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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나쁜 아들 군대에 보내고 3년을 잠 못 이룬 내 아비의 한숨과 다리 잘린 아들 곁에 얼굴을 묻고 울던 한 어머니의 눈물을 담아 꼭 들려줄…." 김규항 (개새끼들 중에서, 40P)
"성질 나쁜 아들 군대에 보내고 3년을 잠 못 이룬 내 아비의 한숨과 다리 잘린 아들 곁에 얼굴을 묻고 울던 한 어머니의 눈물을 담아 꼭 들려줄…."김규항 (개새끼들 중에서, 40P) ⓒ 아웃사이더
1> 당신은 아웃사이더였던 적이 있나?

이 땅에서 서른 해를 살아오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데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우리 사회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열려있지 않다. 선생이나 선배, 상급자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열에서 멀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적어도 한동안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침묵하는 것은 거룩하고 참는 것은 근사한 미덕으로 여겨진다.

과연 그럴까?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한 사람을 간절히 사랑하거나, 꿈을 이루고 싶어하거나, 사회를 바꾸고 부조리와 싸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의 간절함을 이루기 위해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은 표현이다. 혀를 놀려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나는 이렇게 믿는다’‘나는 내 믿음대로 행동할 것이다’….

물론 그들은 아웃사이더가 되고 소외될 것이다. 주류(主流)에서 멀어지고 외롭고 피곤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진보로 기억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그들의 신념을 지킨다면….

"갈갈이 찢긴 O양의 삶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보상될 수 있는가… 그 비디오를 구해서 본 당신들 모두 테러의 공범이다." 김정란 (이미지의 타락- O양의 경우 중에서, 70P)
"갈갈이 찢긴 O양의 삶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보상될 수 있는가… 그 비디오를 구해서 본 당신들 모두 테러의 공범이다."김정란 (이미지의 타락- O양의 경우 중에서, 70P) ⓒ 아웃사이더
2>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를 펼치기 전에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라는 책을 쓴 네 명의 집필진은 내게 군복을 떠올리게 했다.

군대에서 덜컥 겁이 났던 적이 있다. 조직의 룰에 무조건 복종해야 했던 그 때, ‘나는 아무도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다. 군대라는 사회의 속성때문이기도 했지만 나는 남들과 다른 내 주장을 하나의 의견으로도 받아들여주지 않는 군대에서 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때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소위 군대말로 하자면 고문관이었다. 하지만 나는 표현하고자 했다. 옳지 않다고 느꼈으니까,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욱 소외되었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나는 나를 지켰으니까.

3>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안으로

여기 네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서문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서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지만 그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이 ‘극우집단’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연대하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라고 했다.

지식인? 교육제도 안에서의 공부를 싫어한 나는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말하는 지식인은 사전적인 의미가 아니다.

"우리나라엔 애국자도 많고, 민족대표도 많다. 너무 많다. 그래서 난 슬프다" 진중권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아요 중에서, 108P)
"우리나라엔 애국자도 많고, 민족대표도 많다. 너무 많다. 그래서 난 슬프다"진중권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아요 중에서, 108P) ⓒ 아웃사이더
그들은 ‘인류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생각하고 인류의 고민을 자기의 고민처럼 고민하는 사람이 바로 지식인’이라고 했던 김수영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주관을 가지고 일상적인 생활에서, 철학적인 면에서, 정치적인 면에서 그들의 적에게 시비를 건다. 그들의 글은 솔직하고 진실되다. 시비를 건다는 건 가슴 안에 무언가 뜨거운 걸 아직도 간직하고 있기에 가능한 행위다. 시비를 건다는 건 아직도 무언가 간절히 소원하고 있다는 증거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나는 이 책을 대학에 갓 들어간 사람들이 읽기를 권한다. 조금이라도 더 젊고, 조금이라도 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아웃사이더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젊은 날을 투자한 사람이 되기를 빈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깨닫게 되어 있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걸. 그 때엔 이미 늦는다.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바를 표현하면 된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다.

"100년의 시차를 느끼게 하는 것은 지식인의 '지식'이 아니라 '양심'이다…." 홍세화 (한국의 지식인에게 중에서, 173P)
"100년의 시차를 느끼게 하는 것은 지식인의 '지식'이 아니라 '양심'이다…."홍세화 (한국의 지식인에게 중에서, 173P) ⓒ 아웃사이더
4>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를 덮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가 번창이 아니라 쇠락’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담는 <아웃사이더>라는 잡지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날까지 그들은 연대하고 기꺼이 싸울 것이다’라고 맹세한다. (머리말 인용)

변절한 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들이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다. 나는 신문에서, 뉴스에서 그런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본다. 그들은 늘 자신들이 뜨거웠던 열정을 가졌던 때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그런 회상은 김규항의 말처럼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책을 덮으며 나는 정말 그들 넷이 진보로 남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그들의 말과 글이 더욱 힘차지고 변하지 말기를 바란다.

나도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아웃사이더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 미국 ‘한인뉴스’ 발행인 백훈 칼럼집

백훈 지음, 다트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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