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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7년째.
'결혼을 했으면 아이가 있어야지 왜 아이가 없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고, 지금도 그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묻습니다. 나는 그냥 아이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대답합니다.
나의 대답을 열에 아홉은 만족하지 못하고 '무슨 소리냐, 아이를 낳아야지, 그럴거면 결혼은 왜 했느냐'고 추궁합니다. 결혼이란 '아이 낳을 준비가 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은 임무 방기가 아니냐. 인간이 자손을 퍼뜨리는 것은 종족 번식의 본능이 아니겠느냐, 왜 본성을 거역하려고 하느냐, 힐책합니다.
나는 대답합니다.
"나는 본능대로만 살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해서 결혼을 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영 못마땅합니다. 심지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까지 합니다.
자신은 아이를 낳은 다음에야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되었다며 아이를 가져 보라고 설득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비로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노라고 고백합니다.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고, 낳을 계획도 없는 나로서는 그 깨달음의 본 뜻이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받아들입니다. 나는 그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보다 성숙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을 축하해 주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나에게도 그런 경험을 해보라고 강권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가 선택의 문제이듯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안 낳고도 선택의 문제입니다. 나처럼 결혼한 후에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듯이, 결혼을 하지 않고서 아이만 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또한 선택의 문제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어떠한 선택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통념에 젖은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혼을 하는 것은 선이고 하지 않는 것은 악이 아니듯이, 아이를 낳는 것만이 선은 아닙니다. 제 속으로 낳은 아이가 장애아라 해서, 기를 처지가 못된다 해서 내다버리는 부모들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많은 복지시설을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유기된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사람들은 아이를 낳아 본 적도 없는 수도자들이거나 독신의 봉사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 속으로 낳은 아이를 기르는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은 자기 아이만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줄 압니다. 남의 아이들은 그저 물리쳐 이겨야만 할 자기 자식의 적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수도자들과 독신의 봉사자들에게는 모든 아이들이 너나없이 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생명을 만들어 내고 기른다는 것은 분명 경이롭고 신비한 체험입니다.
하지만 어찌 생명이 제 속으로 나온 생명만 소중하겠습니까.
마더 데레사가 언제 자기의 아이를 낳아봤기에 그렇게 이타적이고 큰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겠습니까. 예수가 아버지 노릇을 해본 뒤에야 인류를 위해 목숨 바쳤습니까.
자기 자식을 낳아서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본 다음에야 진정한 사랑을 알고 온전한 인간이 된다는 말은 근거 없는 통념일 뿐입니다.
부처는 자기 아들을 버린 다음에야 인류의 스승이 되지 않았습니까. 마리아는 자기 아들을 인류를 위해 바친 다음에야 비로소 인류의 어머니가 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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