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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단에 복고풍이라는 회오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 펴낸 작품을 일부 또는 전면 개작하여 새롭게 출판하거나, 작품은 그대로 두되 표지와 편집만 새롭게 하여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형태다.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로 유명한 소설가 윤흥길(60)이 최근 장편소설 <완장>(현대문학, 8500원)을 재출간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한 윤흥길의 <완장>은 1983년 첫 출판된 소설로 1993년도에 2판이 발행되었다가, 그 동안 절판상태에 놓여 있었던 작품이다.
이번에 새롭게 펴낸 장편소설 <완장>은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 앞에서 저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서민들의 암울했던 삶을 해학적인 문체로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완장은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단 한마디로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권력을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아 마구 꼬집고 할퀴고 옆구리와 발바닥을 간질임으로써 우스꽝스런 꼬락서니로 짓뭉개놓았노라고 생각할 때의 그 쾌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윤흥길 <완장> 재출간의 변)
이 같은 기존 작품의 재출간 또는 개작 바람은 최근 최인훈의 <화두>를 비롯하여 최인호의 <길 없는 길>, 임철우의 <등대>, 김원일의 <늘 푸른 소나무>, 김초혜의 <사랑굿> 등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 역사의 핵심적 사건들과 독일통일, 소련해체 등 격동의 세계사를 회억하는 최인훈의 <화두>(문이재, 전2권, 각권 1만5천원)는 1994년 3월에 첫 판이 출간되자마자 문단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문제작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펴낸 <화두>는 저자가 8년 동안 9백여 군데를 대대적으로 손질한 개작품이다. 또 작가의 출생부터 최근 동향까지를 분류한 '최인훈, 문학적 연대기'와 '최인훈문학 연구현황'을 부록으로 수록하고 있다.
<별들의 고향>의 작가 최인호도 10여년 전에 출판되어 100만부나 팔려나간 베스터셀러 <길없는 길>(여백미디어, 전4권 3만6천원)을 새롭게 펴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경허스님을 통해 인생의 참 의미를 되새겨보는 <길없는 길>은 이번에 작가 스스로 문장을 다듬으며 3백매 정도를 덜어낸 작품이다. 또 작가 스스로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생각대로 각 권마다 자료사진을 첨부했다.
가난했던 시절, 한 소년이 겪어야 했던 삶의 고통과 갈등을 그린 임철우의 장편소설 <등대>(문학과지성사, 8천원)도 개작되어 나왔다. <등대>는 1993년 '등대 아래서 휘파람'이라는 제목으로 한양출판에서 처음 출판된 작품으로 이번에 작가가 그 동안 미흡하게 여겼던 소설 제목을 고치고, 소설의 살을 짜붙히고 잿빛 회한의 옷을 기워 입혀 다시 한번 독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그외 김원일도 1993년도 출판한 <늘푸른 소나무>를 3권으로 개작하여 재 출간했으며, 김초혜도 자신의 시집 <사랑굿>을 다시 펴냈다. 또 지난 해에는 김성동의 <만다라>가 개작되어 출판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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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윤흥길 지음, 현대문학(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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