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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漁羅淵)을 지나며
가탄에서 일박하고 길을 나섭니다.
백운의 벗과 함께 연관 스님을 모시고 여러 날 강원도 산중의 토굴 등지를 떠돌다 어제는 정선 동강으로 왔습니다.
한 낮이 되도록 강은 좀체 안개 밖으로 나올 줄을 모릅니다.
한번의 수고로는 제 모습을 온전히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인가.
산천이야 어디 오만한 데가 한구석이라도 있겠습니까.
볼 수 없는 탓이라면 다만 늦게 도착해서 성급히 떠나는 사람의 탓이겠지요.
강을 벗어나자 영월 어름에서 어라연(漁羅淵) 방면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어라연이라, 비단 고기가 사는 소란 뜻인가.
저녁 무렵 물고기들이 물 밖으로 뛰어오르며 내보이는 비늘이 마치 비단처럼 반짝거려서 붙여졌다는 이름.
'고기 어', '비단 라', 제법 그럴듯한 해석이군.
그나저나 비단옷을 입은 물고기란 것도 있을 법하지 않은가.
혼자 중얼거리는데, 스님이 한마디 툭 던집니다.
비단이 아니고, 그물이야.
그물.
순간 나는 그물코에 걸려 파닥거립니다.
'그물 라'로 읽어야 맞아요. '어라'는 고기 잡는 그물을 뜻하지.
고기는 중생이고.
그렇다면 어라는 중생을 건지는 그물이 아닌가.
예수가 이야기한 사람잡는 어부가 되라는 말도 그 뜻이었지 아마.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데 스님이 한 마디 더 던집니다.
거 예수님의 큰 상좌 있잖어. 큰 상좌가 누구였더라.
베드로요.
그래 맞어, 베드로가 어부였지.
예수가 베드로에게 그랬던가,
고기 낚는 어부가 되지 말고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고.
어라연도, 어라연 동편에 있었다는 어라사 터에도 들르지 않고 일행은 제천 쪽으로 터진 그물을 빠져나와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이제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인가.
漁羅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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