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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다문화연합회 회장.
이명희 다문화연합회 회장. ⓒ 오마이뉴스 유창재
이명희(67·한국명 석명희·다문화연합회 회장)씨를 만난 곳은 서울 세종문화회관 안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단정한 모습에서 학창시절의 은사님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 LA에 살고 있으며 오는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한반도 통일연구회 제8차 국제토론회'에 참가하기 전에 형제들이 살고 있는 모국을 찾았다고 한다.

이명희씨에 따르면 이번 국제토론회는 '6·15 공동선언과 국토통일'이라는 대주제로 ▲민족의 이익에 부합되는 국토통일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한 남과 북 ▲악의 축 논리의 허상과 모순 ▲6·15 정상회담 이행을 위한 남북간의 문제점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열릴 예정이라는 설명.

이명희씨는 11년 전 남편 이준영(72)씨와 함께 미국 LA로 건너가기 전에는 주부클럽 연합회 이사(68년),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초대 상임위원(69년) 등을 역임하며 30년 동안 소비자 및 여성운동을 했다고 한다. '2차대전 피해 배상청구 한인연합회(KAWWA)'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의 아내로, 그리고 2남1녀의 어머니로 살아온 그가 말하는 해외동포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해외에 나와 있는 우리 해외동포들의 모국에 대한 감정이 어떠한 줄 아십니까? 우리는 귀소 본능이 어느 민족보다 강한 민족이기에 자다 깨어나서 생각을 더듬어도 가슴 짜릿하게 그리움 가득한 마음이 든답니다. 가슴으로 우리 조국을 생각하고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태어난 내 조국을 위해 통일을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91년 처음 미국땅을 밟은 이명희씨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 속에서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국인 1.5세와 2세들이 뿌리를 모르는 것과 한민족이 아닌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국가 민족으로 다른 민족의 미국인들에게 대접받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한민족이라는 자긍심과 역사를 모든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더불어 사는 이웃에게 내 것을 알리고, 그들에게서 배우고 서로를 이해할 때, 비로소 다른 민족들과 화합을 할 수 있었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발전시키고 타민족들과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했죠."

그녀는 지난 95년부터 대외적인 행사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6개 민족이 모인 '국제음식잔치'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각 민족의 전통적인 먹거리, 춤, 의상, 음악 등을 서로 나눴다. LA에서만 2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성과가 좋아 매년 개최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월대보름 풍습을 1.5세와 2세대들이 체험하도록 하고 타민족 젊은이들도 함께 즐기도록 했다.

이것이 '다문화연합회'의 발단이 됐다. 이 모임은 미국 사회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이웃과 나누고 화합하기 위한 지역사회 봉사를 앞세우고 지속되고 있다.

해외동포, 통일 염원 담은 토론회 매년 개최

지난 96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회 한반도 통일연국회 국제토론회'에 참가한 장민웅 초대회장(중앙)과 남북 두 기조 연설자. 왼쪽이 정석홍(남쪽), 오른쪽이 허혁필(북쪽) 대표.
지난 96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회 한반도 통일연국회 국제토론회'에 참가한 장민웅 초대회장(중앙)과 남북 두 기조 연설자. 왼쪽이 정석홍(남쪽), 오른쪽이 허혁필(북쪽) 대표. ⓒ 한반도 통일연구회
최근 월드컵 행사 이후 미국 내에서 '한국'인에 대한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이명희씨는 재미동포 1.5세와 2세들이 월드컵 기간 동안 거리에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쳤으며, 그때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명희씨는 "월드컵으로 미국에 있는 한민족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친한·친북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됐다"며 "알렉스 김이라는 LA시장 한국계 보좌관이 있는데 그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며 동포들이 모인 자리에서 격려하고 있다"고 하며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미국 내 남·북한 모임들이 화해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이고, 한반도 통일연구회에서 주관하는 국제토론회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로 8회째 맞고 있는 국제토론회는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동포들의 통일 염원을 담고자 처음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각자 생각들을 토론하고 하나로 결집한다. 이런 토론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결의문을 제작해 한국과 북한 정부에 보내 재외동포들의 통일 염원을 알리고 있다. 이런 노력이 통일로 가는 촉매역할을 하길 바라는 것이 토론회의 궁극적인 목표.

