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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일제시대 때 천군대신을 숭배하기 위해 지어진 신사를 해방 후 지역민들이 때려부순 일은 무죄고, 탑골공원 앞에 걸려 있던 박정희 친필 현판을 떼어내는 것은 불법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똑같은 이치 아닙니까?"

10일 오후 12시 45분께 서울지방법원 525호 법정에 선 곽태영(65. 박정희기념관반대 국민연대 공동대표) 씨의 최후 진술이다.

우경태(39. 한국민족청년회 집행위원장) 씨는 최후진술이 곽 대표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최후 진술을 하지 못했다. 우 씨는 재판을 마치고 기자에게 "민족혼이 없으면 망한다는 것은 세계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역사적 진실이다"라며 "이번 사건이 꺼져가는 민족혼에 불을 당길 수 있는 촉매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난 해 11월 23일 새벽 2시경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 정문에 걸려 있던 '삼일문' 현판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라는 이유로 떼어낸 바 있는 곽 대표와 우 집행위원장은 10일 검사로부터 각각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재판 결과에 대해 곽 대표는 "지난해 11월 23일 경찰서에서 풀려 나왔을 때는 검사가 '집에 가서 편히 쉬라'고 해서 훈방처리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판장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현판을 제거하는 것은 위법행위가 아니라 민족정기를 세우는 정당한 행위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대법원 상고심까지 항고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재판을 참관한 민족문제연구소 김용삼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역사가 바로 잡힌 나라의 경우라면 개인이 나서기 전에 정부가 스스로 국민교육차원에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국가가 해야할 일을 개인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탑골공원을 자주 이용하는 노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서아무개(67) 씨는 "사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 아니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인데 징역형을 구형한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탑골공원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경호(71) 씨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돼 시민단체들이 공개적으로 현판을 철거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개인이 기습적으로 현판을 제거한 것은 불법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현재 탑골공원을 상징하는 현판이 걸려있던 자리에 현판은 없고 못 자국만 남아 있다.

곽 대표는 "생존하고 있는 항일 애국지사 가운데 필체가 좋은 사람이 현판을 새로 만들어 탑골공원 본래 정신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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