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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문명의 흥망성쇠와 수학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 질문 자체가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오지만, 이 질문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도발적으로 제기한다.

하나는 수학은 학교에서만 다루어지고 배우는 과목 정도로 생각하는 수학에 대한 왜곡된 태도에 대한 고발이다. 물론 수학에 대한 왜곡된 태도가 우리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왜곡된 태도를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건 잘못이다.

수학은 더 이상 수학이 아니다

2000년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수학의 해'였다. 우리 출판계도 이때를 기점으로 수학 책이 많이 등장했고,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네스코가 왜 하필 2000년을 '수학의 해'로 정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도 수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닌가 싶다.

이는 수학의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수학의 대중화가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위 질문이 담고 있는 또 하나는 수학은 단지 수학 그 자체 일뿐이라는 생각을 고쳐준다. 지은이의 말을 들어보자.

"태초부터 수학은 인간의 모든 행동에서 분명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교역, 농경, 종교, 전쟁 등을 통틀어 수학의 영향을 받고 또 다시 수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이 책을 보면서 학교나 전공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던 수학은 이제 커밍 아웃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 책은 우선 흥미롭다. "이전에 이런 책이 없었기 때문에 쓰여졌다"는 지은이의 첫마디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알기 쉽게 수학의 역사를 보여주는 방법이 무엇일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위대한 정리들'을 순서대로 독자 앞에 내어놓기보다는 수학이란 것이 각 시대 및 문명의 관심사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펼쳐놓고 싶었다."

지은이의 이 말이 이 책의 성격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이 책은 5000년 수학의 역사를 인류가 만들어 낸 유산과 어떤 관계를 통해 발전했는지를 고찰한다.

5000년 수학의 역사를 문명과의 관계 속에서 조명

이 책을 보면서 학교에서 이런 수학책을 보면서 공부했더라면 참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수학을 배우는 과정이 공식을 암기하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에서 21세기 디지털 혁명에 이르기까지 피타고라스, 아인슈타인, 대수와 프랙털 그리고 수학과 예술, 수학과 중세신학, 심지어 수학과 마야의 책력 등을 연결시킴으로써,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학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사실, 이 책은 수학을 전공하거나, 이공계에 관련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인문 쪽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2002년 서울대학교 문과대학 교양과목 교재로 채택된 사실에서도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책의 내용 또한 인정할 수 있겠다.

문명과 수학 -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수와 기하

EBS 문명과 수학 제작팀 지음, 박형주 감수, 민음인(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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