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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조빙이 죽었다. 수도 없는 헌정음반이 발매되었고 그의 추모 콘서트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으며 직접 그와 활동했던 뮤지션들은 여전히 최고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리하여 그의 전설은 쉼없이 내려왔지만 아쉽게도 그의 감춰졌던 활동상이 보고되지 않음은 약간 안타까운 것이었다.

▲ 어두운 이미지의 Jobim.말년의 고독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그런데 평소에 공연을 그래도 자주 가졌던 편인 조빙의 실황음반이 이렇게 적다는 것은 어쩐지 좀 성립이 안 되는 말이었다. 그렇다. 2000년도에 그의 미발표 음원이 발견되었고 이는 일본과 브라질의 유니버설 레코드에서 동시에 발매되었다(근래에 국내에도 라이센스가 되었다).

이 음원은 그의 친우이자 그의 영원한 음악적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의 헌정공연이었던 것이다. 조빙과 모라에스는 마치 폴 맥카트니와 존 레넌처럼 셀 수도 없는 초기명곡들을 작사가와 작곡가의 관계에서 창조해냈으며 '음악'이라는 것에 한정된 조빙의 활동에 비해 모라에스는 극작가와 소설가, 시인등의 분야에서도 대단한 평가를 받았던 그야말로 비범한 인물이었다.

여하간에 이것은 1980년 갑작스레 사망한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에 대한 절절한 헌정공연이었으며 공연의 의미상 타악기가 완전히 배제된 진정으로 절제된 공연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Banda Nova라 명명된 이 밴드의 구성은 피아노와 보컬에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빙, 플륫에 다닐로 까이미, 첼로에 쟈키스 모렐렌바움, 기타에 빠울로 조빙, 그리고 보컬에 빠울라 모렐렌바움이렇게 5인조구성이고 굉장히 울림이 적은 악기들로 구성된 악단이다.

조빙과 비니시우스의 환상적 콤비가 시작된 명곡 중 하나인 Soneto de Separacao는 그의 피아노와 쟈키스 모렐렌바움의 첼로만으로 진행되는 곡이다. 굉장히 조용한 무드를 지닌 곡이다. 영롱한 피아노에서 이어지는 미려하기 이를 데 없는 멜로디가 아름다운 곡 Valsa de Euridice는 빠울라 모렐렌바움이 보컬로 참여한 곡이다. 정말 여성보컬에 이렇게 부합하는 곡도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연주가 돋보이는 Serenata do Adues, 울림이 적은 악기들의 앙상블이 흐르며 읊조리는 듯한 조빙의 시적인 목소리가 너무도 아름다운 Medo de Amar, 플륫과 기타가 주된 악기로 부각되는 수많은 Insensatez가 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해석은 없는 듯 하다. 정말 제목그대로 감성적이기 그지없는 해석이다. 진정 훌륭하다.

조빙이 낭송하는 짧은 Vinicius의 시 Poetica, 청아한 빠울라의 목소리가 첼로와 피아노위로 고독하게 유영하는 앨범 내 최고의 명연 En Nao Existo Sem Voce, 리드미컬한 피아노와 클래시컬한 첼로연주가 소편성이 지니는 매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Drerradeira Premavera, 음울한 첼로소리가 사운드의 골조를 이루는 쓸쓸한 목소리의 조빙이 지극히 서글퍼 보이는 Modinha, 천재적인 Sambista였던 또끼뇨가 조빙에게 바친 곡 Garta ao Tom/ Carta do Tom은 조빙이 브라질에 귀국해서 활동하던 때에 작곡된 곡으로 조빙이 그 곡을 듣고 매우 기뻐했었다고 전해지는 곡이다.

말이 필요없는 초기 명곡중의 명곡 A Felicidade는 무언가 기쁜 듯한 제목그대로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는 곡이다. 적어도 And Friends에 수록된 실황에 비하면 비할 수 없이 아름다운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까를로스 리라의 작업에 비니시우스가 참여하여 굉장한 히트를 기록했던 Voce e Eu는 여기서 또 한 번 빛나는 해석으로 재탄생했다. 진정 미려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플륫과 피아노, 적절하게 리드미컬한 기타 무엇보다도 빠울라 모렐렌바움의 시원하기 이를데 없는 목소리까지 정말 최고의 해석이다.

까를로스 리라가 천재적인 Sambista라고 또 한 번 주장할 수 있는 명연 Samba do Carioca의 즐거움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감상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역시 초기의 명곡중의 명곡 Ela e Carioca는 단순하게 편곡되어서 오히려 훨씬 듣기 좋은 곡이다. 마치 벨벳이 감겨들어오는 듯한 감미로운 부드러움이 있다고 해야할는지?

전설적인 명곡 Garota de Ipanema는 이빠네마소녀들의 매력을 지극하게 나타낸 곡이다. 삼바의 즐거움이 그득히 담겨있는 명연이다. 마지막 곡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80년대에 작곡한 '전장의 미스터 로렌조'의 메인테마와 비슷한 Pela Luz dos Olhos Teus, 아름다운 멜로디와 적당한 리듬감으로 보사노바의 전형을 주장하며 끝을 맺는다.

조빙과 비니시우스가 함께 만들었던 조빙의 초기명곡들,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의 자작곡들. 그리고 또끼뇨와 까를로스 리라라는 천재적인 Sambista의 곡을 감성넘치는 조빙의 해석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커다란 청취의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다.

마지막 글을 마친 지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말년의 고독함을 지니고 있는 진한 커피향의 조빙이 부르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쓸쓸한 보사노바 스탠더드들이 담겨있는 음반이다. 고독을 갈무리하고 있는 조빙의 이미지가 비수같이 사무쳐 들어온다.


수록곡

01 Soneto Da Separacao
02 Valsa De Euridice
03 Serenata Do Adeus
04 Medo De Amar
05 Insensatez
06 Poetica
07 En Nao Existo Sem Voce
08 Derradeira Primavera
09 Modinha
10 Eu Sei Que Vou Te Amar
11 Carta Ao Tom/Carta Do Tom
12 A Felicidade
13 Voce E Eu
14 Samba Do Carioca
15 Ela E Carioca
16 Garota De Ipanema
17 Pela Luz Dos Olhos Teus

덧붙이는 글 | 드디어 16회에 걸친 Antonio Carlos Jobim에 관한 이야기를 대충은 풀어본 듯 합니다. 이어지는 시리즈는 아마도 ABBA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역시 많은 기대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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