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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자동차는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서로 부딪혀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절대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운전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사람이 지나가면 속력을 더 높이는 이곳의 자동차는 죽기 싫으면 얼른 피해야 하는 움직이는 흉기이다. 정말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동차 사고가 나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몰라줄 것 같은 기분이 더욱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아직 미미한 접속사고 한 번 본 적이 없다. 그것이 아마 인도를 유지하는 힘일 것이다.

오늘도 나를 실어다주는 버스는 역주행을 무모하게 시도하였다. 이곳은 대부분의 3차선 이하의 도로에서는 중앙선이 명확하지가 않다. 중심가에나 가야 황색중앙선을 볼 수 있을 뿐 일반적인 도로에는 흰색과 황색의 어떤 선도 구별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모든 일들이 이곳에서는 이루어진다. 역주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말았지만 중앙분리대가 있는 4차선이상의 도로에서 나의 버스는 여지없이 역주행을 하였다. 처음엔 왜 이쪽으로 가는 차들이 하나도 없고 다들 저쪽에서만 오는 걸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보니 반대쪽 차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쪽의 차들은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고 나의 기사또한 전혀 미안한 생각은 없는 듯하였다.

여행서적에 보면 인도사람들은 인내심이 강해서 차가 몇 시간씩 밀려있어도 아무도 화내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인도에 직접 와보라! 공항에서 내리자마다 들리는 그 셀 수 없는 경적소리... 인도의 도로에 나오면 10초도 경적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별로 경적을 울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들은 시종일관 경적을 울리고 정말 조금의 여지만 있다면(혹은 여지가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서) 차 앞으로 추월을 해낸다.

반대쪽 차선에서 차가 오는 것은 관여치 않고 중앙선을 넘어서 추월을 시도한다. 인도 승용차의 특징 중에 하나는 백미러를 보지 않고 운행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차들은 처음부터 백미러가 없는 것도 있고 현대(이곳엔 현대차가 예상 외로 많다)나 도요다처럼 수입해서 들어오는 차들의 백미러는 다들 접고 다닌다.

옆이나 뒤에서 차가 오는 것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저 자신은 앞길만 보고 달리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것 이다. 높은 버스 위에서 그것을 보는 나는 걱정과 염려로 괜스레 브레이크를 밟느라 버스에서 내리면 다리에서 힘이 쪽 빠질 지경이다.

여행 책의 내용과 같은 것 중의 하나는 소들이 지나갈 때만은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이곳은 도로에 소들이 정말 많다. 소뿐만이 아니라 돼지도 많고 원숭이도 많고 한국의 들쥐만큼 다람쥐도 많다. 한국의 도로를 지나다보면 차들에 밟혀서 납작해진 동물들의 사체를 종종 보게되지만 이곳에서는 도로에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있지만 차에 치여서 죽은 동물은 본 적이 없다.

무질서 속의 질서. 혼돈속의 평화와 공존! 이것이 인도를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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