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일본의 대안 학교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대안 학교가 보편화되어 있어서 정규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대안 학교를 통해 교육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도 대안학교의 졸업을 인정하느니 마느니 하는 걸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우리네 실정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헌데, <창가의 토토>는 놀랍게도 대안 학교라는 개념이 생기기도 훨씬 전에 일본에 이와 엇비슷한 학교가 이미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기 직전 초등학교를 다닌 테츠코(토토)씨가 자신의 유년시절 경험을 동화로 풀어쓴 작품이다. 아주 오랜 옛날 이야기임에도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퍽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것은 이 동화가 귀여운 말괄량이 소녀 토토 이야기 이외에도 독자에게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해보도록 만들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주인공 토토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벌써 퇴학을 당한 아이였다. 선생님이 뭐라 하든지 수업시간에도 제멋대로 행동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도 교육에 좀처럼 규율되지 않는 모난 아이였나보다. 그의 어머니는 여기저기 뛰어 다닌 끝에 '도모에 학원'에 겨우 그를 입학시킬 수 있었다.
그 '도모에 학원'은 많은 점에서 별난 학교였다. 교문이 살아 있는 나무로 되어 있었고, 교실은 전철로 만들었으며 전체 학생 수는 겨우 50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만해도 매력이 있을 법한데 그 무엇보다 토토를 감동시킨 것은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이었다.
처음 입학할 당시 토토는 교장선생님과 단둘이 면담했다. 그때 교장선생님은 토토에게 무슨 얘기든지 좋으니까 하고픈 이야기를 전부 해보라고 주문한다. 수다쟁이 토토는 무슨 그리 할말이 많았는지 앉아서 무려 네 시간이나 혼자 재잘댔다.
그런데도 교장선생님은 하나도 지루한 기색 없이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맨 마지막에 크고 따뜻한 손을 토토의 머리에 얹으며 "자, 이제부터 넌 이 학교 학생이다"라는 한마디를 하셨을 뿐이었다.
그렇게 첫날부터 교장선생님이 안겨준 그 진한 감동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의 별난 교육 방법 몇 가지만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아이들이 흥미를 갖는 부분부터 자유스럽게 공부할 수 있게 함.
- 정해진 분량의 오전 학습이 끝나면 오후에는 주로 산책을 하면서 자연 속에서 생태교육 실시.
-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어느 아이가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도록 배려하여 전교생이 알몸 수영을 하도록 유도
-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학교에 올 때는 가장 허름한 옷을 입혀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당부
- 점심시간에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게 하여 누구나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발표할 수 있게 함
- 학생이 말썽을 피워도 마구 꾸짖는 것부터 하지 않고 "실은 너는 착한 아이라"는 신뢰를 보여주면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지게 함
- 농부 아저씨를 일일교사로 세워 아이들에게 김매고 거름주고 씨뿌리는 법 등을 가르침.
데츠코씨의 기억에 의하면 그 아름답던 도모에 학원은 1945년 공습 때 아쉽게도 불타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존경하는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 선생님도 세상을 떠난 지 한참 되었다고 후기에서 적고 있다.
하지만 그 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들이 지금도 가끔씩 모인다고 하며, 자신은 교장선생님과 약속했던 '학교 선생님'은 되지 못했지만, 그분의 교육정신을 널리 알리고 계속 잇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 소개를 보면, 그는 일본 출판계 사상 전무후무할 정도 베스터셀러가 된 이 책의 수익금을 가지고 농아배우를 위한 재단을 설립했고, 저명한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전세계의 아동구호 활동을 열심히 펴고 있다고 한다.
|
|
그림으로 보는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고향옥 옮김, 주니어김영사(2017)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