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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사에서 월드컵을 생각하고 그런 것인지, 선거를 생각하고 그런 것인지 날마다 '정정당당 코리아'를 외쳐댄다. '정정당당' 좋은 말이다. 정정당당한 나라를 만드는 일, 참 좋은 일이다.

그런데 '코리아'는 뭔가. 우리나라 이름이 코리아라는 말인가.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걸 보면 온 국민이 코리아가 우리 국호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우리 국호는 '코리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다. '한국'과 '대한'이 우리나라 이름이다. 국무원 고시 제7호(1950. 1. 16.) <국호 및 일부 지방명과 지도색 사용에 관한 건>에는 "우리나라의 정식 국호는 '대한민국'이나 사용의 편의상 '대한' 또는 '한국'이란 약칭을 쓸 수 있되…"라고 우리 국호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 헌법을 들추어 보라.

'코리아'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애국가에도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자고 되어 있지 코리아 사람 코리아로 보전하자고 되어 있지 않다. 코리아가 우리 국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코리아, 코레, 코레아' 따위로 부른다.

'코리아'는 영어권 국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다 잘 알고 있듯이 '고려'에서 나온 말이 '코리아'다. 서양 사람들이 '고려'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여 생긴 말이 '코리아'다. 아무리 이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해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잘못 발음하여 생긴 말을 우리마저 따라 할 이유가 없다.

서양 사람들이 '서울'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여 '세울'한다고 우리까지 그 서툰 발음 흉내내서 '서울'을 '세울'이라고 말하고 쓸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백 걸음 양보하더라도 '우리끼리' 코리아를 우리나라 이름인 듯 써서야 쓰겠는가.

일제가 이 땅을 강점하기 전에는 <한미수호통상조약(1882)>, <한일의정서(1904)> 등에서 볼 수 있듯 우리가 우리나라를 지칭할 때 '한(韓)'을 썼다. 그러나 일제는 강점 이후 '대한(大韓)'과 '한(韓)'을 아예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3·1 운동 이후 소위 문화 통치 기간에도 국내에 생겨난 단체들 이름에 '대한'이나 '한'을 쓸 수가 없었다.

<대한매일신보>가 <매일신보>로, <대한민보>가 <민보>로 바뀐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제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는 국외에서는 <대한독립군>, <한족회>처럼 자유롭게 '대한'과 '한'을 붙여 이름을 지을 수 있었다.

박은식의 <한국통사>나 신규식의 <한국혼> 등에 보이는 '한국'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독립된 나라를 만들고서야 '대한민국'으로 거듭난 저 애틋한 이름이 지금 '코리아'에게 또 치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호를 외래어로 표기할 때는 마땅히 'DAEHANMINGUK(대한민국)'이나 'HANGUK(한국)'이다.(DAEHANMINGUK보다는 짧은 HANGUK을 쓰는 게 좋겠다.) 당연한 것처럼 쓰고 있는 'KOREA(COREA)'는 우리 국호일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국호가 고려인 시대에 사는 것도 아니고 코리아 시대를 사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고유명사는 그 나라에서 쓰고 있는 발음 그대로 써주는 게 상식이고 그 국가에 대한 예의다.

월드컵 대회를 이용해 '한국(HANGUK)'을 세계에 알리면 더 없이 좋을 것인데 여기 저기서 코리아팀 어쩌고 저쩌고 난리가 났다. 국정홍보처에서 나온 홍보 책자 이름도 <야호 코리아>다. <코리아 교육신문>도 눈에 뜨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붉은 악마 응원할 때 '코리아'가 아닌 '대한민국'을 외쳐댄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우리나라 이름 우리부터 당당하게 쓸 일이다. 당당하게 '한국(HANGUK)'을 말하자. 남을 배려한다고 간 쓸개 다 빼주는 짓 그만 하자. 내가 내 삶의 임자이고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이다. 코리아는 없다. 정정당당하게 대한민국을 말하자.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교육희망>(제308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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