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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이너 이태성(27) 씨는 요즘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고3때부터 피웠던 담배도 끊었고, 눈물이 핑 도는 횟수도 잦아졌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내려가 고물상을 지키고 병원을 청소하며 평생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해왔던 그의 어머니 김순옥(54) 씨가 비소세포 폐암으로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목 아래 고개를 숙이시면 아프다고 말씀하셔서 종합검진을 받았지만 그 때는 암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계속 아프시다며 기침을 하시길래 두 달 전 정밀조직검사를 받은 후에야 폐암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폐암은 말기가 돼서야 발견된다고 하는군요." 이 씨의 말이다.
현재 이 씨의 어머니는 본인이 폐암 말기라는 것을 모른다. 가족들이 어머니를 안정시키기 위해 완쾌가 가능한 초기 폐암이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새벽 4시면 일어나 매일 일터로 나가던 부지런한 어머니는 천장을 보고 누워만 있고, 치료로 머리가 빠졌지만 흉해진 자신의 모습이 창피해 미용실도 가지 못한다. 이 씨는 어머니와의 통화를 위해 핸드폰도 사드렸지만 어머니는 고통으로 전화도 받지 못한다.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에서 생활하는 이 씨는 고향인 부산에 자주 내려갈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아 어머니를 위해 인터넷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www.episode9.com'는 이씨가 암으로 투병중인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웹사이트다.
그가 만든 웹사이트에서 최근의 몇몇 일기를 발췌해 보았다.
- 12월 4일
사람들은 나에게 효자라는 말을 가끔씩 한다. 이 홈페이지만을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부끄러워진다... 1년에 두세 번 부모님 뵈러 내려가는 게 고작이었고 한 달에 한두 번 집에 전화하는 게 전부였었다. 아들인 내가 전화하는 것보다 엄마가 아들에게 전화하는 게 더 많았었고 1년에 두세 번 내려가면 친구들과 술 마시러 다니느라 부모님과 제대로 이야기 한번 못하고.....
| | ▲ 이 씨가 어머니께 바치는 인터넷 일기 사이트 ⓒ이태성 |
- 11월 30일
오늘은 엄마가 항암치료를 다시 받으시겠다고 하신다. 며칠 전은 너무 힘들어서 나에게 못 받겠다고 하소연을 하신 모양이다. 3차 항암치료가 끝나면 엄마의 상태를 다시 보기 위해 정밀검사가 다시 들어간다... 다시 항암치료를 받으시겠다는 엄마의 말을 들으니... 이제 기운을 차리셨구나 라는 마음에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겁기도 하다...
- 11월 27일
꿈속에 엄마가 나타났다. 머리를 짧게 자른 생소한 모습으로. 어제 누나의 전화를 받아서 그런 걸까? 엄마가 자신의 손으로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잘라버렸단다. 듬성듬성 빠진 머리가 보기 싫어. 미용실도 가지 못하고 혼자 가위로 잘라버리신 것 같다. 그 모습 그대로 내 꿈에 나타난 것이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짧게 잘려나간 엄마의 모습을 보고 꿈속에서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이번 주에 부산에 내려갈텐데 걱정이다. 그 모습에 눈물을 보이지 않을지. 농담 몇 마디를 준비해놓아야겠다...
이 씨는 폐암에 걸린 어머니를 생각하며 약 9년을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고, 암환자를 사랑하는 모임인 '암사모'에도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웹 디자인 관련서적을 주로 읽던 그가 '암과 싸우지 마라' 등의 서적을 정독하게 된 것도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느새 눈물이 핑 돈다는 이 씨는 판잣집에 살면서 고생하는 어머니의 돈을 조금씩 훔쳐 친구들의 전자오락 비용으로 탕진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가장 후회하고 있다.
이 씨와 그의 가족들이 주로 찾던 홈페이지는 최근 한 인터넷 매체의 소개와 웹서핑 등으로 인해 이 씨 어머니의 쾌유를 비는 기도와 격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 씨와 투병중인 그의 어머니를 위해 따뜻한 소망의 메시지를 남기려면 'www.episode9.com'을 방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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