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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 동그란 안경. 마법사처럼 기다란 코트를 걸치고 나타난 미술가 안성금 씨는 불혹(不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꼭 소설 속 해리포터를 닮은 미소년의 모습이다.

불교의 팔정도(八正道)인 바른 견해, 바른 의사, 바른 언어적 행위, 바른 신체적 행위, 바른 생활법, 바른 노력, 바른 의식, 바른 정신통일을 생활의 규범으로 지키며 사는 그는 물론 조용하고 겸손한 예술가. 삐딱하게 보자면 다분히 따분하게도 보일 그녀지만 안 씨의 구석구석에서는 놀랍고도 재미있는 점들이 적잖게 발견된다.

첫째, 안 씨가 몰고 다니는 차종(車種)은 작은 소형차일 거라는 단순한 상상을 깨버리는 거대한 4륜 구동의 지프차였고.

둘째, 혼자 사는 노처녀(老處女)라는 수식어는 그를 꽤나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게 하지만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또한 그 사람들과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셋째, 그는 술자리가 파한 뒤 음주운전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여관도 가지 않는다. 그가 가는 곳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애마 4륜 구동차이다. 그는 어두운 몇 시간을 애마에 누워 눈을 붙인 후, 새벽의 찬 공기가 그를 깨우면 그제야 집으로 향하는 길을 향해 엔진의 시동을 건다.

넷째, 그는 백발이 히끗히끗한 대선배에게 '오마 샤리프'가 가장 비싼 양담배라는 썰렁한 농담을 하며 만족스런 웃음을 짓기도 한다.

다섯째. 다섯째는 '부록'이다. 기자와 안 씨는 '호스트 바'가 궁금하다. 결론이 났다. 돈과 정보가 부족하니 갈 곳은 뻔하다. 인사동의 허름한 주점이다.

▲ '정좌' ⓒ 안성금
안 씨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우리 시대의 고통을 강하게 표현한 예술작품 등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가져온 작가이다.

그의 미술연혁을 둘로 나누어보면, 초기와 최근으로 나눌 수 있다. 안 씨는 초기작품으로 고승이나 부처를 통해 현세를 초월한 이상적 세계에 대한 절대적 염원을 종교적으로 많이 표현하였고, 그의 작품들은 그 이상적 세계를 배반하는 부조리한 현실과 상황 등을 고발하였다. 수묵 '인물화' 연작, '소리'와 '부처'의 연작 등이 그가 초기에 발표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그는 인권과 사회차별, 국내외 정세와 한반도 문제 등을 예술적으로 풀어보고자 노력하였고, 그런 작품들 중 몇몇은 국가보안법에 위배된다는 당국의 사전검열로 전시가 불가능했거나, 작품이 훼손을 당했거나, 혹은 적정선에서 양보를 해야 했던 경우가 있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올해 초 인사동 갤러리사비나에서 있었던 그룹전시회 '무삭제전'에서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함께 들어간 작품이 사전검열로 전시가 불가능할 뻔하기도 했었다.

그녀는 예술 속에 인간의 선과 악, 세상의 긍적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함께 담기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예술은 엄숙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언제나 되뇌인다. 때문에 생활과 관계되고, 현실과 관계되는 것들. 추하면서도 아름다운 모든 것들은 언제라도 안 씨 작품 세계의 모티브가 될 수 있다.

▲ '부처의 소리' ⓒ 배을선
그의 가장 최근 작품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고, 8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의 작업을 정리하는 성격의 개인전이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에서 12월 9일까지 전시된다.

영어로는 'On The War, On The Show', 한자로는 '戰時中 展示中', 한글로는 가장 간단하게 '전시중'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는 데뷔 당시부터 안 씨가 어떤 주제로 어떤 작품 속에 합당한 형식의 모색을 해왔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전시(戰時) 중 전시(展示)'이다.

깨어 있는 주제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항상 자신의 의식을 깨워놓는 작가 안 씨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세계의 평화를 추구한다고. 하긴 전시된 작품 중 '부처의 소리'는 부처 안에 들어가 앉아 수십 개의 작은 불상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누가 부처 안에서 평화의 마음으로 명상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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