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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시내 사회복지관 관장 10명 중 네 명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인 것으로 밝혀졌다.

10월 18일 서울시의회가 개최한 사회복지관 운영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시정개발연구원 김경혜 선임연구위원은 "2000년 12월 기준으로 시내 84개 사회복지관 중 35.7%인 30개 복지관의 관장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규모가 작은 복지관의 경우 66.7%가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회복지관장 중에서 사회복지사의 비율이 낮은 것은 보건복지부가 만든 '사회복지관 설치/운영 규정'에서 직원의 자격기준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복지관에 배치해야 할 직원과 그 자격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즉, 사회복지관에는 관장, 부장,
과장(선임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 등을 배치해야 하고, 이들의 자격기준으로 사회복지사의 자격과 경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하위직급인 사회복지사는 반드시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로 임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선임사회복지사와 부장 그리고 관장은 교사나 공무원 경력자도 임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아닌 사람을 '선임' 사회복지사라고 부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는 학교에서 교사는 반드시 교사자격증을 소지해야 하지만, 주임교사와 교감/교장은 교사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발상과 같다.

현재, 사회복지관의 관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다섯 가지 기준 중에서 하나만 충족시키면 된다. 즉, "1.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사회복지사업에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2. 사회복지관 또는 사회복지관련 단체에서 부장급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한 경
력이 있는 자, 3.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 6급직 이상으로 사회복지분야에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4. 교사자격증 소지자로서 해당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 5. 기타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법인이사회에서 인정한 자"이다.

사회복지관이 학교의 부속기관이 아니고, 공무원이 순환근무를 하는 기관도 아닌 이상 교사와 공무원경력으로 복지관의 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기타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법인이사회에서 인정한 자"란 모호한 규정을 이용하여, 사실상 법인이 누구나 관장, 부장, 과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관'이라 함은 지역사회 내에서 일정한 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지역사회복지'를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시설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관을 운영할 때에
는 지역성, 전문성, 책임성, 자율성, 통합성, 자원활용, 중립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관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관장을 법인이사회가 사실상 누구나 임용할 수 있도록 방임한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대부분의 복지관을 정부나 주택공사가 지어서 사회복지법인 등에 위탁하였고, 복지관 운영비의 상당액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를 제외한 모든 간부 직원을 비사회복지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방치한 국가의 직무유기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 보건복지부는 어떤 입장인지 알고 싶다. 복지관지침에 따라서 해당 법인이 관장 등을 임용한 것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법령과 행정지침에 따라서 일할 수 있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도 모두 '사회복지사'로 임용하는 상황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고 사회복지를 실천해야 하는 사회복지관의 관장 등을 비전문가로 임용하는 것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관 설치/운영 지침'을 고쳐서 관장 등을 반드시 사회복지사로 임용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관의 관장 중에
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는 대학이나 전문연수기관에서 재교육을 받도록 경과 규정을 두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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