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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은 여러가지면에서 성공 그 자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공동 개최국인 일본에 비해서도 거의 모든 면에서 앞섰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 준비나 진행같은 운영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선수들과 감독, 온국민이 혼연일체가 된 4강 신화라는 위대한 성적도 남겼다. 하지만,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우리 국민이 보여준 열정과 성숙된 시민의식일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도 모두들 붉은티를 입고 거리로 나와서 목이 터져라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으며, 흥분된 엄청난 인파 속에서도 큰 사고없이 충분히 열정적으로 승리를 자축할 줄 알았을 뿐만 아니라 깔끔한 뒷정리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이번 기회에 보여준 우리 국민의 열린 민족의의나 국가주의는 너무나 위대하였다.
축구경기는 스포츠 중에 가장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표출하기 좋은 경기이다. 특히 월드컵은 그것을 표출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행사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역사적으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가 주로 배타적으로 작용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이것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해서 이런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의 표출을 경계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양한 민족이 아닌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라는 사실이 이런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국민은 이런 우려가 한낮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와 경기를 가진 상대팀의 국가가 연주될 때는 누구 하나 야유를 보내지 않음으로써 그 나라를 존중했고, 우리나라를 찾은 그 어떤 민족의 외국인에게도 한국 특유의 다정다감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이런 한국의 열린 민족주의의 백미는 터키전에서 우리가 터키에게 보여준 행동일 것이다. 터키의 국가가 연주될 때 우리는 우뢰와 같은 박수로 터키의 4강 진출을 축하해주었고, 한국의 대형 국기 옆에는 터키의 대형 국기가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해서 펼쳐졌다. 또한 우리나라가 경기에 졌음에도 끝까지 양국의 선수들을 똑같이 축하해주고 격려해주었다.
이런 민족과 국민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물론 우리가 경험한 약소국으로서의 서러움과 한이 이런 열린 민족주의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만약 정말 그렇더라도 이런 경험은 이제 우리를 세계 무대에서 위축시키는 악몽이 아니라 우리를 더욱 따뜻하고 겸손하게 만드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세계를 향한 한국의 계속되는 도전과 성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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