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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2001년 8월 1일 기자 5명과 회식하면서 언론과 관련하여 발언했다는 내용이 경쟁자인 이인제 후보 측의 공개로 두 후보간에 그 진실 여부에 관해 공방이 오가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그 내용을 대서 특필하면서 노 후보와 이들 신문간의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그런데 노 후보의 발언의 공개 과정과 방식에는 심각한 언론 윤리상의 문제가 있고, 그에 관한 이들 신문의 보도태도에는 이 신문들의 보도기준 특히 진실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노 후보의 발언은 기자들이 먼저 요청하여 마련된 회식장소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그나마 술까지 마신 상태에서 행해진 취중발언이었다. 비보도를 약속했다면 기자들은 마땅히 그 내용을 보도하지 않아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왜 하는가?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하는 것은 기만이다. 그러나, 백보를 양보해서, 발언의 내용이 공익을 위해 너무나 중요해서 비보도 약속을 저버리고 부득불 꼭 보도해야 했다면 그 당시 즉시 보도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참석했던 5명의 기자는 아무도 그 당시에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당시 노 후보가 발언했다고 주장되는 내용을 8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엉뚱하게 노무현 후보의 경쟁자인 이인제 후보 진영에 제공해서 이 후보 진영이 이를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처럼 기자가 수집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은 채 정치인에 넘겨 정치공세에 이용하도록 한 것은 명백히 언론윤리에 반하는 반언론적 행동으로 일종의 정치적 공작이거나 음모일 뿐이다. 그런 일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확실하지 않은 발언 내용보다는 확실한 그 유출의 비윤리성을 더 문제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그러기는커녕 폭로내용만을 대서특필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기준은 무엇인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조선일보는 전혀 다른 보도태로를 보여주었다. 1992년의 대선 전 부산의 초원복집이라는 음식적에서 부산의 기관장들이 모여 김영삼 후보를 위한 관권선거를 획책하는 모임을 가졌다는 사실을 정주영 후보측이 몰래 녹음하여 폭로했다. 그 때 조선일보는 녹음 테이프라는 확증이 있는 관권선거 모의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도청만을 문제시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에서도, 아니 이번 사건에서야말로, 확실치도 않은 노무현 후보의 발언보다는 그 발언을 경쟁자에게 넘겨준 기자의 명백한 비윤리적 행위를 더 문제삼아야 한다. 조선일보의 보도기준은 무엇인가.

이인제 후보는 노 후보 발언을 그 회식에 참석했던 기자가 직접 자기에게 말해준 것이라고 한 반면에 이 후보의 공보특보인 김윤수 씨는 자기와 친분이 있는 특정 언론사 데스크가 정보문건을 복사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는 점도 규명이 되어야 한다. 이 처럼 제보자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는 사실은 그 제보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노 후보가 언론관련 발언과 관련하여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위해서라도 이인제 후보와 그 특보간의 진술의 상이성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기준은 무엇인가.

노무현 후보의 술자리 발언은 녹음된 것이 아니라 기억에 의존한 진술로서 그나마 그 출처도 밝히지 않았고 그 진실성 여부가 검증되지도 않은 채로 정치공세 차원에서 폭로된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양쪽의 주장이 엇갈린다. 그렇다면 진실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은 그런 사안에 관해서는 마땅히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그럼에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미확인의 주장을 일면에 선정적으로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들 신문은 199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회창 씨가 술자리에서 못마땅한 기자들에게 했다는 "창자..." 운운의 발언은 일언반구도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기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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