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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순례 특별취재팀: 이혜영, 박경화, 이유진, 정명희 기자

▲ 전만규 위원장. ⓒ 녹색연합


어제 내린 비로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맑은 하늘 아래 이젠 누런 흙빛의 바위가 되어버린 농섬과 훈련중임을 알리는 주황깃발은 더없이 도드라져 보인다.

전만규 위원장은 둥근달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둥근 달 위엔 우리의 농악대가 둥근 달 밑엔 '두공' 한 쌍이 헤엄치는 그림의 티셔츠. 이 티는 지난 해 일본의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와 한날 한시에 각각의 장소에서 열렸던 보름달 행사때 만들어진 것일게다.

'두공'은 오키나와 해안가에 살던 돌고래 종류의 동물이다. 미군기지가 건설된 뒤 점점 사라진 두공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환 운동의 상징물이다. 일본에 오키나와 두공이 있다면 우리에겐 매향리의 매화나무가 있다. 그리고 그 운동의 중심에서 늘 싸워온 전만규 위원장이 있다.

- 최근 매향리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하여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저희가 갔던 모든 지역에서 매향리의 이야길 하며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재판진행과정과 요즘의 심경은 어떻습니까?

"사실 승소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매향리 문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시작한 거지요. 그래서 주민 공동으로 진행하지도 못하고 14명만 소송을 한 거지요. 2심까지 승소하고 나서는 주민들 2222명이 다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어요. 미군기지가 있는 모든 지역이 이 건을 바라보고 있어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러나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조금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으려 합니다. 판결 이전에 지나친 주목을 받게 되어 재판부에 부담을 주어 자칫 결정이 미루어진다거나 하면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몇 십 년씩 재판이 걸린다면 아무도 이 일에 나서지 못할 테니까요."

- 2000년과 2001년 격렬한 싸움을 거쳤던 매향리에 요즘은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 서울에서 열릴 자유와 평화, 매향리 음악회, 그리고 지난 번 매향리 나무심기 행사 등 운동의 방법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한데...

"운동권만 매향리에 와서 투쟁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인, 지식인, 음악인 그리고 미군, 미군 사령관조차도 이 문제를 함께 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미군과 미군 사령관이 스스로 죄책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감동을 주는 운동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격렬한 투쟁을 통해 예까지 왔다면 이제는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매향리 운동이 되어야지요. 제가 요즘 이런 말을 해서 전만규가 감옥 갔다 오더니 겁이 많아졌다고들 하더군요. 그런데 싸우는 것만이 운동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매향리의 폭격훈련장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반대하고 그들의 나라 미국에 지어지는 것 역시 반대한다는 그는 더 이상 이 문제가 한 지역의 문제, 미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와 생명이라는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풀어야 하는 이 시대의 운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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