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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치려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시의회 직원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치려는 시위대와 이를 막는 시의회 직원들. ⓒ 오마이뉴스 김지은

회의장 방청석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대.
회의장 방청석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대. ⓒ 오마이뉴스 김지은
[기사대체 - 오후23시]제135회 서울특별시의회(이하 시의회) 임시회 세째날인 29일 낮 2시 45분 시의회 본회의장. 난데없이 회의장에 전단지가 뿌려졌다. 전단지를 뿌린 이들은 2층 방청석에 앉아있던 장애인 이동권연대(장애인 이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연대회의, 이하 이동권연대) 회원 4명. 이들은 이어 구호를 외쳤다.

"이명박 시장은 공개 사과하라.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

이명박 서울시장이 전날인 28일 민주노동당 심재옥 서울시의원의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마련과 발산역 사고에 대한 이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질문에 답변하려던 순간이었다. 놀란 이 시장은 답변을 멈추고 2층 방청석을 멍 하니 바라보다 답변자료를 챙겨 자리로 돌아가는 등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석도 소란해졌다.

"당신들이 장애인들이야?" "시장의 답변을 들으면 되는 걸 왜 소란을 피워!"

의원들이 하나 둘 일어나 항의하기 시작했다.

기습시위로 소란해진 의원석. 왼쪽 맨 앞에 서 있는 이가 이명박 시장.
기습시위로 소란해진 의원석. 왼쪽 맨 앞에 서 있는 이가 이명박 시장. ⓒ 오마이뉴스 김지은
기습시위를 벌인 이들은 갖고 들어온 플래카드까지 펼치려 했으나 서울시의회 청원경찰들과 약 10여분간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끌려나갔다. 이들은 끌려나가면서도 "장애인들은 지금 18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당신들에게는 정책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겐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일로 회의가 약 15분 동안 중단됐으나 곧 속개됐다.

경찰의 저지로 시의회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
경찰의 저지로 시의회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이동권연대 회원들은 애초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이 시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임시회를 방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가슴에 띠를 두른 장애인 20여명이 시의회에 들어서려 하자 "소란을 피울까 걱정"한 청원경찰들이 이들을 막고 나선 것. 결국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모(덕성여대 2년)씨등 비장애인 4명만이 임시회장에 들어가 기습시위를 벌였다. 한씨는 "실효성 없는 계획 발표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이 시급한 때"라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 없어 이 시장과 시의원들에게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권연대는 이어 시의회 현관에서 '항의시위'로 자신들의 뜻을 알렸다. 경찰의 저지로 시의회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던 이동권연대 회원 20여명이 이어 낮 3시께부터 약 한 시간동안 항의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들은 "왜 방청을 거부하느냐"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 등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다 1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로 돌아갔다. 이들은 한때 경찰과 몸싸움 등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부상 등 사고는 나지 않았다.

시의회 1층 현관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
시의회 1층 현관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 ⓒ 오마이뉴스 김지은
한편 이 시장은 28일 오후 "장애인 여러분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서울시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했다. "시장이 아닌 보통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애인의 삶'에 안타까움을 갖고 있으며 우리모두 되돌아 보아야할 유감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발산역 사고 후 도시철도, 지하철 공사 등에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그 후 장애인 편의시설의 위험을 검증하겠다는 보고를 받았고 지하철건설본부로부터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는 2004년까지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보고도 받았다. 또한 특별 장애인용 교통수단으로 무료 셔틀버스, 심부름 센터, '휠체어 콜택시'를 도입하는 방안 등 장애인 여러분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

그러나 이러한 답변서에 만족하지 못한 이동권연대 측은 결국 시의회를 찾아 항의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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