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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해교전 사태와 관련, 조선일보는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른바 △북한의 사과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보장을 내세우며 임전태세를 유지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그 이전에 군 당국이 '왜 제대로 보복을 못했느냐'는 질타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입장 아래 그 동안 조선일보는 사설과 기사, 만평을 총동원해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서해교전 사태의 주범은 햇볕정책이라는 설명도 빼지 않았다. 그러면서 '안보상업주의'를 교묘히 이용하고, '전쟁'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이런 서해교전 '대응 원칙'은 '북한은 적'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이 때문에 서해교전 사태는 여적 원인마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의도적 도발이고 △도발 뒤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몸통'인 것처럼 규정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25일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덧붙여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자고 제의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유감 표명을 북한의 지난 과거에 비춰볼 때 '대단한 발전'으로 이해했다.

조선일보와 서해교전

그러난 조선일보는 북한의 유감표명을 도저히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25일치 사설 <이것이 사과인가>에서 조선일보는 북한의 유화 제스처는 되레 "서해교전 사태를 어물쩍 넘기고 남측으로부터 식량지원 등을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북한의 기습적인 선제 군사공격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 해군당국의 조사로 충분히 드러났음에도 북측은 '우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재발방지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라며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조선일보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선제 공격이 인정되고, 이때문에 소중한 우리 군인이 죽고 다쳤으니 말이다. 결과에 대해 북한이 책임질 건 책임지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다소 지나치기도 했지만.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서해교전 사태를 두고 '서해교전→북한의 의도적 도발→김정일 국방위원장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린 조선일보가 왜 미군 문제에서는 이런 논리를 적용하지 못하는가다. 만약 이것이 의도적으로 그랬다면 이것은 극단적인 '이중적 잣대'며 '자기모순적'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어렵다.

지난 달 미군 궤도차량에 치여 두 여중생이 압사당한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보자. 조선일보는 사건이 일어난 지 한참 뒤에 보도를 냈다. 물론 단순 기사로 처리하거나 관련 시위를 스케치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 상황이 '극적으로' 전개되자 조선일보는 그제서야 사설을 내며 한·미 양쪽에 원만한 해결을 요청했다.

조선일보와 여중생 압사 사건

조선일보는 11일치 사설 <한·미 재판권 다툼 원만하게 풀길>에서 거듭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요구했다. 한·미 동맹관계를 고려, 성숙함과 건강한 동맹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사건은 미군측이 소파규정을 들먹이면서까지 끈질긴 책임회피에 나선 터라 사건을 쉽게 끝내지 못했다. 그 덕택에 법무부가 미군의 재판권 포기를 공식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도 조선일보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최선이라고 거듭 밝혔다.

@BOX1@ 따라서 조선일보가 서해교전 사태를 이해한 방식대로 이 사건을 이해하면 '미군은 적'이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미군의 사과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보장을 받아내야 했다. '여중생 압사 사건→미군의 '의도적' 실수→조시 부시 대통령 책임'이라는 결론도 성립된다. 그리고 여중생 압사 사건의 주범은 '오만한 미군'이 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확히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왜 미군에게는 "한·미 정부가 지혜와 이성을 총동원하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그렇게 요구하지 않았는가. 왜 미군에게는 "'운동확산'의 모양새로 가게 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북한에는 '전쟁확산의지'를 내비치는가.

결국 조선일보는 북한과 미국을 극단적인 '이중 잣대'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탓에 조선일보는 '자기모순 논리'를 되풀이하는 셈이다. 결코 곱지만은 않은 '이상한 논리'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조선일보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릴 수 있을까

조선일보 사설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릴 수 있을까. 참고로 원문 제목은 <韓·美 재판권 다툼 원만하게 풀길>(조선일보 7월 11일)이다.


[사설] 남·북 서해교전 사태 원만하게 풀길

올해는 남·북한 6·25가 일어난 지 반세기가 되는 해다. 남·북 화해관계는 이제 그 연륜에 걸맞은 성숙함을 갖출 때가 됐으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다. 

지난달 발생한 서해교전 사태를 풀어가는 데도 이 같은 성숙한 태도가 요구된다. 이 가슴아픈 사건은 이제 남·북관계의 성숙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안으로 가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와 북한이 사고의 원인을 놓고 맞서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측에 △북한의 사과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보장을 요청했고, 북한 당국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결국 남·북한이 지혜와 이성을 총동원하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북한측이 최종입장을 정하기까지 남·북한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인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사고발발 직후 보여준 북한측의 일부 신중치 못한 언행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질 않을뿐더러, 사안(事案)을 불필요하게 다른 쪽으로 번지게 한 측면도 있었다. 

한국정부 역시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최근 남·북관계의 난제가 빈발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관리들은 팔장만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남·북관계를 방치할 경우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일종의 ‘전쟁확산’의 모양새로 가게 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같은 경향은 남·북한 양국 국민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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