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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3연승을 거두고 노 후보의 대세론이 힘을 얻어가면서 이인제 편향을 보여오던 지역신문들이 중립적인 입장으로 돌아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인제 후보가 주장하는 색깔론과 언론관에 대해서는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 보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세론에 밀린 어정쩡한 공정보도
색깔론, 언론관 제기 발언 중계보도는 여전


노무현 후보의 연승이 이어지면서 노무현 대안론이 대세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각 일간지들은 지난 주보다는 비교적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한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이나 이인제 후보가 제기하고 있는 색깔론과 언론관에 대해서는 비평없이 충실하게 받아 보도하고 있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크게 키우고 있다는 인상이다.

대전일보는 4일자 4면(해설)에 이회창 총재가 현 정권을 '좌파적 정권'이라고 한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8일자에는 노무현 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공방을 3면(해설)에 게재했다. 9일에는 '연청개입설' 10일에는 '청와대 개입설' 등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을 이인제 후보의 입을 빌어 매번 해설면에 크게 싣고 있다.

특히 9일자 4면 '여 경선에 연청 개입설 파장' 제하의 기사는 연청이 노무현씨를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이인제 고문측의 주장에 의한 것이다. 일면 상대방의 해명까지 실어 공정성을 살린 것 같지만 곁들여진 연청의 사무차장 노인환씨 사진은 인상과 눈초리가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데 충분했다. 인물 사진으로는 충분히 그 의도가 의심되는 사진 게재다. 연합 뉴스를 그대로 실은 것이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편집이다.

중도일보도 4일 3면 '이회창, 색깔논쟁 불지펴' 5일자 3면 '정치권 이전투구 이념논쟁' 9일자 '음모론 공방 재점화 주목' 10일자 '이인제 DJ와 결별 본격화' 등으로 보도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설들을 팩트로 지면을 구성했다.

대전매일도 4일자 '昌 현정부 좌파정권 발언 파문' '李-盧 이념공방 격화' 5일자 '정치권 이념논쟁 전방위 확산' 8일자 '노무현-동아·조선 언론발언 마찰' 9일자 '李-盧 일부 언론과 마찰' 등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들은 정치인들의 발언, 특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 등을 제기했을 때 언론이 검증없이 보도한 전형적인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한결 공정해진 듯한 대선관련 보도가 노무현 대세론에 밀린 이인제 몰표밭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왜 李-盧인가?

대전일보는 지난 주말 슈퍼 3연전을 끝내고 기존에 이인제 후보 먼저 보도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노무현 후보 먼저 보도하기 시작했다. 제목에서도 '李-盧'에서 '盧-李'로 바뀌었다.

그러나 중도일보와 대전매일은 계속 '李-盧'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순위의 보도나 편집, 특히 제목뽑기는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기호순으로 보도를 하더라도 노 후보가 먼저이고, 가나다 순으로 하더라도 노 후보가 먼저이다. 최다득표수로 했다면 기존에 보도했던 '李-盧'의 순에서 대전일보처럼 '盧-李'로 바뀌어야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李-盧'로 보도하는 것은 '연고 우선'의 보도라는 얘기가 되는데, 선거보도에 '연고 우선'이라는 준칙이 있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각 언론에서는 하루빨리 선거보도 준칙이 마련되어야 하며 보도순위도 그 준칙에 의거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평은 지적해도 끝이 없다

만평 만화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적이 되고 있음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대전일보 8일자 대일만평에서는 임동원 특사의 방북성과가 정권재창출용이라고 보고 있어 천박한 대북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말만하면 도와주겠다고 하고 있고 임 특사의 방북성과를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김대중 대통령이 만세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아울러 설명에는 '햇볕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대요'라고 하고 있다.

중도일보의 4단만화는 가장 문제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특히 4일자와 10일자 만화의 경우 특정 모임을 비난하는 만화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4일자에는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하던 정치인을 '사쿠라'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지칭해 "낮에 중도보수, 밤엔 좌파 盧思쿠라들…"이라고 표현했다.

10일자에는 과거 DJ 야당시절 "DJ비판했다간 전화 부대에 되게 혼났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DJ 꼭두각시 비판하면 이메일 부대가 혼낸다"며 노무현 후보를 DJ의 꼭두각시로 표현한 뒤 노사모의 인터넷 활동을 비난했다.

