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이하 선감연)는 "언론의 후보검증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몇몇 언론이 후보 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터라 이날 토론회는 관심을 끌었다.
사회를 맡은 김동민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검증을 하겠다고 나선 메이저 신문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토론회를 시작했다.
발표자로 나선 성균관대 이효성 교수는 "검증(檢證)은 검사하여 증명한다는 뜻으로 검사(scrutiny)는 잘못이나 흠을 찾기 위한 것(inspection)과 성격, 조건, 질 등을 결정하기 위한 것(examination)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검증의 생명은 증명이므로 두가지 종류의 검사 모두 증명으로 뒷받침 되는 경우에만 검증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널리즘의 입장에서도 "증명이야말로 저널리즘을 오락, 선전, 픽션 또는 예술과 구별지어주는 것으로 저널리즘의 생명"이라며, 진정한 저널리즘 입장에서의 "후보검증은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 교수는 후보검증의 객관성·공정성 문제에 대해 "(우리 언론은)후보 검증 보도를 포함에서 논쟁적인 사건이나 사안에 대해 논쟁 당사자의 주장을 인용부호를 달아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이러한 보도 태도는 안일한 보도 자세일 뿐만 아니라, 책임회피를 위한 교활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본래 의미에서의 객관성은 보도자의 객관성이 아니라 증명하는 방법의 객관성이며, 그것은 저널리즘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 위로부터 이효성 교수, 김서중 교수, 이제국 기자, 최민희 총장, 최용익 팀장. ⓒ 이창림 | 하지만 우리 언론의 선거보도와 후보검증에 대해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몇몇 언론은)검증이 아닌 단순한 확성기 역할만 할 뿐"이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단순한 중계식 보도를 통한 의혹 부풀리기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음모나 의혹은 제기한 사람이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고, 언론은 "(음모나 의혹이)제기되면 확실히 취재해서 사실로 입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의혹을 제기한 이가 비난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하면서 다시 한번 증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재국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과거에는 몇몇 신문이 보도하면 여론이 되었기 때문에 검증이라는 것이 필요없었다. 지금 그 신문들이 '검증'을 하게 된 것은 족벌신문의 폐해가 알려진 데 따른 발전이다. 이제는 '조중동'을 비롯한 족벌신문과 제대로 보도하려는 신문과의 역학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최용익 MBC 미디어비평 팀장은 족벌신문의 검증에 대해서 '검증 주체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체로서 조중동의 문제는 "▲과거 '설'에 대한 확인 없는 보도를 해온 것, ▲92년 김영삼·97년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 등 정-언 유착 보도 행태, ▲사회적 의제에 있어서 수구적 보도행태를 보여 온 것 등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주체가 못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방식에 있어서도 " '생사람 잡기식' 색깔론으로 번질 이념검증을 하려는 것도 잘못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체는 언론이 아닌 사회적 신망을 받는 시민단체를 주체로 할 것, 방식은 고교평준화나 의약분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의 구체적 정책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먼저 "언론이 검증을 한다는 것 자체가 권위적이며, 맞지 않는 말"이라며 "현재 우리에겐 대선주자를 검증할 만한 언론이 없다"고 했다. 또한 "잘못된 언론에 의한 검증의 결과는 독자(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려 '표의 왜곡'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 시민단체는 "최종검증은 국민의 표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언론이나 시민단체는 국민의 입장에 서서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검증을 하고자 한다면 검증보다는 정보제공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후보자 관련 정보제공 위원회"정도가 맞다고 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의 검증은 '검증'을 통해 특정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골라내려는 의미가 있다면서, '검증'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 '검증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앞서야 한다"며, "그것이 없다면 언론이 하는 것은 검증이 아니라 '심층분석보도'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조중동이 보이는 보도행태는 언론권력의 유지를 위한 검증이고 특정당, 특정후보에 대한 배척이지 '검증'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동민 언개연 집행위원장은 언론의 후보검증은 유권자가 판단하도록 설명하고 정보제공을 하는 것에 그쳐야 하고, 언론 스스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결론을 맺으며 한시간 30여 분 간의 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
선감연은 지난 1992년 총선관련 보도 감시를 목적으로 구성된 이후 매번 선거때마다 구성되어 공정보도 감시활동을 해온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이다. 2002 선감연은 지난 11일 "언론은 공정보도 유권자는 바른선택"이라는 모토로 발족식을 가졌다.
선감연은 보도결과에 대한 수동적인 모니터 보다 능동적으로 보도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질높은 선거보도 감시, 유도할 계획이며, 2002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대한 공정 보도 촉구 및 감시활동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제기한 선거관련 주요이슈에 대한 보도촉구 및 왜곡보도 감시활동을 벌일 것이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선감연의 홈페이지는 http://www.pcmr.or.kr 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