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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에는 오래된 고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부 대상 아침프로그램의 시청률 부진. 개편 때마다 프로그램 간판이나 진행자를 바꿔보기 하지만, 주부 대상 아침 프로그램의 부진은 만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화방송이 기어이 일을 내고 말았다. 아침 프로그램 하나를 통째로 연예 정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버린 것.

<손범수, 전유성의 모닝카페>는 지난 주 코너 개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면피용으로 월요일에 부부 문제를 잠깐 다루는 걸 제외하면, 각 요일별로, 가요, 연예, 영화, 드라마라는 이름을 붙여서 결국 주부 대상 프로그램 하나가 사실상의 거대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주부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으로서, 차별화도 없고, 고민도 없다. 어떻게든 시청률만은 경쟁사를 따라잡으려는 고육지책일 뿐.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텔레비전에서 방송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사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목적은 연예문화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연예문화사업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이 사회의 문화 인프라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면야, 나무랄게 없다.

그런데, 실상 작금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이런 순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황수정, 백지영 사건 등을 보면, 오히려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연예 문화 시장을 고사시키고, 오로지 자기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올리는 데만 급급하다고 생각되는 게 사실이다. 실상이 이러하니 TV화면이 황색 스포츠지를 닮아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손범수, 전유성의 모닝카페>는 주부층을 대상으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다,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주일 다섯 차례 방송 중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연예 정보로 도배질해버린 편성부터 무성의하기가 이를 데 없을뿐더러, 매번 전날 밤 방송된 <섹션TV연예통신>의 화면을 자막까지도 재탕하는 목요일 방송에 이르면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섹션TV연예통신> 취재 화면을 놓고, 리포터만 바꾸어 방송해 내보내는 한심한 작태. 더구나 그런 화면을 소개하는 리포터는 다름 아닌 주요스포츠지 연예기자들이다. 남의 프로그램 화면을 갖다가 마치 자기가 취재해 온 것인냥, 소개하는 스포츠지 연예기자들도 가증스러울뿐더러, 그 내용은 선정적이고, 남의 사생활을 들춰내는 일 일색. 시청자들이 궁금해 해서 보여주는데, 무슨 잘못이냐 식의 뻔뻔스러움까지, 하여튼 나쁜 건 두루두루 갖춘 셈이다.

자사의 다른 프로그램에서 취재해 온 내용을 스포츠지 기자의 입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제작진들의 속내는 뭘까 하는 점도 궁금하지만, 진검 승부를 '포기'하고 독한 '약'이라도 써서 무조건 시청률 만큼은 올려야 하는 방송 제작진들의 현실과 그들의 자세는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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