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여름은 몹시 무덥습니다. 육지에서 나들이온 관광객들에겐 쪽빛바다가 가장 우선 가보고 싶은 곳일테지만, 제주의 아이들에겐 바다보다 먼저 가야할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어디냐구요? 보통 한여름 쨍쨍 내려쬐는 햇볕을 피해 바닷가 방파제에서 다이빙질을 하다가 몸을 씻곤 하는 곳, 제주 방언으로 단물나오는 곳입니다.
기자가 가 본 곳만 해도 10군데. 그중 몇군데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고두물, 신촌리 바닷가에 위치한 큰물, 곽지해수욕장내에 있는 곽지물 등. 물질을 하고나온 잠녀(해녀)들이 짠물을 씻곤 했던 곳입니다.
대부분 노천탕인지라 약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뭔지 모르지만 뭔가를 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처럼 혼탕인 경우는 한군데도 없고 대부분이 남탕과 여탕으로 분리되어 있지요.
한라산으로 스며든 빗물이 바닷가 용천수로 솟아나는 이곳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제주 해안마을들에 하나 이상씩 있던 단물들도 이제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하수 난개발과 수도의 보급으로 이용객도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제주사람들에게 단물나는 곳은 한여름 더위를 이기는 삶의 지혜로, 어린시절의 소담스런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올 여름 제주로 휴가를 오거든 꼭 한번 단물나는 곳을 찾아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