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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시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첫 전쟁으로 기록될 미-아프칸 전쟁은 서서히 탈레반의 몰락으로 기울고 있다. 과연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한 21세기 첫 업적으로 쌓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미국의 외교 전략이 21세기에도 20세기와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외교의 핵심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헨리 키신저를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이 질문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헨리 키신저'라는 것이 히친스의 주장이다. 책제목이 '키신저 재판'으로 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또한 키신저를 역사의 재판에 세움으로써, 미국의 외교 전략 또한 역사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히친스는 영국 출신 저널리스티이자 미국의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기밀 해제된 자료에 입각하여 미국의 외교전략에서 세계선린이나 평화는 수사일 뿐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이 기획되고 실행된다는 점을 폭로한다.

그렇다면 과연 키신저가 미국 외교의 본질일 수 있을까? 물론 미국 외교를 키신저 1인만의 책임으로 돌려지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외교 전략가'로 불리는 키신저는 미국 외교사의 굵직한 문제에 깊이 간여했고, 공직에 있을 때나 퇴임한 후에도 끊임없이 회자되었다는 점에서 그는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키신저가 미국 외교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은 1968년 12월 닉슨 대통령에 의해 국가안보 보좌관에 임명되면서부터다. 그는 이후 국가안보협의회 의장과 국무장관 등을 역임했고, 닉슨 행정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다.

그의 행적을 좀더 쫓아보자. 소련과 미국의 긴장완화정책, 즉 '데탕트'를 추진했으며,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1972년 중국과의 관계 개선했으며, 베트남 분쟁 해결과 평화 유지에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보면 그는 '평화의 전도사'이지 않은가? 그러나 이 프로필 속에 키신저의 범죄 행위가 숨어 있다고 히친스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과연 히친스는 어떤 범죄를 저질렀을까?

히친스가 주목하는 것은 베트남 전쟁 당시 키신저는 민간인 신분으로 미국 외교에 개입했고, 베트남 평화협상을 4년이나 지연시키면서 수많은 미국 군인들과 베트남 민중들의 목숨을 잃게 했다는 것이다.

북풍공작과 닮은 키신저의 베트남 전쟁 개입

이 부분은 대선 당시 북한과의 비밀 거래(북풍공작)와 닮아 있다. 1968년 가을 미국의 존슨 민주당 정부가 베트남과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 평화협상은 선거 사흘 전 무산되었다. 바로 닉슨과 남베트남 군부가 벌인 비밀 접촉 때문이었고, 그 결과 공화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 내용은 '(존슨 정부의 압력에) 버티면 우리가 승리한다'라는 전문에서 드러나며 이 일에 간여한 사람이 키신저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키신저는 방글라데시, 칠레, 피노체트와의 밀월관계, 유럽에 있는 키프로스, 동티모르 등에 개입했다. 또 그리스의 망명 투사 엘리아스 데메트라코풀로스의 암살 기도에 개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지은이는 이 책을 키신저 재판에 제출될 '기소장'이라고 잘라 말한다. "키신저를 기소하지 못한다면 어떤 초거대 권력도 법을 초월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원칙이 침해당할 것이며, 전쟁범죄나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어떤 제3세계 독재자도 법정에 세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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