<한반도 통일연구회>란

'국제토론회'를 주관하는 <한반도 통일연구회>는 지난 1994년 해외교포가 주축이 되어 분단된 우리 남북한의 통일문제를 연구할 것을 목적으로 구성된 순수한 민간단체. 이 단체 구성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남북한을 다 방문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모임은 남북한의 통일방안에 어떤 합의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의 국민간에 있는 여러 의견들을 허심탄회하게 발표하고 그것을 서로 들어보는 모임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민간차원의 솔직하고 정직한 만남이 거듭돼 남북한이 서로 신뢰를 쌓아 통일을 향한 운동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유창재 기자
제1회 한반도 통일연구회 국제토론회는 지난 95년 미국 LA에서 열렸으며, 10여개국 200여명이 참가했다. 이명희씨는 이때 '해외 교포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강연을 했다고 한다. 다음해 제2회 토론회는 영국에서 열렸는데, 허혁필 조선 사회과학원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 등 북한 지도부 인사들이 참가했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토론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통일에 대한 해외동포들의 역할에 대해 점차 진일보한 주제로 남·북이 논의하는 자리로 활성화되고 있다.

제1회 토론회부터 지금까지 관심을 가지고 참가하고 있는 이명희씨는 "해외동포들이 주축이 되어 남과 북이 한민족으로 통일에 다가서기 위한 세분화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최근에는 탈북자들에 대한 조사 등 국제적으로 남북 통일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동포들은 토론회를 통해 합의한 통일은 '민족통일'을 대전제로 한다. 국가 통일은 위험한 발상이며, 긴 안목으로 민족통일을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남·북한은 '한민족'으로 1국가 2체제를 유지하고 외교·군사력을 집중하면서 점진적인 통일을 이뤄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인적으로 이명희씨는 "영국의 한 학자가 '민족이 이념보다 우선한다'고 말했듯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며 "해외동포들은 비교적 국내인들보다 이념문제에 있어 초월해서 생각하기에 국내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녀는 또한 "정치가들에게 통일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통일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정권연장을 위해 '통일' 이념을 이용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통일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리고 정치가들이 해마다 해외에 널리 퍼져 살고 있는 동포들이 모여 통일에 대해 논의하는 '한반도 통일연구회 국제토론회'에 참석해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드컵 열기 담아 '통일로' 한민족 위대함 열렸으면

이명희 다문화연합회 회장.
이명희 다문화연합회 회장. ⓒ 오마이뉴스 유창재
최근 발생한 서해교전에 대해 해외동포들 사이에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고 한다. 주된 의견은 극우보수층이 많기에 '북한이 정상회담 이후 보여준 사태를 규탄하고 개혁을 늦추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다수라고 한다. 이는 미국에 전달되는 한국 소식은 짧은 TV 뉴스보도와 몇 개의 국내 주요 일간지를 통해 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면 소수지만 진보층은 '민족통일을 위해 화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명희씨는 "서해교전으로 인해 DJ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게 그럼 '대안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대안은 없다'고 말문을 흐린다"며 "햇볕정책이 부정적으로 노출된 것은 사실이고 한편으론 DJ정부가 전쟁을 막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해외동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한이 통일로 한걸음 다가서기 위해 그녀는 우선 '상호신뢰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시적으로 군비축소는 물론이고 '평화공존'을 위한 양국의 노력이 다시 일어나길 기대했다. 남·북은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변경하고, 직면한 개별적인 사안부터 풀어가길 바란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자연히 통일될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이젠 분단을 '비극이다, 아프다, 슬프다'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퇴색된 단어가 되고 만 듯싶습니다. 50대 60대 연령은 통일의 노래를 가슴에서 부릅니다. 정말 진정 통일을 염원합니다. 그러나 우리 2세들은 입으로 부릅니다. 그들에겐 통일이란 구호처럼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오랜 세월 조국이 분단되어 있었고, 체제와 이념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희망을 가져봅니다. 지난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 그 열기를 통일로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하길…."

덧붙이는 글 | 이명희씨는 오는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제8회 '한반도 통일연구회 국제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22일 갑작스레 남편 이준영씨가 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명희씨는 일정을 바꿔 2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남편 이준영씨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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