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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놀이터가 부족하고 그나마 위험하다. 도시 부모들의 바쁜 일상은 아이들 놀이에 무관심하게 되고 심심지않게 터지는 골목길 차사고는 '우리 아이만 안전하면 되지'라는 안전불감증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놀이공간이 점점 줄어들어 동네나 아파트단지의 조그마한 어린이공원(놀이터)이 전부인 아이들. 그들을 위험 천만한 거리로 내몬 놀이터는 어떠한가.
가장 최근통계인 '99년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어린이공원은 모두 1118개로 아동 1100여 명당 1개 꼴이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103개까지 5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은 100개 이상인 반면 일반주택가가 늘어선 곳은 20개 안팎이다.
특히 아파트 단지내의 놀이공원은 관리소에서 시설의 청소와 수리를 책임지고 있지만 일반주택가의 경우는 관리가 소홀하여 위생과 안전문제, 시설의 노후 및 수리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집근처에 놀이터가 있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없거나 멀리 있는 지역 학부모들은 안전을 위해 아예 실내에서 노는 것을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동네놀이터 기구는 주로 5~10살의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로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고학년들은 공원 주변에서 맴도는 실정이다.
기자가 방문한 놀이터에서도 고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은 놀이기구를 제껴둔 채 옆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위험하게 오르내리며 놀고 있었다.
아파트에서 일반주택가로 이사 온 학부모(서울 영등포)는 "애들이 안전하게 놀 곳이 없어 걱정이 많다. 2시간에 5000원 씩하는 실내 놀이터를 이용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환기가 제대로 안돼 먼지로 건강이 나빠질 것 같아 이제 보내지 않고 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일반주택가에도 놀이시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공원 증설을 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관계공무원은 "부지가 없고 매입에 따른 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학부모들로부터 증설에 대한 민원도 접수된 바가 없어, 공원 증설에 대해 다른 계획이나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현행 도시공원법에는 어린이공원 설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단지 유지거리, 규모만 명시하고 있어 위생과 안전사고에 취약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3월 용인YMCA 어린이봉사단(Y-Kids)이 8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놀이터에 가면 재미있는가'항목에 56.8%가 재미없다고 답하여 절반이상이 흥미을 느끼지 못하였고, 왜 재미없는가 하는 질문에 놀이기구가 적어서(48.0%), 위험해서(10.8%), 좁아서(9.8%), 지저분해서(6.9%)라고 대답하였다. 놀이기구가 고장났을 때 취하는 행동은 65.9%가 '다른 기구를 타고 논다'고 답하여 경비원이나 부모가 해결해주리라 기대하고 알린다는 어린이는 25%로 4명 중 1명에 지나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다친 경험을 75%나 가지고 있었고, 그 중에는 4번 이상 다친 아동이 30.3%에 달하여 기구가 위험하고 고장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원하는 것도 주로 안전과 관계된 것으로서, 위험한 돌이나 병 등을 치워달라 78.6%, 고장난 놀이기구를 고쳐달라 68.2%, 높은 놀이기구에 보호벽을 만들어 달라 52.6% 등 어린이들은 '재미있는 기구'에 앞서 '안전한 기구'를 바라고 있었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거리가 아닌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또한, 어린이공원이 제구실을 하려면 연령에 맞으면서도 다양한 종류의 놀이와 체육기구들이 필요하다.
5일은 어린이 날이다. 하루를 위한 선물보다는 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놀이터를 관찰하고 머리를 맞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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