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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끝 마라도에서 150여년 만에 애기업개 처녀의 넋을 달래는 당굿(당제)이 열렸다.

아기업개 처녀당은 바다의 노여움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당한 아기업개 처녀의 슬픈전설이 서린 곳.

2002 제주해녀축제 해양문화 유적답사의 하나로 5일 열린 마라도 기행은 제주도민과 관광객, 마라도 해녀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아기업개 처녀당에서 아기업개의 불쌍한 원혼을 달래고 풍어를 기원하는 당제를 지내 눈길을 모았다.

마라도는 150여년 전 조선 헌종 8년(1842)부터 마라도에 사람이 살았다는 얘기가 내려오는 섬으로 해방후 행정구역상 대정읍 가파리로 소속되어 오다가 1981년 마라리로 분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는 약10만평 면적(동서폭 0.5㎞ 남북길이 1.2㎞ 해발 39m 해안선 길이 4.2㎞)의 한척의 항공모함을 연상케하는 작은 섬으로 30여 가구에 주민 80여명이 살고 있다.
2000년 7월 주변 해안을 포함해 6,750m²(육지 141, 해안 6,609)가 국가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됐다.

이날 열린 당굿은 설촌이래 많은 이들이 모여 마라도의 안녕을 기원하고 '마라도 할망(처녀)' 맺힌 한을 풀어주는 첫 당굿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마라도 해녀회장 김순씨(53)는 "애기업개 할머니를 수호신으로 여기며 몇몇 해녀들이 1년에 한두차례씩 조촐히 제를 지내고 있지만 이처럼 크게 당제를 지낸 건 설촌이래 처음이다"며 "주민에게 있어 애기업개가 없으면 마라도도 없다"고 말했다.

문무병 해녀축제집행위원장은 "처녀당(할망당)은 해녀들이 다니는 마을 본향당으로 '애기업개가 곧 마라도 자체'라고 할 수 있다"고 마라도 당굿의 의미를 전했다.

이날 참가객들은 이어 강미리 부산대 교수의 춤공연을 보고 마라분교, 장군바위 등 마라도 일대를 둘러보며 마라도의 풍광과 비경에 흠뻑 취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기행 참가자들은 우도 동천진동 해신당, 서천진동 당동산 종달잇당, 하우목동 목지당 등을 돌아보는 우도해녀마을 답사를 했다.

마라도 아기업개 처녀당 전설

마라도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을 때, 마라도 연안 어장은 전복과 소라가 무진장이었다. 그래서 가파도는 물론 멀리 모슬포에서도 잠수들이 많이 다녔다. 오래 전에 어느 초겨울 날 모슬포에서 많은 잠수들이 배에다 식량을 가득 싣고 마라도에 들어갔는데, 날씨가 여러 날 세어서 물질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식량은 거의 다 떨어져 큰 걱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일행중 상잠수가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그 내용은 마라도를 떠날 때, 다 떠나지 말고 아기업개를 떨어 놔두고 떠나라는 것이었다. 잠수들이 마라도에 올 때 아기업개 비바리 하나를 데리고 왔는데, 이 아기업개를 섬에 버리고 떠나야 배는 무사히 마라도를 빠져나갈 수 있으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가 도중에 파선되어 모두가 고기밥이 된다는 것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상군 잠수는 꿈 이야기를 여러 잠수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뱃사공도 같은 꿈을 꾸었다 하였다.

잠수와 사공들은 서로 의논 끝에 "이 아이를 데리고 가다가는 우리 모두 고기밥이 될 터이니 차라리 이 아기업개를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으니, 이 아이를 버려두고 떠나자"는 의견이 일치를 보았다.

갑자기 날씨가 좋았다. 모든 잠수들이 마라도를 떠나려고 바닷가로 몰려 왔다. 떠날 준비가 다 되어서 배에 올라탔다. 배를 탈 때 보니까 높은 바위 위에 흰 헝겊 하나 지금 당이 있는 자리에 버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모든 잠수들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바위 위에 흰 헝겊이 있는 것이다. 상군 잠수가 아기업개에게 말했다.

"느가 려강 저 지성귀 거뒁 오라(네가 달려가 저 기저귀 거둬 오렴)"

계략을 모르는 아기업개는 기저귀가 있는 바위를 향해 뛰어나가자 배는 닻을 걷어올리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기업개 처녀가 달려왔을 때에는 배는 이미 멀리 떠난 이후였다. 배를 타고 가며 뒤를 돌아 보면 아기업개 처녀는 그 섬에서 기저귀를 가져왔다며 헝겊조각을 든 손을 흔들기도 하고, 울부짖고 발버둥치며 원망하는 모습을 그날 잠수들은 섬찍할 만큼 칭원하고 애통하게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다.

거칠고 험악했던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다시 모슬포 잠수들은 이듬해 다시 마라도에 물질하러 찾아갔다. 그리고 늘 마음 한 구석에 게름칙하게 남아 있는 아기업개를 찾아보았다. 그날 아기업개 처녀가 울며 발버둥쳤던 자리에는 흰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제주해녀축제(www.haeny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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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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