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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산업 발달, 인간이 이룩한 금자탑이라 할 첨단 과학 기술 등의 눈부심이 인류에게 가져다 준 것은 비단 그네들에게 주어지게 된 경이적인 생활의 편이와 눈부신 풍요로움 뿐만이 아니다.

즉, 우리가 이렇듯 풍요로이 살기 위해 파괴하고 간과하는, 화려함의 그림자면이라는 것에는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136여종의 동식물이 멸종되어 간다는 충격적이라 할 ‘현실’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

사실 이러한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 행위는 결과적으로 인간에게조차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류의 것임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매우 심각한 현안임에 틀림없는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그것을 얼마나 절실히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듯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 한 저명한 라틴계 작가가 쓴 동화 형식의 단편 소설은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무감각하게 살아왔던 필자에게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항구도시에 위치한 한 평범한 가정집에서 일련의 고양이들과 다를 바 없이 주인으로부터 많은 애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베란다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가 갑작스레 자신 앞으로 떨어지게 된 기름투성이의 갈매기를 보고, 기겁하게 된다. 바다에 유출된 유조선의 검은 기름덩이에 기공을 잠식당해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된 그 갈매기는 검은 고양이인 소르바스에게 자신이 낳게 될 알을 보호해 줄 것, 그 알에서 태어나게 될 자신의 새끼를 돌보아 주어 그것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며 죽는다.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는 이렇듯 애처로이 죽어가는 불쌍한 생명의 마지막 청을 지켜 주리라 굳게 마음먹게 되고, 죽은 갈매기 친구의 알을 혹 깨질까, 다른 동물이 알을 먹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알을 소중히 지켜낸다. 그리고 알에서 갈매기의 새끼가 태어나게 되자,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갈매기의 새끼에게 아포르뚜나다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마치 진정 제 자식인양 길러내게 된다.

하지만 갈매기가 아닌 고양이인 소르바스에게 있어 갈매기인 아포르뚜나다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일만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갈매기 아포르뚜나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은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결국 계속되는 실패에 검정고양이 소르바스는 동물 세계의 법칙을 깨고, 선택된 단 한 명의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마음먹는다.

소설 상에서 소르바스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으로 인해 전혀 문외한인 갈매기친구의 알을 떠맡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소르바스에게 있어 단지 먹잇거리에 지나지 않을 바다 갈매기와의 약속을 소르바스는 끝까지 지킨다.

그렇듯 소설 상에서 동물이라는 존재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일 지언정 결코 정해진 선을 넘지않는 현명한 존재다.

그렇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 소설의 눈이라 할 수 있는 고양이 소르바스의 눈에 비친 인간은 양면성을 가진 존재다.

인간은 소르바스 자신이 어릴 적 위험에 처하였을 적에 목숨을 구하여 주고, 먹이를 주며, 털을 쓰다듬어 주는 선의를 베풀줄 아는 다정다감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바다에 기름을 유출시키는 실수를 범하여 갈매기 친구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 적대적이라 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동물들에게 있어 그 선의라는 것조차 때로는 그네들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악의가 될 수도 있는 것.

그렇게 소설상의 설정인 소르바스가 처하게 된 어려운 상황과 그러한 상황속에서 소르바스와 그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우정은 어리석고 자신들만이 최고라는 오만함을 가진 인간들의 부정적인 면모를 주로 부각시킨다.

그렇지만 소설 속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진정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소르바스와 동물 친구들 보다 못하다 할 인간의 몰지각함,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함(환경을 이용할 뿐 이것에 동화되지 못하는 존재)에 국한된 것만이 아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주창 또한 잊지 않는다.

즉,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선택된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것인데, 여기서 ‘선택된 인간’이라는 설정은 이 책의 저자인 루이스 세뿔베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모습이다.

‘선택된 인간’의 직업인 작가, 동물과 환경에 무한한 애정을 쏟으며 그네들을 이해하고 동화되려고 노력하는 ‘선택된 인간’의 면모는 분명 이 책의 저자인 루이스 세뿔베다 자신의 자전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작가의 모습만이 투영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 책을 읽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살았던 인간들이 자신들의 오만함에 대해 반성하게 되고 변화해 나가게 될 인간상의 지향점일 수도 있으며, 이 책을 읽고 좀 더 성숙하게 될 혹은 성장하게 될, 환경 문제를 대하는 독자들의 인식을 형상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랜 동안 소수민족의 보호와 환경운동을 위해 싸워온‘행동하는 지성’이라 칭송받는 루이스 세뿔베다는 그의 소설인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친근한 동물 친구들을 통해서) 우리가 여지껏 간과하고 있었던 진정 중요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 보호의 메시지와 함께 오직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을 버리고 자연과 화합하자는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지은이 : 루이스 쎄뿔베다
발행일 : 2000년 7월 15일
펴낸곳 : 바다 출판사
값 : 6,500원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루이스 세뿔베다 지음, 바다출판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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