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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들은 엄청난(?) 상상력을 동원하여 현실을 미화하곤 한다. 물론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의 상상력 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일 경우에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싶은 책들이 너무 많다.

단순히 최근 베스트 셀러가 된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동화를 탓하고자함이 아니다. 다분히 교육적인 의도에서 쓰인 책들 가운데서, 그러한 현실 왜곡 사례들이 종종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책들을 대할 때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은연중에 심어놓을 그릇된 편견이 얼마나 많을지 걱정된다.

<행복한 청소부>를 살펴보자. 먼저 이 책은 <2001년 문화광광부 추천도서>로 뽑혔다고 표지에 자랑스럽게 금박 표시까지 해두었다. 문화 광광부가 추천한 책이니 만큼 과연 수준이 있는 책일까? 이 책은 독일의 모니카 페트라는 동화 작가가 쓴 것을 우리말로 옮겼다. 작가 소개란을 읽어보니 페트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책들을 계속 쓰고 있는데, 그의 책들이 여러 차례 아동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평가는 우리가 직접 해볼 일이다.

이 책에 나오는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의 "이름"이 없다. 그냥 "청소부 아저씨"로 명명되고 있을 뿐이다. 그는 꽤나 인정받는 성실한 청소부였고, 작가와 음악가들이 사는 거리의 표지판 닦는 일을 했다.

청소부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닦는 표지판의 음악가나 작가를 한 명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 뒤부터 열심히 한 사람 한 사람씩, 음악가와 작가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간을 내어 작품을 감상하러 음악회에 참석하기도 했고, 시립도서관의 단골 손님이 되면서 꽤나 교양 수준 높은 청소부가 되었다. 그는 표지판 닦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에 나오는 훌륭한 대목들을 혼자 암송하며 즐겁게 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이 특이한 청소부 아저씨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의 팬들이 생겨났으며 급기야 대학에서는 그에게 강의를 맡기겠다고 초청장까지 보내온다. 하지만, 청소부는 교수가 되기보다는 청소부로 머무는 게 더 좋다면서 거절한다는 대충 이런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뭐가 문제일까? 무엇보다 청소부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처음부터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보통의 청소부는 책을 전혀 가까이 하지 않을 정도로 문화적 소양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책의 주인공인 청소부 아저씨가 그걸 깨고 "유식한 청소부"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청소부 아저씨는 행복하다는 논리다.

청소부 같이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소재로 하는 책들의 경우, 대부분의 작가들이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이렇게 자신의 어설픈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문제다. 우리 생활에서 더러운 것들을 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깨끗하게 치워주는 고마운 청소부 아저씨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그들을 그저 칭송하고 미화하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미화가 이 책에서처럼 은연중에 보통의 청소부들은 무식하며 문화적 교양 수준이 낮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나는 지역의 청소부 아저씨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들의 경우 새벽 4시에 출근하여 오후 4시까지 일한다.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뀐 삶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달 내내 쉬는 날 없이 일을 한다. 여름에 며칠 휴가가 주어질 뿐이란다. 그러니, 이들 가운데 언제 음악회나 도서관에 드나들 시간이 있을까? 밤 8시면 잠자리에 든다는 사람들이 말이다. 이것은 내가 사는 곳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하여, 먼저 이 책에 나오는 독일 청소부와 한국의 가난한 청소부는 그 형편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더구나 많은 지식을 쌓아 문화적인 교양을 익힌다고 해서 행복하다는 논리는 너무 유치하고 짧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12시간 이상 기계에 매달려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영화관 한 번 찾지 않는 농부는 모두 불행하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들이 단순히 무식하여 그런 데에 도무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가? 청소부를 한 명을 미화시키고 나머지 보통의 청소부들에게 "당신은 왜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런 동화책을 읽는 어린이 가운데 청소부의 자녀가 있다면 얼마나 큰 상처가 되겠는가? 진정 "행복한 청소부"를 말하려거든, 이야기 전개 시각을 처음부터 아예 바꾸기 바란다. 순박한 아이들에게 청소부는 무식하다는 어이없는 전제를 심어 놓지 말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자꾸 권한다. 하지만 문제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어떤 책을 읽도록 지도해야할 것인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많은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단 몇 권을 읽게 하더라도 어떤 책을, 어떻게 읽도록 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풀빛(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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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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