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문학적 책읽기를 즐기는 눈썰미 있는 독자들이 반길 책이 나왔다. 헨드릭 빌렘 반 룬(1882∼1944)의 「인류 이야기」(The Story of Mankind·전3권·박성규 옮김·아이필드 펴냄)가 그것.

지난 해 초에 나온 「반 룬의 예술사 이야기」(전3권·들녘)나 지난 해 말에 나온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구약성서 이야기」와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신약성서 이야기」(생각의나무)를 통해 그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 반 룬이 아닌가.

제1회 뉴 베리 상 수상작

이 책이 우리 나라에서 처음 번역돼 나온 것은 아니다. 1921년에 나와 1922년 제1회 뉴베리 상(The Newbery Medal : 영국에서 최초로 어린이 책을 만들었던 존 뉴베리의 이름을 딴 상으로 미국 어린이 및 청소년 책 중 가장 훌륭한 책에 수여)을 받았던 이 책은 1956년 「인류사화」(아테네), 1977년 「인류의 역사」(범조사), 1994년 「아버지가 들려주는 세계사 이야기」(들녘) 등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바 있다.

인류의 탄생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다룬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 대해 소상하게 이야기한다.

인류의 역사는 동양의 독자나 서양의 독자 모두에게 있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뱀다리'이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리뷰하면서 다시 한번 말하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추적해보면서 왜 지금 내가 이렇게 살게 되는가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독자의 책읽기 목표는 지은이인 반 룬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긴 이야기의 첫 시작을 이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도 거대한 의문부호의 그늘 밑에 살고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천천히 그리나 줄기찬 용기로' 세계 역사의 굽이굽이를 휘돌아 가며 시공을 따라 종횡무진한다.

반 룬은 이 책을 쓰면서 한 가지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세계 역사에 대한 통사를 쓸 때 당연하게 제기되기도 하거니와 읽는이의 개인차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반론, 즉 왜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이나 나라에 대한 서술이 적으냐, 아니면 싫은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했느냐와 같은 따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아시아에 대한 서술 부족의 한계

해서 반 룬은 "해당 국가나 인물은 전 인류 역사에 영향을 미친 새로운 사상을 창출하거나 독창적인 행동을 하였는가?"에 그 근거를 두고 인물과 나라를 취사선택했다.

가령, 역사상 몽골족 만큼 재미있는 역할을 한 민족은 없지만 업적이나 지적 진보의 측면에서 볼 때 몽골족보다 나머지 인류에게 무가치했던 민족도 없었다는 것이다.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하고도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역사 에세이스트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반 룬은 "그림이 없는 책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라며 직접 펜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다(아이필드 번역본에서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컬러 채색을 함).

물론 이 책이 가지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쓰여진 세계사 관련 책들 거개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 책 역시 서구적 시각에서 씌여져 동양에 대한 서술이 빈약한 점이 예외가 아니다.

하기야 이 책이 처음 나온 때가 1920년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이해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른들에게도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매우 쉬운 문체로 매우 깊은 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전해준다.

역사가로서 자신의 목표를 '역사의 대중화 및 인간화'로 정했던 반 룬은 자신의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내며 우리들을 인류의 역사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제 우리의 몫은 못이기는 척 하고 반 룬이 잡아끄는 대로 몸을 맡기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인류 이야기 1
헨드릭 빌렘 반 룬 / 아이필드 / 200쪽 / 10,000


인류 이야기 - 가볍게 천천히, 서양사 나들이, 합본 개정판

헨드릭 빌럼 반 룬 지음, 박성규 옮김, 아이필드(2015)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