이 두 만화는 이인제를 내세워 노 후보와 노사모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내용이어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화백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대전매일 8일자 4단만화는 민주당 경선에서 1위 자리를 빼앗긴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을 째려보는 모습을 그려 '金心'이 노무현 후보에게 실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함으로써 확인 안된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9일자 4단만화는 선거때마다 '탈법선거를 없애자'는 구호가 나온다고 하고 있어 정치불신을 가중시켰으며 10일자에는 금연바람에 '전매청' 울겠다고 했는데, 전매청이라는 관청은 이미 1987년에 한국전매공사로 바뀌었고, 1989년에 담배인삼공사로 바뀌었음에도 오래된 관청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충청도는 역시 자민련 텃밭인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결정 보도의 모니터 포인트는 각 정당별로 공정하게 지면을 배려했느냐하는 것과, 일방적으로 후보가 결정된 것과 경선을 통해 결정된 것이 과연 같은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역 일간지들의 보도태도에는 공정성에 있어 문제가 있고 경선의 의미를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여전히 자민련을 지역정당으로 꼽고 지면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따라 공정한 선거와 민주사회의 파수꾼으로서 신문은 지역민의 정서에 편승하는 여론 몰이식 보도태도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대전일보는 4월 4일 1면에 '한나라당 대전 시장 후보 염홍철씨'라는 제목으로 전날 한나라당 경선 결과를 싣고 이어 3면에는 염홍철씨와의 인터뷰 박스기사와 경선대회의 이모저모를 기사로 다루었다. 그러나 자민련의 홍선기 시장과의 한판 대결에 초점을 맞춰 3면에 "'3선이냐''설욕이냐' 숙명의 재대결"이란 제하로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 듯 홍시장의 입장을 많이 다루었다. 이 밖에도 '심기일전 선거대비'라는 자민련 부총재 임명 안팎을 기사로, 같은 날 1면에 '자민련 지방선거체제 전환'이라는 자민련 동정 보도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4월 10일 1면 '홍시장·심지사 3선출마 선언' 기사가 오른 날에는 3면 해설 전체 면에 모두 자민련 보도로 지면이 넘칠 지경이었으며 인터뷰 분량도 훨씬 많아 대조를 이루었다. 일주일 내내 자민련과 관련된 기사가 끼워넣기 식으로 곳곳에 자리를 잡아 역시 자민련 텃밭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보도량이 적고 비교적 지면을 공정하게 배분한 중도일보의 경우도 사진에 있어 차이를 두는 등 마찬가지였다. 중도일보는 4월 4일자 1면에 2단으로 한나라당의 염홍철씨를 대전시장 후보로 선출했음을 전하고 특별한 해설기사 없이 2면에 사진 없는 인터뷰, 경선 이모저모를 실었다.

그러나 자민련 관련 기사는 9일자에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의 재출마선언 예고기사를 2면에 싣고 10일자 1면에 3단 사진과 함께 '홍시장, 심지사 3선출마' 기사를 게재했다. 물론 특별한 해설기사 없이 이날 2면에 인터뷰기사를 싣고 '홍시장 3선출마는 인기성 이벤트'라는 한나라당의 성명 발표를 보도했으나 전반적으로 자민련의 기사에는 사진을 게재하는 등 비중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대전매일의 경우 당일 보도에는 비교적 지면을 공정하게 배분했고 기사 내용에서도 특이한 점이 없었으나 자민련에 대해서는 예고기사를 싣는 등 특별한 지면배려가 있었으며 제목뽑기에서 편향성을 보인 것으로 지적됐다.

4월 4일자 1면을 통해 3단 사진과 함께 한나라당의 염홍철씨를 대전시장 후보로 선출했음을 전하고 2면에 인터뷰, 3면에 해설기사와 이모저모를 실었다. 그러나 염후보가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홍시장과의 경쟁을 지역정서 대결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음에도 3면 해설기사 제목을 '지역정서 對 바꿔보자 격돌 예고'로 뽑아 자민련에 대한 지역정서를 부각시킨 점은 일정한 자민련 편향성이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4월 5일에는 홍선기 시장과 심대평 지사의 3선출마 합동선언 예고기사가 1면 2단기사로 실렸고 이날 3면에는 "상상밖 선거전략 낼 것"이라는 제하로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의 인터뷰 기사가 크게 실렸다. 아울러 9일자 3면에도 1단으로 예고기사를 게재했다.

4월 10일자에는 홍선기 시장과 심대평 지사의 3선출마선언 기사를 3단사진과 함께 1면에 실었고 3면을 털어 공동출마선언 의미와 전망, 인터뷰 등을 실었다.

경선의 의미를 너희가 아느냐

그동안 우리 정치의 문제점 중 하나가 밀실에서 출마할 후보를 공천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내 줄서기, 헌금공천 등의 정당의 비민주화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기존의 정치에 식상해 있던 국민들에게 민주적인 절차로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의 첫 걸음은 정당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등이 이뤄지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경선은 이번 지방자치 선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언론들은 경선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경선을 통해 뽑은 한나라당의 대전시장 후보와 일방적으로 당에서 지명한 자민련의 대전시장 후보에 대해 보도의 비중을 놓고 볼 때 오히려 자민련에 비중을 둔 것은 이미 지적된 일이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각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보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여지고 있는데, 대부분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나, 내정된 후보에 대해 동등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자민련의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출마선언 하루전 조준호 전 대전부시장이 경선 없다는 당의 통보를 받고 대전시장 출마를 포기했다는 기사가 모두 1단처리되고 말았는데, 사실 지역언론에서는 경선없이 당의 내정을 통해 출하하는 문제를 지적했어야 했다.

지역주의 표방 보도 자제를...

지역주의를 선동하는 듯한 보도는 자제하자는 우리 모니터팀의 선거보도 준칙에도 불구하고 대전일보 4월 9일 3면 '심지사 포스트 JP 되겠다'는 기사는 자민련의 충청도 지역주의를 강력히 전달했다. 심대평지사가 현재 지역민심을 얻고 도민의 권익을 옹호하려는 입장인지 자민련 세 불리기의 선거참모인지조차 구분이 안가는 발언 일색을 그대로 받아적어 기사를 내었다.

다음은 그 기사 중 일부이다.

-"지난번 총선에서 자민련이 전국정당을 표방하며 기웃거리다가 충남에서 6석에 그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충청권이라도 확실하게 했으면 원내교섭단체구성에 문제가 없었고 민주당은 호남당, 한나라당은 영남당, 자민련은 충청도당인 정치적 현실에서 지역성을 떳떳하게 표방 못할 이유는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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