨는 또 "한국 성인남성치고 고혈압없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아버지에게 고혈압증세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죽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정부가) 죽을 정도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쓰러져 5일동안 병원을 전전하는 도중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경찰은 아버지가 사망하자 이에 대한 명백한 무고를 밝히기 위해 과잉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아들 박 씨의 주장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날 밀양결찰서의 의뢰를 받은 창원지방검찰 밀양지청 검사와 형사 여러명이 장례식에 들이닥쳤습니다. 그들은 '시체는 국가 것'이라며 부검을 위해 시체를 인수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시체를 인수해갔습니다. 어머니가 실신할 정도로 몇 시간 몸싸움 끝에 시체를 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힘 있습니까? 법이 그렇다는데...."

경찰이 고 박철이 씨 사망과 무관하다는 것을 명백히 하기 위해 서둘러 부검을 실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밀양경찰서는 사건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과수 부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아버지의 죽음 결과를 유가족이 모르면 누가 알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경찰조사에 대한 강한 의심을 나타내고 "경찰은 이 달 말까지 수사결과를 알려 주겠다는 말만 전해왔다"고 말했다.

"개인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죽은 사람만 억울하죠"

차후 계획에 대해 박 씨는 "경찰측 사건조사결과와 국과수의 부검결과가 (피해자측에) 유리하게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당시 가해자인 공무원 4명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만일 아버지의 죽음이 단순히 고혈압에 의한 것이라는 등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어쩔 수 있겠냐"며 나약한 개인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박 씨는 "돈도 없고 힘도 없는 한 가난한 개인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하소연하고 "'한국은 이런 나라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전국노점상엽합 "노점상 단속 용역에 문제있다"

이처럼 박철이 씨의 죽음을 비롯해 정부의 과잉진압으로 노점상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국노점상연합의 최인기 사무처장은 "현재 노점상관련, 특별히 정해진 법도 없는 상태임에도 무허가라는 이유로 정부는 식품위생법과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노점상을 단속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국제대회를 앞두고 미관상의 문제를 이유로 노점상을 단속하기 보다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사무처장은 또 "지난번 해병전우회의 고속도로 휴게소내 노점상 과잉단속에서 볼 수 있었듯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전하고 "또한, 최근 노점상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적게는 1-2억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을 써가며 용역을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점상 단속을 위한 용역비용을 오히려 복지나 고용창출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최 사무처장은 노점상을 마치 범죄의 온상인양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최 사무처장은 "물론 노점상의 역기능도 있으며 또, 폭력배나 관련 공무원과 결탁된 노점상도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일부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대부분의 생계형 노점상인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보도는 시정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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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2000년 2월 15일부터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모바일팀에서 오마이뉴스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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