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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교육 부총리의 학벌 타파 대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약간 흥분했다. '아, 이제 조금 좋은 세상이 되려는가 보다' 하면서 꿈을 꾸어 보기도 했다. 최선의 방법은 될 수 없겠지만 차선의 방법쯤은 되는 입사 시험과 자신의 능력껏 만든 창의적인 자기 PR 내용,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로 벌어지는 상세한 면접과 합숙 등... 단순히 입사 시험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시험을 통해 자기에 대해 더 알아 볼 수도 있는 인생 과정.
그로 인해 주어질 기회의 평등과 그 기회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능력. 또 그 능력에 따라서 대우받는 사회.
그러나 내 소박한 꿈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듯 이번엔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지식인분들의 반박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변하려면 급진적인 힘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많은 노력과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그리고 좀 더 좋은 타이틀을 갖고 싶어한 나의 재수 생활도 떠올랐다.
보수의 특징은 자기가 이미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 기를 쓰고 방어하는 것이라 한다. 물론 자기가 가진 것을 잃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자기가 이미 가진 것은 기를 쓰고서라도 지켜야 한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남은 그것을 절대 가질 수 없도록 방해하는 데서 온다. 조선이나 기타 신문들의 사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사설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현상의 유지, 혹은 현상의 심화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거대 권력이 이미 그런 것을 추구하는 바에야, 주변인으로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자아 실현의 원대한 꿈이 이루어진다는 말은 공허해질 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주변인들끼리 뭉치는 일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인들의 성장. 그것은 중심이 되고자 하는 주변인들의 발버둥이 아니라 자신의 중심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이 말 역시, 지나치도록 이상에 충실한 말이다. 결국 나는 학점을 잘 따기 위해서 애면글면하거나, 영어 학원에 등록해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전전긍긍하거나, 좀 더 연봉이 높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 철저히 나를 그 지위에 맞도록 개조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학벌은 돈일까? 학벌은 능력일까? 시험을 보고 난 후마다 '실수한 것도 실력이다.' 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최고의 학벌을 소유하기 위해 수능이라도 다시 볼까? 좋은 학벌 가지기 위해 노량진 고시원에서 살아볼까. 그리고 좋은 학벌을 가진 후에는 적당히 좋은 학점을 유지하며 새벽같이 영어 학원을 다닐까?
아니면. 스물 두 살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 동아리 활동과 여행과 경험. 그리고 봉사활동.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그런 것들과 함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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