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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단의 거장이자 '친일화가'라는 비판을 받았었던 운보 김기창(1914-2001) 선생 서거 1주년 기념 전시회가 덕수궁내 석조전 별관(별칭: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4 월 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4개의 주제- 1부: 입체파적 풍속화, 2부: 예수의 생애, 3부: 바보산수, 4부: 추상의 세계- 로 총 100여 점의 작품을 망라하고 있다.

운보의 작품세계에 있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의 실험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선 김화백의 50, 60년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 1부 입체파적 풍속화에서 발견될 수 있다. 이 작품들 속에서 운보는 서양 입체파(큐비즘: Cubism: 20세기 초반 피카소로 대표되는 미술형식) 의 시각적 언어를 동양의 붓과 먹으로 한국민과 한국풍속에 접합시키는 독자성과 실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그의 예술적 탐구와 노력은 당시 보수적 화단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계속되어 70년대 중반에는 운보만의 <바보산수>, <바보화조> 라 일컬어지는 화풍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는 <바보산수> 속에서 동양화적 선의 미학과 서양화적 색감의 조화를 훌륭하게 대비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각적 미학을 한국민화의 해학성과 결부시켜 한국화의 독자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운보의 한국 미술사에 남긴 큰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친일화가'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청각장애인으로서 예술에 대한 열정과 성공에 대한 집착은 일제식민주의라는 기간동안 그로 하여금 대표적인 친일 화가였던 이당 김은호를 스승으로 삼게 하였고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점에 대하여 운보는 생전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앞으로 한국 화단에서 이러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사과의 변을 하였다. (손병관 기자의 <'친일화가' 운보 김기창, 용서냐 비판이냐> 기사 참조)

한 가지 아이러니는 친일의 오명을 갖고 있는 운보의 작품들이 덕수궁 석조전 별관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덕수궁의 본래 이름은 경운궁이며 덕수궁이란 이름은 일본이 고종을 폐위시키고 경복궁에서 쫓아내어 경운궁으로 보낼 때 그들이 지은 이름이다. 또한, 석조전과 그 별관은 제국주의 당시 영국인과 일본인에 의하여 건설되었으며 경운궁의 본래 계획과 배치와는 전혀 상관없다. 이들은 조선왕실의 존엄성을 떨어뜨리고 제국주의를 합리화시키려는 식민주의 건축물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석조전과 그 별관은 현재까지도 버젓이 경운궁 안에 서있으며 경운궁의 대표적인 건물로 인식되어 왔다. 석조전 별관에서의 운보 작품 전시는 김화백 자신의 친일 행각에 대한 생전의 후회와 사과를 비웃는 듯 하다.

전시회 정보: www.moca.go.kr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김순일, 빛깔있는 책들 108: 덕수궁(경운궁), 대원사, 1994
www.mo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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