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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봉에서 삼신봉을 거쳐 연하봉으로 연결되는 능선길은 조망이 뛰어난 반면 오르내림이 심한 편이다. 연하봉 바위에 걸터앉으니 산새들은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이리저리 날고 기암괴석은 주목과 고사목을 거느리고 비경을 빚어낸다. 운무는 산허리를 휘감아 흐른다. 신선이 놀다가는 연하선경이 바로 이곳이구나! 잠시 황홀경에 빠졌다가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옮긴다.

연하천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아가씨 3명이 장터목을 눈앞에 두고 지친 듯 다리를 주무르고 있고 서울,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처에서 온 산꾼들의 단독 종주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힘들게 올라오는 등산객들의 배낭을 건드려 균형을 깰까봐 먼저 비켜선다. 인사를 나누며 여유있게 걷다보니 어느 듯 장터목에 도착했다.(17:10) 주능선 13.3 킬로 구간에 8시간 10분이 소요되었으니 느긋하게 즐기는 산행을 한 것 같다.

안내실에서 예약 확인을 하여 사용료를 지불하고 1층 연하봉실 139번 자리를 배정 받았다. 장터목 산장은 벽소령, 세석산장과 함께 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데 이 곳에서 세 산장 모두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전화 055-973-0399) 화장실은 산장 옆에 딸려 있고 식수는 중산리 하산길 방면 150미터 내려간 지점에 있다. 비누와 삼푸 등 세제 사용을 금한다는 안내를 보고 수건에 물을 적셔 얼굴을 닦으니 뺨이 얼얼하다. 지리산 국립공원 전 구간 세제 사용을 금하고 있었다.

지리산 주능 전 구간이 통화권 이탈지역이다. 산장에서 한 통화에 1000원씩 지불하고 통화는 할 수 있지만 산장이 항상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귀찮은 일이다. 휴대폰을 켜 놓았더니 금새 밧데리가 방전되었다. 밧데리를 갈아 끼우고 전원을 켜니 이곳도 역시 통화권 이탈 지역이라는 표시가 나온다. 산장 뒤편으로 돌아가 백무동 방면을 보고 전화를 거니 어렵게 연결이 된다. 아내에게 그 동안 일정을 설명하고 산행이 끝날 때까지 통화할 수 없다고 안심시켰다. 지리산 주능 구간 중 유일하게 이 지점만 휴대폰이 터졌다.

1층 취사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산장 안으로 들었다. 평일인데도 2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산장은 연하천 산장과 마찬가지로 빈자리가 없다. 내부는 사방이 원목으로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있고 난방도 잘되어 있다. 한켠에는 산악회 단체 회원들의 정담이 오가고 어떤 이는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겨 있다. 라디오를 듣는 사람도 있고 벌써 코를 고는 사람도 있다.

배정 받은 자리에 침낭을 깔고 하루 일정을 정리해 본다. 가을이 가면 매서운 겨울이 닥칠 것인데 누가 이런 자연의 섭리를 거역할 수 있겠는가? 대자연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고 언젠가 한줌의 흙으로 변해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온갖 번뇌는 욕심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자연은 가르쳐 주고 있다. 자유인으로 돌아가 자연에 흠뻑 취한 하루였다. 21:00 취침 소등에 맞춰 일출의 기대감에 침낭 속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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