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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 대구지역 후원회 행사는 최근 민주당의 내부진통을 반영하듯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민주당 당원과 시민 등 2200여 명이 대거 참여해 행사장을 가득 메워 대선 주자로 행보를 걷고 있는 노무현 고문의 '주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9일 오후 5시 30분 후원회 본행사를 앞둔 시각, 대구 그랜드호텔(수성구 범어동 소재) 2층 다이너스티 홀에서는 식전행사로 한 국악단의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고 노 고문은 행사장 입구에서 부인과 함께 후원회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행사장 내에는 노무현 고문의 얼굴이 담겨진 대형 플래카드가 무대 전면에 걸려있었고, 이와 반대 방향으로 참석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뒷면에는 '武鉉(무현) 짱'이라는 이색적인 문구의 녹색 플래카드가 천장 높이 매달려 있었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행사장 내에 배치된 의자 2천여 석이 모두 매워질 무렵인 오후 6시, 후원회 본행사 사회를 맡은 노무현 팬클럽(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이자 영화배우인 명계남 씨가 "대구 동구가 낳은 한국 최고의 명배우"라는 '농'이 섞인 자기소개로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본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선언은 대구지역 후원회 회장인 류연창(서대구신협 대표이사) 목사가 맡았다. 류 회장은 개회선언에서 "지금 국민들은 국민들을 섬길 줄 아는 지도자를 염원하고 있다"면서 "노 고문이 대구에서 시작해 동서화합의 장을 열어나가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안경욱 대구 북갑 지구당 위원장을 비롯해 대구, 경북 지역 민주당 지구당 위원장과 부산, 경남 등지의 위원장이 참석하고 윤덕홍 대구대 총장, 김상근 전 영남대 총장 및 일부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후원회에는 같은 시각 서울에서 긴급하게 열리는 당무회의 일정 때문에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렸던 노 고문의 후원회와는 달리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대거 참석하지는 못했다. 이번 대구 후원회 행사에 참석한 의원은 광주 출신의 민주당 김태홍 의원 한 명뿐.

ⓒ오마이뉴스 이승욱
후원회 행사를 축하하는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김태홍 의원은 과거 민통련 시절과 88년 5공 청문회 당시 노 고문의 행적을 설명하면서 노 고문의 정치역정을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김 의원은 "여러분도 잘 아는 미국의 링컨 전 대통령도 선거에서 패배의 쓴잔을 자주 마셔야 했다"면서 노 고문을 링컨에 빗대어 설명하고 "노 고문은 '떨어지는 미학'을 가진 인물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처럼 그것이 (노 고문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에 이어 축하연사로 나선 새대구경북시민회의 장주효 대표의 축사가 끝난 후 '노무현'을 연호 하는 참석자들의 함성과 함께 이날 후원회 행사의 주인공인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이 연단에 올랐다.

연단에 오른 노 고문은 이날 후원회 행사에 참석한 당원, 노사모 회원, 지역 인사들에 대해 "앞으로 잘 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노 고문은 연설 내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권력교체기 진통 있을 수 있다"..."반드시 민주당 후보 될 것"

노 고문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군부독재에 민중들이 고통받았던 우리 역사의 왜곡은 바로 분열 때문"이라면서 '지역감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러한 분열들이 여전히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공모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최근 당총재 사퇴 등 민주당이 혼란을 겪고 있는 점에 대해 "민주당이 지금 진통을 겪고 있긴 하지만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하고 "어떤 정치권력이든 권력교체기에는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노 고문은 "내년에 1월이나 3월에 전당대회가 열리게 되면 민주당은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은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면 움직이지 못하는 정당이 아니라 책임정당·민주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고 말을 이었다. 노 고문은 "이런 전당대회 등을 통해 반드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노 고문은 지난 9월 부산 후원회에서 한 연설과 마찬가지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귀족출신의 후보"라고 우회적으로 지칭하고, 자신을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서민"이라면서 오는 대선은 "70대 문턱을 막 넘어서는 60대 후반의 할아버지와 젊고 활력 있는 50대 중반의 후보가 대결할 것"이라고 주장해 '이회창 VS 노무현' 구도에 대해 확신했다. 또 영남지역을 공략하고 있는 이회창 총재에 대해 "영남지역을 방문해 지역감정을 자극한 지역분열주의자"라며 비난했다.

또 대선에서 영남지역과 영남 지역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당 후보가 다른 모든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영남지역은 패배할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 후보가 30%를 획득해 이회창 총재의 표를 흔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고문의 연설은 전국 10여 개 지역에서 온 노사모 회원들이 전달하는 꽃다발을 노 고문이 받는 것으로 저녁 8시 무렵 마무리됐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고문의 발언요지

- 대구에서 후원회를 마친 느낌은.
"다음 선거가 동서 구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정치를 영원히 동서 분열로 몰고 갈 것이다."

- '영남포위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영남지역을 포위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제3후보를 기대하는 전략이 거론됐고, 구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민주당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이다. 지역감정을 극복하겠다는 민주당으로는 채택할 수 없는 일이다 명분을 뒤집는 반역사적인 행위가 될 것이다. 나는 영남 포위 구도가 실현되지 않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만날 의향은?
"우리 쪽 후보의 중심이 바로 서고 형성이 돼야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중심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지원 요청을 하는 것은 정치적 의미가 다르다. 우리 쪽에 대한 지지층의 지지가 굳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 최근 민주당 내분으로 정계개편 가능성은?
"이번 사태가 정계개편의 동인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강력한 대통령 후보가 없이는 제3당이 구성될 수가 없다. 가정은 가능하지만 강력한 대통령 후보는 합류할 가능성이 없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 같은 영남지역 후보인 김중권 고문과 협력할 용의는?
"장차 노선과 정책이 동일하다면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영남지역이라고 해서 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검토가 필요하다."

- 전당대회 시점은 언제로 보나?
"지방자치 선거 전에 해야한다. 2단계 전대로 후보선출은 지자체 선거전에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어떤 시기에 한다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 김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미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당원으로서 의사표현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경영하는 사람으로 공조직을 이용해서 개입했을 때는 문제가 된다. 대통령은 다만 '원로'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경선과 관련해서 공식기구를 통해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 권노갑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의도 중요하다."

- 최근 민주당이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개혁세력들과 함께 하지 못했는데... 민주당의 개혁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을 비난은 걱정하지 않나?
"그 동안 오해를 많이 받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변명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동교동계와 많은 세월동안 정면에서 맞서 싸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교동계가) 전당대회 때 내편이 안 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 민주당의 개혁을 바라던 국민들이 최근 민주당 진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은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물론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전당대회를 통해 용해될 것이다. 전당대회가 질서 있게 진행되면 과거의 모습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가 무책임한 모습은 아닌가?
"모든 선택은 양면성이 잇다.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공식적인 통제력을 포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다. 당에서도 부담이다. 당의 상황이 너무 꼬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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