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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방송국 입사는 일종의 언론고시라는 말로 불려질 정도로 힘든 경쟁의 장이 되었다. 이러한 막연하고도 어려운 방송국 입사를 위해 각 방송사들이 만든 방송아카데미에서 실무를 배우며 방송인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방송 아카데미에서 실무를 배우면 방송국 입사에 도움이 되고 케이블 방송 등에 추천을 받기도 하는 이유로 평균 3∼4대 1에서 심할 경우는 6∼7대 1까지 간다.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가기가 취직하기보다 어렵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이다.

이 경쟁률을 뚫고 아카데미에 들어와서 자신들의 꿈에 조금씩 살을 붙여가는 현장에 다녀왔다. 그 곳에는 미래의 방송인을 꿈꾸는 사람들의 땀방울을 볼 수 있었다.

방송 아카데미? 뭐하는 곳이지?

방송 아카데미는 보통 6개월 과정에 2백만∼3백만원대의 높은 수업료를 내야하는 일종의 학원이다. 각 방송국의 아카데미는 교육자보다는 소속 방송국의 현직인들로 거의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위주의 방송 현장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곳에서 사람들은 방송에 대한 전반과 현장의 실무진으로부터 방송인으로 거듭 나기 위한 철학까지도 배우게 된다.

각 방송 아카데미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과정은 PD, 아나운서, 구성작가, 카메라 영상, 방송 기자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원구성은 대학생부터 직장인, 연세가 쉰 이상인 어르신네까지 오로지 '방송'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로 연령의 폭이 다양하다. 하지만 과정에 따라 따르지만 학력과 나이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다.

KBS, MBC, SBS 소속의 방송 아카데미 중에서 KBS와 서강대학교가 산학협동차원에서 만든 KBS 서강 방송 아카데미 사람들의 방송에 대한 꿈과 열정을 잠시 엿보았다.

방송인을 꿈꾸는 아마추어, 정신은 프로페셔널

학교에서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각자 약속을 위해 분주히 교문 밖으로 사라질 때, 직장에서 퇴근 후 집으로 발길을 돌릴 때, 다른 사람들은 하루를 마감하고 정리한다. 하지만 이때 보통 사람들과 달리 학교에서 회사에서 나와 방송인을 꿈꾸며 방송 아카데미로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의 고단한 일상을 뒤로 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 실무적인 교육을 통해, 현직인의 강의를 방송인으로서의 철학을 머리에 되뇌이며 다시 치열한 저녁부터 밤까지의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방송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다.

5월 중순이다. 한 기수의 아카데미 학생들의 강의가 끝나는 시점이다. 낮이나 밤이나 아카데미 건물 주변에는 방송국 입구에서나 볼 수 있는 분주함이 보인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달리는 사람, 저녁 늦게 촬영을 마치고 온 듯한 사람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끊이질 않는다.

사람들이 봄의 따사로움 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그들은 방송인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야간 강의와 실무 기술들을 조금씩 익히며 견디어 왔다. 그런데 벌써 한 학기가 다 끝나가고 졸업작품을 과정별로 구성된 조모임을 통해 만들어가는 사람들 속에는 약간의 섭섭함이 보인다. 졸업작품 촬영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방송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조별 졸업작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부터 많은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서로 머리속에 그리는 것이 틀리기 때문에 의견도 분분하고 어떤 조는 한 조원이 의견대립으로 인해 졸업작품 준비에서 나가려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것 역시도 자기가 만드는 방송에 대한 지나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연출자 과정 김상복씨는 "아카데미 와서는 가장 좋은 점은 자기와 뜻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로 이야기가 통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방송에 대한 애정이 강했기에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일어난 마찰들에서 양보하지 않으려는 모습 때문에 또한 힘들었다. 서로가 방송인을 꿈꾸는 사람이기에 이해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보다 사람이 먼저고,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조원 모두가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에 서로가 이해하고 동의해 잘 마무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과정에 있는 한 여학생에게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하자 "누구를 사랑하는데 있어서 이유를 될 수 있는가? 사랑하는 것은 그냥 사랑하는 것이다. 전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한없이 사랑하고 운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대답해 아나운서, 방송인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아카데미 과정 중간에 입사를 해서 대기업 사내 방송 아나운서로 나갔다는 친구도 있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경우로 아카데미 강의를 중간에 그만두는 것만은 아니다. 각자의 개인사정으로 아카데미를 수료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중 방송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자신에 대한 자질에 회의를 가지며, 아카데미를 휴학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아카데미 시작 후 2,3개월 진행되었을 때가 가장 고비라고 한다. 그 때 많은 학생들이 자괴감에 빠지며 휴학을 결심한다고 하며 이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아나운서 과정 수강생들 중의 한 명인 이은영씨는 아카데미에서 끝까지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낸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이은영씨는 아카데미에서 가장 좋은 점은 평소에 알 수 없었던 실무적인 부분을 학습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목적을 가지고 모인 아카데미라 후에 끝까지 연락하면서 만날 수 있는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한 고민과 갈등을 이겨내고 초심을 잃지 않으며 견디어온 방송 아카데미 예비 졸업반 학생들. 웃고 떠들며 졸업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도 연출자의 신호가 떨어지면 모두들 촬영에 임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들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의 아마추어들이지만 이미 마음은 프로페셔널한 현직 방송인 못지 않은 듯이 보였다. 콘티 짜느라 밤을 새고, 다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구성안을 수정하고, 비를 맞으며 야외촬영을 감행했더니 감기 기운도 돈다고 불평하는 그들이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무언가를 꿈꾸는 것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있을까? 또한 그 꿈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그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려운 방송국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아카데미 졸업 후가 본격적인 입사전쟁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계속되는 승부수를 던져야 하고 그 좁은 관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서로가 선의의 경쟁자가 되는 아카데미 친구들. 졸업을 앞두고 졸업작품에 임하는 진지한 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방송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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