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노인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고양이 밥이 되어버린 부패한 시신으로, 그리고 복권 당첨의 행운을 얻은 주인공으로 지나간 신문 기사에 그 사진이 실려 있을 뿐이다.
가족도, 가까운 일가 친척도 없이 5층짜리 낡은 아파트 맨 윗 층에 혼자 살던 노인이 복권 당첨의 행운을 만난다. 정답을 가르쳐 준 관리인에서부터 시작해 14명의 이웃 주민 모두가 다 그 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노인이 죽으면 그 돈을 나눠갖기로 한 주민들. 그 당첨금은 공공의 부(Common Wealth)가 되어가고, 그 이웃들은 그 돈을 차지하기 위한 하나의 공동체(Commonwealth)를 이루게 된다.
두려움 속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갇혀 살던 노인은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고, 여기에 부동산 중개업소의 임시 직원인 훌리아가 끼어 들어 복권 당첨금 30억 페세타를 찾아낸다. 30억 페세타가 우리 돈으로 얼마인지 도저히 계산이 안되는데, 화폐의 단위를 떠나서 30억만 생각해도 엄청난 돈이다. 커다란 여행 가방에 넣고 또 넣어도 넘치는 돈. 이웃들이 가만 있을리 없고 영화는 정신없이 서로 속고 속이며, 죽고 죽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혼자 사는 노인이 30억 복권 당첨이라는 행운에 맞닥뜨리면 정말 행운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돈을 발견한 훌리아가 그랬듯이 엄청난 행운을 실감하고 누리기도 전에 불안과 두려움에 온몸을 떨지 않았을까. 힘없는 존재인 노인에게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은 결국 이웃도 피해야 하는 고립으로 그를 몰아 넣고, 이웃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돈에 달려들게 만든다.
우리말로 번역해 본 제목에서 연상되었을까. 우리 영화 '공공의 적'에서 돈이 많아서, 그 돈으로 자신을 도와주지 않고 다른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아들 손에 잔인하게 살해되는 부모를 생각했다. 그 부모가 돈이 없었다면 그렇게 죽어가진 않았을까. '공공의 부(커먼 웰스)'의 이름 모를 그 할아버지도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홀로 갇혀 죽어가지는 않았을까.
돈을 중심으로 한 그들의 공동체는 구체적인 돈의 실물 앞에 무너져 내리고, 인간의 비겁하고 잔인한 속성이 적나라하게 눈 앞에 드러난다. 영화 마지막에 하늘에서 눈처럼 내리는 가짜 돈. 우리 생은 돈 앞에 그토록 경박하며 치졸하고 악하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노인은 돈을 많이 가져도 빈손으로 홀로 서있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Common Wealth 커먼 웰스 / 감독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 출연 카르멘 마우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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