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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부터 열린 2회 대구단편영화제가 오늘(4일) 오후 8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5일간의 영화제 일정을 마무리한다.

지역의 영상제작 활성화를 기치로 내건 대구단편영화제는 첫 해였던 작년에 15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된 데 이어 올해는 총 230여 편이 출품돼 한층 풍부해진 영화제를 선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쟁 부문 중 본선 부문 외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제작된 '애플 시네마'(Apple Cinema) 부문을 설치, 지역에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영상 제작자들의 활로를 터주는 구실을 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구단편영화제는 지역에선 쉽게 만나볼 수 없어 단편영화에 목말라했던 지역의 영화 애호가들에겐 단편영화를 만날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만하다.

하지만 아직도 자치단체의 지원 부족과 영화 애호가들의 영화에 대한 '편식'으로 인해 열악한 재정문제와 대중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내 지역에서 명실상부한 영화제로 자리잡기엔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를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한 대구단편영화제 남태우 사무국장을 만나 영화제 이야기와 지역의 영화문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영화제를 여는데... 소감을 한 마디 한다면...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몇 % 안되겠지만 과연 우리가 할 수 있겠는가 많은 우려를 했었다. 하지만 하나의 행사라기보다 영화를 대구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끌어 내 보이려고 했다. 다행히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다시 열게 되면서 남들에게 결국 '해냈구나' 하는 확신을 준 점에서 만족하고 싶다. 또 재정 상황이 열악한 가운데 열렸지만 대구지역 영화발전에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보람이 된다."

대구단편영화제 남태우 사무국장
ⓒ오마이뉴스 이승욱
- 영화제가 현재는 지역별로 '우후죽순'격으로 생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단편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다른 차별성이 있는가?
"규모 상으로 따지면 다른 지역의 국제영화제와 비교하긴 어렵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에도 6회 째를 맞으면서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다른 영화제들이 그다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영화에 대한 대형 이벤트 화에만 신경을 썼지 영화 자체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고 본다.

이에 반해서 대구단편영화제는 같은 영화제이지만 순수하게 민간이 주도하는 영화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시나 영화협회 등의 협력을 조금 받긴 하지만 거의 독자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의미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재정적인 열악함 속에서도 경쟁 형식을 띈 것이 '무모한 시도' 일 수도 있지만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우리 영화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작가들이 사랑하는 영화제'라고 했는데, 심사방법이 독특하다고 들었다.
"기존의 영화제는 심사위원을 위촉해서 경쟁 부문 영화를 심사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심사 결정이 난 후 각종 불협화음을 생겨나게 했다. 우리는 단지 잔치판을 벌여놓는다는 입장에서 관객과 작가가 자유롭게 만나는 장을 마련할 뿐이다. 그래서 심사위원을 외부에서 위촉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관객과 작가가 함께 교류하며 평가한다. 그리고 감독들이 직접 자신들의 작품을 놔두고 평가를 하게 되면서 작가 자신들이 책임지는 영화제가 된다."

- 현재 지역별로 열리고 있는 영화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관이 주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마인드'가 없이 준비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부산영화제의 경우에는 그나마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관에서 간섭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부산영화제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영화제를 관이 주도하게 되면서 영화제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탓에 영화제를 치적 쌓기용으로 이용한다든지, 인사문제에 불공정한 점, 잔치만 크게 벌이는 것 등 각종 문제가 생기게 된다."

- 앞으로 대구단편영화제가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주제성 없이 영화제를 만들어 국제영화제로 판만 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상황이 된다면 대구단편영화제 역시 국제영화제로 만들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규모가 있는 영화제보다는 내실 있는 영화제가 돼야 한다. 작가가 인정하고 조그만 극장에서 상영하더라도 수준 있고 내실 있는 영화제를 만들 것이다."

- 평일인 탓도 있지만 관객의 부족 등 대구단편영화제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 같은데...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끈질기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할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제가 기존에 가졌던 고유한 내용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지켜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대구독립영화협회가 만들어져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에 대해 설명한다면...
"작년 3월에 만들어졌다. 대구지역에서 영상산업의 활성화를 만들었다. 우선은 단편영화제를 제작하는데 힘을 쏟고, 정기적으로 영화 상영회도 가지고 영화를 진단하는 자체 세미나도 가진다. 또 배급과 상영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영상포럼'을 기획하고 있다."

- 지역의 영상산업을 위해 관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영상산업에 대한 접근을 잘해야 한다. 단지 남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영상산업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퍼블릭 미디어'(Public Media) 센터를 만들어 일반인들이 영상산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만들어진 영상에 대한 배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단편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을 건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인력 부문에 대한 공급이 필요한데 관련 영상학과를 신설해서 젊은 영상 인력들이 계속 배출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한국영화의 새로운 전성기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는데... 또 지역의 영화 문화에 대해 관객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보편적인 문제이지만 지금의 관객들은 장르의 편중화가 심각하다. 그리고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치중이 높다. 극장들도 이런 영향으로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특히 대구지역은 상업영화에 대해서 편중이 다른 타 도시에 비해 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예술영화가 재미없긴 하지만 다양한 영화에 대한 흡수가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영화산업에 대한 기대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영화제 상황은 대구단편영화제 홈페이지(www.diff.or.kr)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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