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移時軟共高僧話(이시연공고승화)
石鼎松聲送煮茶(석정송성송자다)

때가 지나고 스님과 담소를 나눌 때
돌솥과 솔바람 소리로 차를 달여 마시리


조선 후기 대학자이자 차의 성인이었던 신위(申緯)의 시 일부이다.

차는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 같이 마시는 사람과의 나눔을 위해서 마시는 것이다. 솔바람 소리로 차를 다린다는 신위의 뜻은 무엇일까?

요즘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한창 보이차(퓨얼차)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보이차 매니아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보이차를 마시는 것이야말로 차의 경지에 제대로 들어가는 것인 양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다. 정말 보이차의 가치가 그렇게 뛰어난 것일까? 보이차를 마시는 것이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보이차(퓨얼차)의 유래

보이차는 중국 윈난성(雲南省), 시쐉빤나(西雙版納), 시마오(思茅) 등지에서 생산되는 중국의 명차(名茶)이다. 보이차의 이름은 생산지명을 따서 붙인 것이 아니라 보이현에서 모아서 출하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차들이 잎을 따서 가공까지의 시간이 짧은 햇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보이차의 경우에는 제조과정에서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비싼 차가 된다. 대체로 20년 이상이면 최고품에 든다고 전한다.

보이차는 가공한 다음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거치기 때문에 후발효차(後醱酵茶)이다. 차잎을 우려내는 도중엔 마치 녹물처럼 진한 적갈색으로 보이다가 완전히 우려지면 홍차와 비슷한 색을 띤다. 차맛은 떫은맛이 없는 보이차만의 독특한 향기가 난다.

보이차는 '흑차(黑茶: Hei cha; Dark green tea)'의 일종이다. 호남성(湖南省), 운남성, 사천성(四川省) 등의 산간지방에서 자란 야생 찻잎은 너무 떫어 어쩔 수 없이 묵혀서 발효시켜야 마실 수 있었고, 오래 묵힌 탓으로 찻잎이 검게 변해서 흑차라 부르게 된 것이다.

원래 운남성은 차의 원산지로 알려졌으며, 세계에서 제일 먼저 야생 차나무가 발견된 곳이다. 하지만 중국의 중심인 중원(中原)에서는 덩어리차 즉 보이차를 야만인들이 마시는 품질이 낮고, 보잘 것 없는 차로 인식해 왔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청나라 때에 와서 황실의 총애를 받으면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이차의 종류

우선 잎차 형태인 보이차를 만들면 보이산차(散茶)인데 오래 묵을수록 고급차로 인정된다. 이 산차를 김(증기:蒸氣)으로 찌고 압력을 가해 일정한 형태를 갖추면 보이긴압차(緊壓茶)가 된다. 성분 등에서 별 차이는 없다고 한다.

이 보이긴압차를 모양으로 구분하는데, 만두처럼 생긴 타차, 아주 단단하게 만든 긴차(緊茶), 떡 형태인 병차(餠茶), 네모진 벽돌처럼 만든 전차, 송이버섯처럼 생긴 고타차 등이 있다.

보이차의 제조과정

보이차는 주로 운남성에서 자라는 넓은 찻잎을 쓴다. 찻잎에 열처리를 하고, 적당히 수분을 첨가한 뒤, 대나무 통이나 상자에 쌓아 놓아 공기 중의 미생물에 의한 발효과정을 거친 뒤 숙성시켜 만든다.

발효방법은 건창발효(乾倉醱酵)와 습창발효(濕倉醱酵) 두 가지가 있다. 건창발효는 오랫동안 자연적으로 묵혀서 발효시키는 것이고, 습창발효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곰팡이를 통해 발효시키는 것이다.

1973년 운남성 곤명(昆明) 차공장에서 쾌속 발효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습창발효이다. 신선한 찻잎을 건조시킨 뒤 물을 뿌려 쌓아놓고, 3~7일간 인위적으로 강제 발효시키는 것이 습창법이라고 한다.

이 습창법으로 만든 것을 숙병(熟餠)이라고 부르는데 이 숙병차를 건조실에 넣어 마르게 되면 곧바로 마실 수가 있다. 따라서 1973년 이후 만들어진 퓨얼차는 모두 습창발효차라고 한다.

보이차의 문제점

전통적인 가공법인 건창발효를 통해 만든 오래 묵은 보이차는 냄새가 나지 않지만, 습창발효로 단시간 내에 만든 보이차는 곰팡이나 흙 냄새가 나기 쉽다. 하지만 더 문제인 것은 1983년 일본으로 수출된 이 습창법의 퓨얼차를 일본식품검역소에서 검역한 결과 10g의 습창법 퓨얼차 중에는 1000마리 이상의 각종 진드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퓨얼차(위 사진)를 보면 비닐 포장된 차에는 짐승의 터럭이 묻어있는 경우도 있다. 혹시 가공과정이 비위생적은 아니지 걱정이 될 정도이다.

보이차는 오래 묵을수록 고급차로 인정되는데 현재 중국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보이차인 금과공차(金瓜貢茶)는 100년 정도 묵었다고 한다.

하지만 1900년대 초기와 중기 사이에 번창했던 운남성의 유명한 보이차 제조업체(다장:茶莊)인 동경호(同慶號), 보경호(普慶號), 경창호(敬昌號), 동창호(同昌號), 강성호(江城號), 정흥호(鼎興號), 동흥호(同興號), 복원창호(福元昌號) 등에서 나온 보이병차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더구나 시중에 유통되는 보이차를 비싸게 구하였더라도 그것이 진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주한 중국 차문화학회 회장인 강육발(姜堉發)이 쓴 책 '보이차'에 보면 요즘 팔리는 보이차의 95% 정도가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부 화학적으로 교묘하게 변질시키기도 하며, 상표를 위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보이차의 진품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비싼 값에 사서 즐기는 것은 어리석은 사대주의에 다름이 아닐까? 또 불소햠유량이 유달리 많은(녹차의 경우 10.12~12.7mg/kg, 보이차는 542.88~585.56/kg) 보이차를 과다하게 마시면 '불소중독증'이 생길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만 한다. 불소중독증은 사지가 변형되며, 허리가 경직되고, 백내장, 심장병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방건웅 박사는 "보이차가 발효하는데 6개월에서 1년이면 충분하며, 더 오래 둔다고 하여 특별히 좋아지는 것은 없다. 이 차는 본디 고기를 즐겨먹는 중국 남부의 묘족들이 체내의 과다한 지방을 분해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섭취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보이차는 속이 따뜻해지면서 편안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속이 따뜻해지는 것은 어떤 차든지 뜨겁게 마시면 같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보이차 만의 특성은 아니다"고 말한다.

세계에는 소위 명차들이 있다. 용정차, 기문홍차, 문산포종차, 철관음차, 다즐링홍차 등이 그것인데 그 명차들을 즐기는 것은 아무 죄가 없다. 아니 훌륭한 문화생활이다. 물론 보이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차를 제쳐두고 남의 나라 차에 열광하는 모습은 결코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더더욱 가짜인 줄도 모르고 자랑하는 것은 한심하기까지 하다. 국수주의도 안 좋지만 사대주의는 더욱 문제가 있다. 이제는 차인들이 제발 올바른 차생활을 하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덧붙이는 글 | 참고
보이차(普 茶), 강육발(姜堉發), 길상원
차와 수행, 방건웅 한국표준과학연구 책임연구원, 공학박사
운남항공사 : http://www.yunnanair.com/3_data/4_product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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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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