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대용 수석부지부장이 검거당시 타고 있던 승용차-유리창이 파손돼 있다
김대용 수석부지부장이 검거당시 타고 있던 승용차-유리창이 파손돼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최근 들어 민주노총 대구본부 관계자 등 지역 노동운동가들이 경찰에 연행, 구속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자 지역 노동계와 공안당국 간의 마찰이 격해지고 있다. 또한 경찰이 연행 과정에서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4시 30분쯤 대구 달성공단 내 상신브레이크 2공장 앞에서는 난데없는 '소동'이 벌어졌다. 상신브레이크 노조 지회의 방문을 마치고 공장을 빠져나오던 금속노조 대구지부 수석부지부장인 김대용(상신브레이크 지회 지부장)씨를 대기하고 있던 경찰 5명이 검거하는 과정에서 소란이 벌어진 것.

당시 상황에 대해 김씨와 동행했던 한 노조원과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사복경찰 1명과 정복차림의 경찰 4명이 김씨가 타고 있던 프라이드 승용차로 뛰어와 쇠파이프를 이용, 차 유리창을 깨고는 김씨를 끌어내렸다"는 것.

또 이 과정에서 한 정복차림의 경찰은 권총을 김씨에게 겨냥한 채 하차할 것을 요구했고, 김씨가 갑작스런 연행에 항의를 하자 손과 발에 수갑을 채운 채 진압봉 등으로 '집단구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검거 과정에서 경찰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체포영장제시와 미란다원칙 고지도 없었다고 한다.

"체포영장제시, 미란다원칙 고지도 없었고 집단구타까지 했다"

결국 김씨는 이송된 달서경찰서 인근 병원에서 '간단한' 병원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김씨는 오른쪽 팔을 세 바늘 꿰매는 치료를 받았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가 김대용 씨가 "폭행 당했다"며 관련 사진을 집회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금속노조 한 관계자가 김대용 씨가 "폭행 당했다"며 관련 사진을 집회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뿐만 아니라 담당의사의 진료결과 "목뼈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받고 정밀검사가 필요한 소견이 있었지만, 정밀검사를 받지 못한 채 검거 다음날인 29일 오전 9시 30분쯤 검찰로 송치됐다. 현재 김씨는 당시 입은 상처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씨의 구속은 지난 5월 사회보험노조 대경본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3차 총력결의대회와 관련해 그후 3개월이 지난 이번 달 20일에 영장실질심사가 열렸고, 이때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씨의 혐의는 결의대회 도중 건강보험관리공단 관리자들이 김씨를 "자신들의 카메라를 뺏고 폭행한 사람"으로 경찰에서 지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외에도 민노총 대구본부 이종진 쟁의부장도 같은 건으로 이미 일주일전인 지난 20일 자진출두 후 구속돼 지역 노동계의 반발을 산 바가 있다.

특히 현재 대구지역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7군데의 '임단투'가 진행 중이고, 대동공업 등 일부 사업장에서 직장폐쇄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무리한' 검거는 "노동운동의 탄압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지역 노동계의 반응이다. 김씨 역시 이미 담당변호인을 통해 "금속노조 대구지부의 장기파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실에서 자진출두는 어렵다"며 출두연기를 요청해둔 상태였다고 한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위해 강력투쟁"

29일 검찰청 앞 항의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
29일 검찰청 앞 항의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이승욱
김씨와 최근 빚어지고 있는 노동계 인사들의 구속과 관련해 금속노조 대구본부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등 각 단체들은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9일 오후 3시 30분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역 노동단체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김대용 수석 연행 과정에 발생된 공권력의 불법적인 집단폭행에 대해 형사적 대응뿐만 아니라 전 조직적 역량을 집중하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대구노동자대회'를 개최하고 "김대용을 석방하라" "불법폭력연행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항의집회를 벌였다. 또 집회 후에는 검찰청에 항의방문을 간다며 대기하고 있던 경찰병력과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향후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이날 집회 후 오늘(30일) 오후 2시부터 대구 국채보상운동공원에서 지역 사업장 소속 조합원이 파업을 벌이고, 전국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이 참가하는 집중 투쟁을 할 예정이라 마찰이 우려되기도 한다.

29일 검찰청으로 향하던 노동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9일 검찰청으로 향하던 노동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또한 금속노조 파업이 100여 일을 넘기면서 대동공업 등 일부 사업장의 노사간 협상이 타결되고 있는 호전적인 상황에서 이번 구속사태 건으로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들의 파업이 재연되는 등 사태 악화의 조짐도 예상된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박배일 의장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금속노조 파업이 장기화돼 가고 있는 시점에서 일부 사업장이 직장폐쇄 등으로 악화 조짐을 보이자 공안당국이 성급하기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사실무근"... 폭행 관련 일축

한편 경찰 한 관계자는 노조 측의 폭행 주장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면서 일축하고, "영장제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김씨가 차문을 열어주지 않아 다소 소란이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